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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7/pimg_7464421723297630.jpg)
좋은 소식!
"당신의 여자 친구 줄리에트 보몽은
714항공기를 타지 않았고,
현재 생존해 있습니다."
나쁜 소식!
"줄리에트 보몽은 앞으로 며칠밖에 살지 못해요."
폭설이 내리는 1월의 뉴욕이라.
노력하지 않아도 몰입하게 되는 배경에 시작부터 웃음이 났다.
주인공인 줄리에트와 샘의 처량한 상황은 웃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배우로의 성공을 꿈꾸며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줄리에트.
스타의 길은 멀고도 아득해서 경력을 쌓기는커녕
이제는 집세를 감당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학생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체류자까지 되어버린 마당에야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샘 갤러웨이는 또 어떤가.
지옥 같은 브루쿨린의 빈민가에서 자라
소꿉친구인 아내와 결혼했다.
의사가 되어 불운한 과거를 잊은 것처럼 보이는 샘과 달리
예술가이며 섬세한 아내 페데리카는
끝내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만다.
퇴근 후 욕실에서 죽은 아내를 목격한 것이 1년 전.
샘은 페데리카의 빈자리를 잊지 못한 채 여전히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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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
줄리에트가 프랑스로 돌아가기 이틀 전의 밤,
퇴근하기 싫어 미적이며 망설인 샘의 밤이 충돌한다.
자신의 차에 치일 뻔한 줄리에트를 일으켜주며 샘은 혼란을 느낀다.
여태껏 몰랐던 그녀라는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어째서인지 안절부절하며 고집을 부리게 된다.
"많이 놀랐을텐데 검진을 받아보는 게 어때요?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때까지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건요?"
줄리에트 또한 샘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고픈 욕망 앞에 굴복한다.
"만나서 반가워요. 프랑스에서 온 줄리에트 보몽 변호사입니다."
스타벅스 종업원으로 오늘 마지막 근무를 끝낸
줄리에트의 입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튀어나온 거짓말이었다.
첫눈에 반해 불 같은 사랑으로 이틀을 보낸 두 사람.
쌍방의 거짓말에 죄책감을 느끼며 이별한 둘은
뜻밖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줄리에트가 항공기 사고로 사망할 뻔 한 것이다.
이륙하기 직전 도저히 샘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득불 지상으로 내려온 줄리에트.
그러나 그런 줄리에트의 생환을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의 로맨틱 버전이라고 하면 좋을까?
사람의 죽음은 정해져있고
누구도 그런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오류를 없애기 위해 저승사자가 찾아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 저승사자가 커플의 운명을 동정해 줄리에트가 아닌
샘 앞에 먼저 나타난 건 기이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뉴욕 경찰이었으나 의문의 사망 후
줄리에트를 데려갈 저승사자로 소생한 그레이스.
엄마를 잃은 두려움에 마약 중독자가 되어버린 조디.
파트너였던 그레이스에 대한 죄책감으로 생의 의욕을 잃은 마크.
그레이스로부터 줄리에트를 지켜야만 하는 샘과
기적 같이 찾아온 사랑에 마냥 행복하기만한 줄리에트 사이에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자 미스터리한 스릴러이며
운명적 만남을 염원하게 되는 기묘한 로맨스 소설이다.
복잡다단한 장르성만큼이나 재미 또한 탁월해서
출간 당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이유가 이해가 된다.
프랑스에서는 85주 연속 베스트셀러였고
한국에서는 출간 초기에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2008년 <사랑하기 때문에>가 입소문을 타며
<구해줘>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까지
세 권이 한꺼번에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구해줘>만 해도 백만권이 넘게 판매되었을 정도.
출간된지 16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촌스럽지 않은 재미와
거듭된 반전으로 독자를 즐겁게 하는 책이다.
개정판들이 속속 출간 중인 지금이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를
알아가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 밝은세상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