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를 타고 떠난 키다리 아저씨가 짱구를 만나서 해준 말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조헌주 지음 / 북오션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부터 반가운 만화들이 금방 눈에 띄는 조현주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독수리 5형제, 피구왕 통키, 밀림의 왕자 레오, 영심이, 요술공주 밍키, 달려라 하니처럼 잘 아는 만화가 다수다.

내 세대 만화가 아니라 보지는 못했어도 원체 주제가를 많이 들어 꼭 본 것만 같은 아톰과 캔디캔디,

MBC에서 두번이나 방영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터졌던건지 방영 초기에 만화를 내려버린

그래서 결코 주디의 기숙사 생활을 보여주지 않았던 키다리 아저씨,

티비가 아니라 극장판 애니로 존재감을 드러내 잘 알지 못하는 짱구 이야기처럼 낯선 것도 있었지만

옛집, 옛골목, 옛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설레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시절 티비만화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학원도 안(못)다니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놀기를 더 좋아해서(자존심상 친구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시간에는 잔소리할 어른이 집에 한 명도 없었으므로

학교가 파하면 4시 30분부터 티비 앞에 앉아있었다.

저녁 7시 전까지는 티비 리모콘의 소유주가 온전히 나!

요즘처럼 컴퓨터, 티비가 여러 대 있는 그런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독재군주로 활약하는 시간이 매우 뿌듯!

축구만 하는 남동생이어서 참 다행이었지.

동생도 티비를 봤다면 우리집은 매일매일 피튀기는 전장이었을텐데 ㅎㅎ

책 속에는 여러 주인공들의 훌륭한 대사가 등장한다.

"친구 문제에 관해서 옳고 그른 게 어디 있겠니? 스폰지 밥. 옆에 늘 있어주면 그게 친구지 뭐."

- 스폰지 밥 중에서

"인생이란 갖가지 재미들이 섞여 있는 환상 그 자체라고!

억지로 쓸고 닦고 청소하는 건 인생이 아니야!

재미없단 말이야!"

-역시 스폰지 밥 중에서, 이래서 스폰지 밥이 명작이구만!

이 밖으로도 명언 뺨치게 훌륭한 말들이 등장하는데 실은 믿기지가 않았다.

그 만화에서 내 친구들이 이렇게 훌륭한 얘기를 했었다고?!

걔들 그렇게 성숙한 애였나??

하기는 내가 너무 어렸으니까, 기억력은 또 깜깜이니까, 설령 만화에 어떤 철학이 있었단들 무얼 알았겠는가.

재밌으면 장땡이라 후련하게 웃고 울고 했겠지.

작가님이 다시 보고 옮겨 쓴 문장을 읽으며 그 문장으로 떠오른 작가님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티비 앞에서 마냥 행복했던, 실은 조금 외롭기도 했던 나를 떠올리고 추억하는 시간이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차 소설가가 '원고료값' 한다고 소설보다 더 머리 싸매고 쓴 산문들의 묶음집이다.

어마어마한 연수만큼 쌓인 글들도 많아 자그마치 1500여개.

그 중에서 돈값 할 것 같은, 작가가 좋다고 우길 수도 있는, 독자가 보아도 한 편 아쉬움이 없는

126편의 글들이 <놀라 가자구요>에 이어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마중 나온다.

1부. 가족에게 배우다

2부. 괴력난신과 더불어

3부. 무슨 날

4부. 읽고 쓰고 생각하고

보시다시피 소재는 잡다하다.

작가님에게는 가족도 적지 않고 시시때때로 귀신이 곡할 것 같은 일도 부지기수고

대한민국엔 무슨 날 무슨 날이 한둘이 아닌데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는 직업이 작가인데 말하기가 입 아프지.

하물며 건물주에 심심해서 글쓰는 작가도 아니고 김종광 작가님은 생계에 온 마음을 다바치고 있단 말이다!

의뢰를 받으면 무조건 써야하니 눈에 보이는 족족이 다 쓸거리다.

특화된 감수성으로 할 이야기가, 하고 싶은 하소연이, 산처럼 쌓여있다 이 말씀.

음료는 맛없다고 아빠에게 던지고 깜찍이 인형만 쏘옥 빼가는 얄미운 아들 이야기.

본인 생일엔 축하도 못받아놓고 남편 생일엔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 장만하는 아내 이야기.

프로도 실수한다! 인생 아마추어들 실수는 웃음을 주려고 찾아온다는 이야기.

소비할 수 없어 허무하고 우울한 경제적 굶주림에 관한 이야기.

나이 어린 후배와 <별>처럼 밤을 지새우고 편지를 받고 주지는 못했던 20대 때의 이야기.

광복절은 무슨 날이냐 학생의 날은 또 무슨 의미냐 무슨 놈의 날날날 알고 보면 죄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이야기.

똥을 싸고 번 돈으로, 아이고 노가다를 뛴 게 먼저다 ㅋㅋㅋ, 옛애인 외상빚도 갚는

임마들아 나도 청춘이 있었다는 살짝 주접스런 이야기는 부끄러웠지만

우습고 열받고 공감가고 위로되고 잔망스러운 이야기가 듬뿍듬뿍이다.

아차! 열심히 벌자! 이외에 다른 계획이 없었다는, 어찌 보면 폐인 같았던 40대 때의 이야기는.

그래요 작가님, 저도 40대가 사대강만큼 두렵습니다ㅠㅠ

애도 어리고 작가님도 젊었던 시절의 이야기는 친구와의 수다처럼 친근하고

더 어린 시절을 회상할 적엔 아재들 술주정처럼 구수하고 짠내가 난다.

오며가며 짬짬이 두 바닥 세바닥씩 들여다보기 참 괜찮은 책.

책 좀 읽으시는 분들도 내 이름 내 책은 처음 들어보고 처음 읽는다더라 하실 적에

<놀러 가자구요> 리뷰 첫머리에 나도 딱 그렇게 썼던 것 같아 마구 뜨끔뜨끔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확실히 안다. 그리고 추천한다.

즐거운데 웃긴데 이상하게 짠한 그리고 찐한 그런 글을 읽고 싶다면 김종광 작가를 찾으시라고.

찜질도 하고 싶고 고독도 하고 싶고 돈키호테도 읽고 싶고

도스또예프스끼를 도끼횽으로 모시고 싶은 그런 때 읽으면 더욱 좋다고.

작가님 왈, 독서하는 그때가 그 사람의 가을이란다.

책을 덮고 내가 알록달록 물들었단 상상을 해본다.

오매, 내 얼굴 단풍 들겄네.

오매, 내 얼굴 웃음꽃도 피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자

가도노 에이코 작가님의 일상과 작품 이야기입니다.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제목이 참 귀엽죠?

 

 

 

 백발에 썩 어울리는 컬러풀한 안경테.

커다란 플라스틱 반지와 가슴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목걸이를 좋아합니다.

항상 가는 천가게에서 옷감을 떼구요.

딸의 친구에게 부탁해 옷을 지어달라고 하지요.

일생의 립스틱은 크리스챤 디올의 12, 13, 14.

그림 그리듯 자신의 외양도 꾸미길 좋아하는 작가님은 1935년생입니다.

나이가 믿기지 않게 생그럽고 화사한 작가님의 특별한 비법은

마당에 심어진 백개도 넘는 열매를 맺는 귤나무들 덕분이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우 신 이 귤로 쥬스를 만들고 샐러드를 해먹는 게 작가님의 낙이거든요.

어린새처럼 먹이를 기다리는 어린 것이 있었을 때에는

작가님도 꽤나 복잡한 요리를 하셨던듯 하지만 여든이 넘은 지금은 무조건 간단 레시피,

뜻하지 않게 자연주의에요 ㅎㅎ

브라질 이민과 일본으로 역이민, 첫작품 활동,

딸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어 쓰게 된 마녀 배달부 키키의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키키의 팬들이 보내준 지지의 인형과 인형 가게 같기도 하고 여행지의 소품 판매점

내지는 공방 같은 작가님의 집을 구경하는건 더 큰 재미였어요.   

독자로서 가장 궁금한 건 역시나 작가님의 책장인데요.

부엌 찬장에까지 책을 수납 중인 작가님의 집 벽은 온통 이렇게 딸기색 책장입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도 책을 버릴 수 없는!

작기이기 전에 책을 엄청 사랑하는 독자로서의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선물 포장을 뜯을 때처럼 가슴이 뛰는 동화책으로 또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도 꼭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가 세상에 내어놓은 때가 2015년. <좋았던 7년>이라는 열차를 3년이나 지난 뒤 탑승하는 승객이 되었습니다. 다비드 그로스만에 이어 제가 만나는 두 번째 이스라엘 작가이고 제가 만나는 첫 번째 이스라엘발 에세이인데요. 두 번째고 첫 번째고 상관없이 제가 읽어온 에세이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게 좋아하는 작품으로 등극해 버렸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은 또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이 에세이만큼은 독특하고 남다른 시각 속에서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여 유머러스합니다. 감동적이고요. 눈물나요.

이야기의 시작은 아빠가 된 첫날로부터 시작합니다. 현자이고 약쟁이이며 사이코패스라고 생후 2주만에 아빠에게 진단받은 갓난쟁이 레브가 태어날 조짐이 보이던 그 날, 테러가 발생합니다. 테러라니?!! 하고 깜짝 놀랐지만 병원과 부상자와 택시기사와 작가의 반응을 보니 일상인양 편안(?)합니다. 더욱이 부상자들은 울거나 끙끙 앓거나 의사를 소리 높여 외치지도 않고 매우 조용해요. 병원에서 비명을 지르는 이는 산통이 온 작가의 아내뿐인 것 같습니다. 자연분만은 테러를 뛰어넘는 극한 공포에 고통이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작가님은 우울하고요. 저는 어쩐지 피식, 웃음이 납니다. 작가님의 표현대로라면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대는 아내와 들 것에 밀려들어온 부상자들의 침묵 사이에서 그지깽깽이 같은 기자에게 테러에 대한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당하며 어딘지 멘탈이 나간 듯한 작가의 모습이 희극적이거든요. 남다른 감수성까진 몰라도 확실히 평범치는 않아요. 6시간만에 레브가 태어났고 아빠의 말을 알아들은 듯 조용해졌던 아이가 딸꾹질 한번에 다시 울음을 터트렸을 때 저는 작가님 육아의 고난이 예견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만 아니 이거 뭐죠? <갈팡질팡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이기호 작가님의 책 제목이 <좋았던 7년>의 길라잡이였어요. 무슨 이야기들이 이렇게 난데없고 갈팡질팡 하면서 재미날 수가 있냐구요.

<좋았던 7년> 속에는요. 위성방송예스의 통신판매사원 데보라의 전화를 피하기 위해 절단수술을 받고 죽어버린 작가님, 사인 한방에 해병대 출신 독자에게 뺨을 맞는 작가님, 레스토랑에서 1.5m 도마뱀의 교훈을 배우게 되는 작가님, 나치 문양을 감지하는 초능력을 가진 작가님이 나옵니다. 아차, 생애 첫 원고로 개똥을 싸서 버리는 형님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작가님도 나오구요. 육아랑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하고 생각하셨다면 정답입니다. 이 얘기들은 육아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만 육아와 무관하게 매우 참신하게 웃겨요. 물론 고양이도 됐다가 샌드위치로도 변신하는 레브도 잠깐씩 등장해 아빠와 함께 독자를 웃깁니다. 녀석의 재롱이 아기 고양이 저리가라에요. 야옹~ 이 고물고물한 녀석 때문에 엉엉 울 때도 있습니다. 자기 때문에 아빠가 다쳤다며 걱정하는 모습이 정말, 이 맛에 자식 키우는구나 싶더군요. "왜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야 해?", "아빠는?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작가도 울고 독자도 울고 아마 하늘에서 레브의 할아버지도 울음이 터졌을 거에요. 아들은 지켰지만 암으로부터 아버지를 지킬 수 없었던 작가님, 뉴욕의 흠뻑 젖어버린 호텔방에서 끝까지 아들을 지켜준 아버지의 구두, 그 구두의 이야기를 어머니께 바치며 그러나 작가님은 어째서인지 히브리어판으로는 이 책을 출간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님의 마음에 부쩍 공감이 가요. 내 일기를 내 옆집 아저씨랑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안그래요?

부자 삼대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모든 일상 뒤에서 무심히 들려오는 미사일과 폭약의 소리는 살떨리고요.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들의 군대 문제로 벌써부터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성과 부성의 대립은 아파요. 전세계가 학살의 피해자로 기억하는 민족으로 살아가는 아픔, 중동 전쟁의 중심이 되어 느끼는 죄책감, 그럼에도 내 민족의 생명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끓어오르는 증오에 대하여 처음으로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눈물콧물을 닦고 저는 이만 완독 승차장에서 하차합니다. 열차의 우수성이 아직 소문나지 않은 듯 한데 다음 독자분 얼른 승차해 주세요. 작가님 오라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최고! 제가 읽은 오디오북이라야 살인자의 기억법과 이번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뿐이지만요. 모든 오디오북이 앤 같다면 전 듣는 독서를 읽는 독서 이상으로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출판에 힘써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백프로 만족하는 독서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