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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일찍이 나는 많은 마녀와 알고 지냈다. 마법당에서 무지개빛 미소를 판매했던 12살 마녀 민트, 도로시에 깔려 죽은 동쪽 마녀와 뽀글뽀글 녹아내린 서쪽 마녀,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빵집에서 하숙하던 키키, 꽃미남 마법사 하울에게 마음을 돌려주며 별빛 같은 젊음을 회복했던 소피, 똘똘이 스머프 같았던 헤르미온느, 갖가지 변신도구로 세일러문 이후 거의 처음 내 지갑을 위협했던 오자마녀 도레미, 별빛으로 주운 아기를 젖 먹여 입양 보내던 할머니 마녀 잰, 잰의 가장 사랑스러운 달빛 소녀 루나까지. 그리고 마녀 세계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입성하게 된 새로운 마녀가 나타났으니 그녀의 이름은 아그니에슈카! 테메레르의 작가 나오미 노빅을 방문하여 우리에게 자신을 알린 우드의 신삥 마녀이다. 어딘지 도로시의 은색구두를 닮은 어린 소녀가 하루아침에 마녀가 된 이야기 <업루티드>를 만나보자.
불의 마법사인 드래곤 영주가 방어하는 불가사의한 숲 "우드". 매우 정직한 지명을 지닌 이 숲은 현대식으로 보자면 사이코패스 양산소이다. 우드의 것을 먹거나 우드의 바람에 실려온 씨앗이나 꽃가루 등에 노출되면 또는 우드의 몬스터들에게 납치되어 숲에 끌려갔다 요행히 살아 돌아오게 되면 착하고 선량했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무감정한 지능형 몬스터가 되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을 도륙한다. 활기찬 전염성을 가지고 암처럼 공격적인 우드의 숲은 매해 영역을 확장하려 하는데 그로부터 최전선 방어벽을 구축하는 것이 영지의 수호자 살칸의 임무였다. 때문에 그가 드래곤의 해에 태어난 아가씨들 중 한 명을 십 년에 한번씩 공물로 받아가도 영지민들은 반발하기는커녕 축제를 벌이며 영주를 반긴다. 아그니에슈카는 그런 우드 너머 골짜기에서 살고 있는 소녀로 드래곤의 해에 태어난 몇 안되는 소녀들 중의 한 명이었다. 매우 아름답거나 지적이거나 담대했던 이전의 드래곤 소녀들에 비추어 니에슈카는 지나치게 왈가닥에 말썽꾸러기인지라 그녀도 가족도 평범한 미래를 예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지만 어쩐 일인지 영주는 아그니에슈카를 성으로 데려간다. 드래곤 영주와 지난 백년간 숱하게 바쳐졌던 소녀들과의 관계에 대한 음흉한 소문이 많았기에 니에슈카는 두려움에 갖가지 실수를 저지르지만 정작 영주는 그녀의 몸에 관심이 없다. 그러기는커녕 밥때 외에는 마주치는 일도 없고 잠깐 만나기라도 하면 이상한 주문만을 가르치며 지적 학대를 일삼는다. 백살이 넘은 할아버지지만 늙지 않기에 겉모습만큼은 아그니에슈카와 별 차이 없어보이는 이 산신령스런 마법사는 성에 박혀 사는 히키코모리인데다 인간혐오가 극심하고 성격도 괴팍하며 삶에 대한 정열이 1도 없다. 거기다 노총각, 연애경험 전무, 유부녀 귀족에게 사십년 전 농락당한 것이 첫사랑이자 끝사랑으로 그간의 소녀들과도 내외를 했던 것이 남아있는 다른 소녀의 일기로 증명되었다. 생활 마법도 잘 다뤄서 딱히 시녀도 필요없는 상태. 그러면 대체 드래곤 영주는 왜 소녀들을 성으로 데려갔던 것일까. 그리고 왜 자신에게만 처음으로 이상한 주문들을 암기하게 하는 것일까를 생각도 해보려 하지 않는 니에슈카는 그냥 공부가 너무너무 싫기만 하다. 숲에서 뛰어놀고 열매를 줍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니에슈카와 본인 기준으로 머리가 너무 나쁜 제자로 인해 삶에 회의를 느끼는 스승 살칸의 아웅다웅은 그러나 곧 왕궁에 침입한 우드의 씨앗으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한다. 세계정복의 야심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악당숲 "우드", 우드로부터 살아돌아온 한나 왕비, 우드의 야욕에 일치하는 욕망으로 왕국을 위험에 빠트리는 마렉 왕자, 우드의 위험을 몸소 체험하지 못한 입만 산 수도권의 마법사들과 대적해 아그니에슈카는 친구 카시아와 가족과 영지민들을 지킬 수 있을까?
으앜, 어쩜 좋아, 넘 좋아, 가슴이 뛴다. 뾰로롱 꼬마마녀를 시작으로 자라는 내내(이제는 늙어가는 중이지만 큼ㅠㅠ) 마녀는 내가 품을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인 동심이었다. 주책없는 어른인 탓에 마녀의 등장을 알리는 소설이 등장하면 여전히 환호성을 내지를 정도. 그런 내게 올 하반기는 두 마녀로 인해 더욱 완벽해졌다. 여름 더위가 한창일 적에 등장했던 달빛 마시는 소녀의 루나와 겨울의 초입에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의 마법사 살칸과 함께 등장한 아그니에슈카! 그녀들의 초대 앞에 넋이 빠진다. 가슴 한복판까지 두근두근해지는 근사한 모험, 소녀들의 눈물 겨운 우정, 마법사와 마녀의 전투적인 사랑, 군침 도는 마법 주문들로 반짝이는 마법서 업루티드. 마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올 해 이 책만큼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