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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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정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러지 않으면 네 딸이 죽어." (프롤로그)

남편 다니엘이 죽었다. 여드레 전이었다. 레나와 다니엘 부부는 차를 타고 가며 무섭게 다퉜다. 교외의 마당 넓은 집에서 태어날 딸을 키우고 싶은 다니엘과 땅끝 같은 시골에서 살고 싶지 않았던 레나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화가 난 다니엘은 기어이 레나를 도로 한 가운데 내리게 한 후 홀로 부동산업자를 만나러 갔다. 그리곤 마주오던 차와 빵! 두 차는 절단이 났고 두 운전자 모두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다시 그 다툼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땅끝이 아니라 지옥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그이를 안심시킬텐데 나는 왜 그다지도 고집을 부렸던가. 후회하고 자책하고 되새기는 시간 속에 뱃속에 있던 딸 엠마가 태어났다. 남편의 죽음으로 사막처럼 황폐해진 마음에 더는 딸에 대한 사랑이나 애착이 없었고 레나는 고독하고 피마르는 육아 속에 괴롭게 헐떡이는데.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레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누군가가 딸 엠마를 훔쳐간다. 잠깐의 낮잠 어쩌면 외면이자 방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한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레나는 또다시 후회할 짓을 저질렀다. 엠마를 잃고서야 엠마에 대한 사랑을, 딸에 대한 불타는 집념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아니면 네 딸은 죽을 것이다 라는 쪽지에 기대어 경찰에도 시어머니께도 이웃에도 알리지 못한 채 딸을 찾아나선 시간. 누구일까. 도대체 누가 젖도 못뗀 아이를 납치할 만큼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걸까. 레나는 삶을 돌이킨다. 가설 1. 남편 다니엘은 유부남이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가정이 망가졌으며 그로 인해 본인이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이라 주장했지만 다니엘의 전처 레베카와 딸 조시의 말은 다르다. 무엇보다 조시는 아빠를 뺏어간 마녀 같은 여자라며 레나를 철저히 증오한다. 조시는 장례식날 레나를 밀치고 임신한 배를 둘러차려고까지 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가설 2. 레나의 도움으로 아이를 출산했던 부부 제바스티안과 바베테. 레나가 조산사의 업무를 위해 부부를 방문하고 돌아간 뒤 채 삼십분도 되지 않아 아이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영아 의문사였다. 경찰에 기소되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부부는 레나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그녀를 저주해왔다. 엠마를 찾기 위한 절박한 레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는 시간이 없다. 이제 단 세 시간. 세 시간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으면 엠마는 죽는다. 자식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각, 레나는 엠마와 자신이 목숨 중 누구의 것을 선택할 것인가. 엠마를 훔쳐간 범인이 추궁하는 레나의 원죄는 도대체 무엇일까. 레나의 손에 하나하나 쥐어쥐는 퍼즐이 한조각으로 맞춰지는 순간 그녀도 독자도 함께 전율할 수 밖에 없었다.

샤를로테 루카스라는 필명으로 <당신의 완벽한 1년>, <해피엔딩으로 만나요>를 쓰고 비프케 로렌츠라는 본명으로<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쓴 작가의 신간이다. 그간 역량을 증명하듯 두 개의 이름 모두를 성공시키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쳐왔던 그녀. 필명 두 개에 서로 다른 인격을 갈라넣은 듯이 개성이 묻어나 이제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된 비프케 로렌츠. <너도 곧 쉬게 될 거야>의 출간 소식을 듣고 두근대던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책을 받자마자 페이지를 펼쳤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쩜!! 어쩜 이렇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하는지. 바람에 창문만 덜컹거려도 어깨를 움찔움찔, 택배요 하는 기사님 목소리에도 경기를 일으키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간만에 진짜 스릴 넘치게 읽은 소설,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읽은 소설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별 다섯 개가 아니라 별 열개도 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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