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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평점 :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원더풀 가이!!
원더풀 우연 제작자들!!
고전적인 방법도 정도껏이지 21세기에 문틈으로 들어오는 상관의 임무 편지라니! 너무 내 취향이잖아!! 우연 제작자인 가이가 새로 맡은 업무는 막 실연한 사관생도와 1년 전의 실연으로 남자는 노! 라고 외치는 셜리를 한적한 해변의 데이트로 인도하는 것이다. 둘의 우연한(!!) 만남을 위해 가이는 셜리의 재수 없는 하루를 작업한다. 딴 생각에 빠진 셜리는 미묘한 위치에 놓여있던 가이의 커피잔을 떨어뜨린다. 때마침(!!) 같은 카페에 있던 사관생도가 그 소리에 놀라 돌아보다 코코아를 쏟는다. 화가 난 사장은 셜리를 해고한다. 서류를 더는 볼 수 없는 상황에 생도도 계산을 하고 일어선다. 셜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지만 수도관이 터져서 버스가 안 온다. 거리가 폐쇄된 탓에 생도는 원래는 가지 않았을 길로 돌아간다. 마침(!!) 그 날은 사관생도가 바다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날이었다. 티비를 보다가 우연히(!!) 본 다큐 때문이다. 히치하이커라도 있으면 태워줘야지 관대한 마음을 먹었는데 누가 자신을 향해 손짓을 한다. 셜리는 택시인 줄 알고 차에 올라탄다. 생도는 행선지를 묻고 알고 보니 둘은 같은 방향. 차가 출발한다.
헉헉헉!! 바쁘다 바빠!! 때를 맞춘 듯한 이 모든 사건 속의 우연은 물론 가이의 작품이다. 가슴 아픈 이별 후 이성과의 만남을 터부시하는 남녀를 이어주려면 이 정도의 우연은 남발이 되어야 하는가 보다. 우연인지도 모르게, 그냥 재수가 없었고, 좀 엉뚱했고, 많이 피곤한 날이었어서 평소와 다른 선택, 다른 행선지를 고를 수 있도록. "사람이 변화하는 이유는 성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위기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니까."(p163) 임무를 완수한 가이는 행복하지만 외로운 휴일을 맞는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가이는 솔로다. 영원히 솔로일 예정이다. 첫사랑 커샌드라와의 완벽한 사랑을 다른 사랑으로 잊고 싶지 않다. 우연 제작자 양성소에서 동문수학한 에밀리가 끊임없이 서브를 넣어도 가이의 벙어율은 100 퍼센트. 에밀리는 그동안 갈고 닦은 모든 기술을 가이에게 쏟아붓고 이에 난감한 가이의 동상이몽이 이어지던 나날 속 가이는 미스터리한 임무를 맡는다. 성공한 사업가 마이클에 대한 살인, 아니 죽게 만들 우연을 만들라는 거였다. 마이클이 어린애였을 때, 친구 하나 없는 마이클의 "상상 속 친구"로 근무했던 가이는 당황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직장생활을 고민하는 FM 우연 제작자는 고뇌에 빠지고 마이클은 마이클대로 상상 속 친구와의 재회에 자신의 정신병을 의심하는데...
"사랑은 두 사람 간의 마찰에서 나와. 성냥처럼, 스케이트처럼, 공기를 긁을 때 빛을 내는 별똥별처럼,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면 우리에게는 마찰이 필요해. "(p380) 인류에 사건, 사고, 더하기 사랑을 안기는 우연 제작자들의 슈퍼 파워가 종이를 넘어 독자의 마음까지 울리는 책이다. 원더풀!!! 브라보!!! 요아브 블룸 작가 절대 잊지 말아야지. 정말 좋다. 정말 완전 내 취향의 판타지 + 성장 + 모험 + 미스테리 + 로맨스 소설이다. 사랑은 후추후추 유머는 소금소금 전반적 순한 맛에 꽉 막힌 해피엔딩까지 모조리 내 입맛이었고 솔까 취향이고 나발이고 그냥 재밌는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연 제작자들은 우리로 치면 삼신 할머니 + 월화노인 같은 존재들인데 이스라엘 작가의 상상 속에서 현대적이고 젊고 연약하고 애정 넘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김은숙 작가가 혹부리 영감의 혹이나 떼어가고 김서방이랑 마주치면 씨름 못해 안달하던 도깨비를 인간 신부가 필요한 잘생긴 재벌 도깨비 김신으로 재탄생 시킨 것처럼. 배경은 달랐지만 신화적이고 설화적인 존재가 야기하는 낭만에 취해 심장 부여잡고 엉엉 울면서 읽은 거 비밀은 커녕 사방팔방 소문내고 싶다. 상상 속 친구, 우연 제작자들, 점화자, 꿈 방직공, 행운제작소. 믿기는 어려워도 세상에 꼭 있었으면 좋겠고 할 수만 있다면 취업도 하고 싶은 각종의 이세계적 직업군을 구경하는 재미는 덤이다.
추신 ) 내가 봤을 때 이 책에는 두 가지 흠이 있는데 첫 번째는 자기 계발서 비슷한 느낌의 표지이며 두 번째는 로맨틱 SF라는 출판사의 홍보다. 삼신 할머니나 월화노인을 모르는 외국 독자들 관점에서는 이 책이 SF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과학적이기보다는 대단히 전통적이라 차라리 그 부분을 어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센세이션 했다지만 우리나라에서 sf가 인기를 끄는 건 하늘의 별따기이므로. 그러나 이 두 개의 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최선을 다해, 별이라도 따다주고 싶은 책임에 틀림이 없으니까 독자님들아 제발 읽어주라!!!! 하면 시건방지죠?? 제발 읽어주세욤.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