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픽 미스터리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이재익 옮김 / 달콤한책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독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책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온전히 자기중심적인 흥분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독서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책이 건네는 말을 찾는다. 작가들이 아무리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세상에! 이건 내 이야기잖아!'라고 말하는 독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p81)

출판사에 보내었으나 재미가 없어서 작품의 질이 떨어져서 또는 유행이 아니라 기타 많은 이유로 거절 당한 누구도 읽지 않아 투명한 원고들이 프랑스에 있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책들의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구르벡 관장 때문이었다. 결혼이라는 짧은 방황 이후 오롯이 책만 판 이 도서성애자는 독자없는 원고와 작가들을 긍휼히 여겨 도서관의 한 열람실을 개방한다. 바다에 던져진 유리병처럼 표류하던 많은 원고 중에서 단 하나의 원고가 "HHhH"(2015년 공쿠르상 수상작)를 발견하여 출판하게 힘썼던 그라셰 출판사의 에디터 델핀과 그의 남자친구이자 신인작가인 프레드에게 발견됨으로써 사건은 시작한다. 작가는 앙리 픽, 제목은 사랑의 마지막 순간들. 작품의 온점과 방점까지 사랑하게 될만큼 델핀은 이 원고에 푹 빠졌고 출간을 위해 작가를 찾아 나선다. 앙리 픽은 델핀 고향에서 피자집을 하던 노인이었으나 이미 사망한지 몇 년 된 상태였고 그의 아내는 그가 결단코 책을 읽거나 소설을 쓸만한 위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려 하지만 델핀이 내민 원고를 읽고는 인정하게 된다. 이건 우리가 연애하던 17세의 짧았던 이별 순간을 그려낸 소설 같구려 라고. 죽은 남편의 애정에 새삼 흐뭇해하며 계약서에 사인을 휘리릭 날린 이후 델핀과 죽은 앙리 픽, 앙리 픽의 아내 마들렌 부인과 딸 조제핀은 태풍 같은 책의 존재감에 거세게 휘말린다. 졸라짱쎈 드래곤급 파워를 발휘하며 앙리 픽의 소설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판권을 사들이려는 영화사들로 시끄러워졌으며 작가의 일대기를 알고자 하는 독자와 신문과 방송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도시가 들썩들썩할 지경까지 이른다. 그렇게 책이 화려한 성공의 정점에 올라선 순간 이 짱짱한 책과 작가에 대한 의심과 질투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이 책을 정말 일평생 피자만 만들었던, 문학적 소양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피자집 할아버지가 쓴 게 맞을까? 라는 한 기자의 의구심이 미스터리를 만들고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무덤에 묻혀 그 어떤 진실도 알릴 수 없는 앙리 픽의 책에는 기자의 의심처럼 기가 막힌 비화가 담겨 있었을까? 제목 속 앙리 픽의 미스터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의문의 답과는 별개로 그냥 책이 너무나 재미나 키득키득 웃음이 터졌다. 단번에 출간되지 못하고 거절 당했던 많은 유명 작품들의 비사와 너도 독자 나도 독자 우리 모두 독자니까 다 공감하지? 하며 책이 건내오는 이야기들이 진짜진짜 웃겼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아끼고 매일 같이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가 빙그레 미소 짓다 깔깔깔 웃음을 터트릴 흐뭇한 책 속의 책 이야기. 장담컨데 이 책을 읽다가 한번쯤은 "세상에! 이건 내 이야기잖아!"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부디 앙리 픽의 미스터리를 리뷰가 아닌 책으로 계속 만나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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