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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가죽 특별판 리미티드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다 중단한지도 벌써 두 해쯤 되나보다. 다시 펼쳐볼 엄두도 못낸 사이 빨갛고 하얀 두 번의 겨울 에디션이 등장했다. 1판 6쇄의 내 여름 느낌의 책 사이에서 그 시절 받은 엽서 한 장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에 웃다가 한 바닥을 더 읽곤 다시 안녕. 미안, 아무래도 너라는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처음 이 책을 포기할 적엔 그 이유가 백영옥 작가와 나 사이의 간극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녀의 삶과 사랑과 일과 우정에 내가 공감할 부분이 몇 없어서라고. 그런데 그녀처럼 (방송) 작가이며 그녀처럼 나와는 영 다르고 멀기만 한 김신회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를 읽고 나니 어쩌면 내가 저 책을 읽지 못한 것은 작가의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영옥 작가의 작품이 내 취향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장르가 에세이여서가 아니라 "앤"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 보노보노와 친구들을 캐릭터로 밖에는 알지 못하는 나는 김신회 작가가 보노보노에서 끌어다 쓰는 말들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끄덕 읽는 내내 공감하며 웃고 있다. 책이 재미있다. 그러나 앤을 알고 있는 나는 앤을 좋아하는 나는 백영옥 작가가 자신의 상황에 앤을 끌어다 쓰는 것이 싫다. 거부감이 든다. 작가가 앤을 등장시키고 앤으로 하여금 질문하게 하고 앤으로부터 답을 구하는 다수의 상황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작위적이고 인위적으로 앤이 조작된 것만 같은 느낌. 내 안에서 쭈뼛쭈뼛해진 앤을 느낀다. 그런 앤이 불편해서 책 속의 앤조차 싫어지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그런 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 내 마음 속 어떤 반발도 이끌어내지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좋았다. 별다섯개의 말쑥한 차림으로 리뷰를 내보내고 싶은데 쓰고 보니 또다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에 대한 성토라 좀 곤란할 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는 동안 내가 보노보노를 몰라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다. 세상엔 몰라서, 애정이 없어서 다행인 일도 있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