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
노희준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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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제목이 긴 책을 읽었다.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  책 소개를 보기 전까지는 자기계발서인가 했고 책 소개를 보고 난 후에는 "재미"면에서 불안한 감이 없지 않은 소설이었다. 벗은 몸을 후다닥 그리고, 음악없이 춤추고, 잼 만들면서 사투리 욕 배우고, 결혼을 대비해 예비신랑이 축가든 우크렐라든을 배울 수 있는 강의들을 마련했다는데 나한텐 별무소용인 것이다. 평생 그림이라고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고 음악이 있어도 춤을 안춘다. 욕 자동발사장치를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는데 굳이 사투리 욕을 뭐하러 배울 것이며, 예비신랑은 정자난자 생식세포분열에 실패하셨는지 여태 흔적도 없는 걸. 라틴댄스고 에어로빅이고 요가고 나 같은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들을만한 강좌가 없어서 책이라고 재미가 날까 싶었다. 이 문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창업의 모든 삽질(?)을 미리 알려주마!!"

물론 나는 창업에 일말의 관심도 없지만 내 삽질은 짜증나도 보통 남의 삽질은 흥미가 가는 법이지 않나 . 게다가 소설이라는 게 남의 좌절과 고통과 번뇌와 스릴을 안전한 자리에서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통로이고 보니 나도 이참에 창업 삽질 한번 제대로 해보자 싶었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홍대에서 글 좀 쓰고 노래 좀 부르고 춤 좀 추고 그림 좀 그리는 한가닥 하는 놈들이 술자리에서 벌인 얘깃거리로 문화발전소를 창업한다. 마음이 약해서 매번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십여년 째 시간강사로 근무하며 글을 쓰는 노작가가 중심이 되어 갓물주 삼촌을 끌여들여 시작한 일이 예상 외로 판이 커져버린 게 문제였다. 야매놀이학원이랄지 각종 예술 보부상들의 집합체랄지로 합자회사까지 설립하고 돈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삼촌은 리스크 관리자랍시고 속이 시커먼 김영락씨도 들어앉히고 등기이사로 인문학자 장선생도 올리고 입만 살아 영업이랍시고 놀러다니기 바쁜 구대표와 회사가 망할까봐 근무시간에도 걱정 때문에 일을 못하는 명실장 그리고 생각은 많은데 게으르고 이문에 밝지도 않으면서 약삭 빠르기만 한 각종 예술병 환자들을 끌어들인다. 천성이 발닦개라 사고 치고 다니는 위에 놈들이 싸지른 똥을 치우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문화창업소를 뛰어다니는 노작가와 직원수보다 더 많은 각종 대표와 이사진 때문에 조증에 걸린 문대리의 등골 빠지는 노가다 이야기!! "외롭다면서 귀찮은 건 질색이고, 가난하다면서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는(p224)" 나 같은 인종을 위해 각종 강좌 중 맘에 드는 게 없으면  새로 만들어도 준단다. 

"그것이 뭣이건, 재미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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