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반가운 만화들이 금방 눈에 띄는 조현주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독수리 5형제, 피구왕 통키, 밀림의 왕자 레오, 영심이, 요술공주 밍키, 달려라 하니처럼 잘 아는 만화가 다수다.
내 세대 만화가 아니라 보지는 못했어도 원체 주제가를 많이 들어 꼭 본 것만 같은 아톰과 캔디캔디,
MBC에서 두번이나 방영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터졌던건지 방영 초기에 만화를 내려버린
그래서 결코 주디의 기숙사 생활을 보여주지 않았던 키다리 아저씨,
티비가 아니라 극장판 애니로 존재감을 드러내 잘 알지 못하는 짱구 이야기처럼 낯선 것도 있었지만
옛집, 옛골목, 옛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설레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시절 티비만화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학원도 안(못)다니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놀기를 더 좋아해서(자존심상 친구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시간에는 잔소리할 어른이 집에 한 명도 없었으므로
학교가 파하면 4시 30분부터 티비 앞에 앉아있었다.
저녁 7시 전까지는 티비 리모콘의 소유주가 온전히 나!
요즘처럼 컴퓨터, 티비가 여러 대 있는 그런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독재군주로 활약하는 시간이 매우 뿌듯!
축구만 하는 남동생이어서 참 다행이었지.
동생도 티비를 봤다면 우리집은 매일매일 피튀기는 전장이었을텐데 ㅎㅎ
책 속에는 여러 주인공들의 훌륭한 대사가 등장한다.
"친구 문제에 관해서 옳고 그른 게 어디 있겠니? 스폰지 밥. 옆에 늘 있어주면 그게 친구지 뭐."
- 스폰지 밥 중에서
"인생이란 갖가지 재미들이 섞여 있는 환상 그 자체라고!
억지로 쓸고 닦고 청소하는 건 인생이 아니야!
재미없단 말이야!"
-역시 스폰지 밥 중에서, 이래서 스폰지 밥이 명작이구만!
이 밖으로도 명언 뺨치게 훌륭한 말들이 등장하는데 실은 믿기지가 않았다.
그 만화에서 내 친구들이 이렇게 훌륭한 얘기를 했었다고?!
걔들 그렇게 성숙한 애였나??
하기는 내가 너무 어렸으니까, 기억력은 또 깜깜이니까, 설령 만화에 어떤 철학이 있었단들 무얼 알았겠는가.
재밌으면 장땡이라 후련하게 웃고 울고 했겠지.
작가님이 다시 보고 옮겨 쓴 문장을 읽으며 그 문장으로 떠오른 작가님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티비 앞에서 마냥 행복했던, 실은 조금 외롭기도 했던 나를 떠올리고 추억하는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