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2
켄 키지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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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로 하여금 살인의 의미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는 책, 작가로서의 길을 알게 했다는 그 책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11월에 시작해 12월 초순에야 완독했지만 책이 어렵거나 지루해서는 아니었고 내가 잠깐 이 책을 다 읽었다고 착각한 덕에 완독쪽에 올려둔 탓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살지 않으려는 노력이 완고한 당나귀 같은 성격을 만들 수도 있다였나? 추장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재즈(아르테미스의 주인공)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찾아보려다 보니 다 안읽었...다는 걸 알게 되어 황당ㅠㅠㅠ 11월 이 책을 함께 읽던 책지기들의 리뷰를 몇 개 읽었더니 나원 이런 실수를 다 한다;;;;;;; 

형무소의 노동을 피하기 위해 정신병자 행세를 하며 정신병동으로 넘어온 가짜환자 맥머피의 선택은 그의 인생에서 저질렀던 하고 많은 실수 중 가장 최악의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수간호사 랫치드에 의해 장악당한 이 불쾌하고 잔인한 뻐꾸기 둥지는 환자들에게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하고 포근한 잠자리는 주었을지언정 정신적인 갖은 학대를 일삼고 있었으니까. 특히나 수간호사의 불합리한 권력에 저항하려는 몇 몇 반동분자들에게 취해진 조치 전기충격치료나 뇌 전두엽 절제술, 전두엽 백질 절제 (이 책과 관련한 또다른 리뷰에 따르면 노벨상의 흑역사 중 하나라고;;)같은 미친 놈의 수술이 환자들에게 주는 공포는 어마어마해서 그들은 랫치드가 쌍년(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책을 보면 이해할 것이다)인 줄을 알아도 그녀에게 개처럼 배를 내보이며 복종한다. 소설의 화자 브롬든 추장 또한 거대한 체구와 올바른 지성에도 200회의 전기충격으로 인한 두려움에 빠져 귀머거리 벙어리 흉내를 내며 청소기계처럼 살아갈 뿐이다. 맥머피가 아니었다면,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공을 쌓을 정도로 용맹하고 투쟁적이면서, 노름으로 환자 주머니를 털어먹을 정도로 위악적이기도 한, 그럼에도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서도 웃음과 유머의 힘을 잃지 않는 그 남자 맥머피가 수간호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면 뻐꾸기 둥지는 여전히 수간호사라는 콤바인의 경계 속에서 힘을 잃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을 테다. 

맥머피는 사망했다. 살해 당했다. 그러나 그는 뻐꾸기 둥지를 정면으로 부순 후 자유롭게 날아간 것과 다름이 없다. 덩치 크고 싸움질 잘하는 붉은 머리 아일랜드인 남자의 날개짓을 내 가슴에 잠깐 담아둘 수 있었던 시간들에 감사하며 등굽은 소나무 같던 추장 브롬든의 안녕 또한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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