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 이웃의 식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가임기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출산, 맞벌이, 여성에게 가중되는 육아 및 가사 노동, 현실과 맞지 않는 정부의 뻘짓 등. 정부는 출산을 장려할 목적으로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을 설립한다. "1. 가임기의 건강한 부부 2. 외벌이 가정 3. 1인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으로써 차후 3인 이상의 자녀를 계획한 가정 4. 고의로 다자녀를 회피하는 경우 혜택에 대한 차액을 지불하고 퇴거". 위의 조항들과 관련한 서약서에 싸인을 한 240쌍의 부부 중 열두 가구가 당첨됐다. 우선 입주한 네 쌍의 부부와 아이들이 뒤뜰의 거대한 식탁에 모여 환영의 시간을 가진다. 네 부부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책임강 있고 리더십이 강한 전통적 부녀회장 스타일의 홍단희. 단체생활에 꼭 필요한 류의 인물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피로도를 이해하지 못하여 갈등을 겪는다. 아슬아슬하게 요진을 희롱하는 파렴치한 신재강을 남편으로 두고 있다.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며 24시간 피곤에 절어 사는 효내는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남편에게 힘들다는 최소한의 호소조차 못하는 것은 상낙이 못내 효내가 일을 그만두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부족한 벌이를 벌충하려 교원은 알뜰살뜰 살림을 꾸리지만 지나친 궁상으로 민폐의 아이콘으로 등극, 중고나라 거지맘으로 망신을 당한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교원과는 반대로 상낙은 집에 가져가야 할 월급봉투를 형수 손에 쥐어주고 아내에겐 폭력을 행사한다. 친척의 약국에서 카운터를 보는 요진은 신재강과 카풀을 하다 아슬아슬한 수위의 성희롱을 당한다. 돈도 못벌어 살림도 못해 하나뿐인 딸은 남의 집 애들 돌봄 도우미로 방치하면서 교원에게 "베풆을 받는 감각, 순전히 자신을 위해서 돈 쓰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낭만에 휩싸인 영화감독 은오는 거침없이 지갑을 푼다.
네이트판 등에서 볼 수 있는 불행한 부부의 총합을 네 이웃의 식탁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인터넷에서 보고자 작정하면 매일이라도 엿볼 수 있을 대한민국 불행한 부부사를 한 줄 한 줄 정독해야 하는 소설로 만났다는 것은 내 기준에선 단점이었고. 물론 구병모 작가의 밑줄 긋게 만드는 인상적인 문장들을 인터넷 글로 만나기란 요원한 일이지만 그 몇 문장을 읽기 위해 긴 시간을 이 책에 할애하는 것이 아까웠다는 얘기를 솔직히 안할 수가 없다. 아침 드라마 같은 막장스러움이 있어 재미는 있다. 근데 그 재미, 네이트 판에도 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 의식에도 공감한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차고 넘치게 공감했던 얘기라 더 어떻게 공감해야 할지 모르겠으며 단 하나도 새로운 이야기가 없음은 실망이었다. 정성 들여 읽고 리뷰를 남기고픈 책은 아니다. 내 취향에는 <단 하나의 문장> 같은 작가의 장르 소설이 더욱, 아주 확실하게 맞는고로, 다음부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책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