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우시 왕 1세 네버랜드 클래식 50
야누쉬 코르착 지음, 크리스티나 립카-슈타르바워 그림, 이지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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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기에 남아 있지 않아 다행이야.
클루클루, 울지 마. 우리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거야.
그리고 이제는 아무도, 왕은 전쟁을 선포하기만 하고 죽는 건 군인 몫이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아름답게 죽는 것, 이것만이 마치우시의 유일한 바람이었어요.
갑자기 마치우시는 궁금해졌어요.
'적들은 내 장례식을 어떻게 해 줄까?' (p381)



 

10살의 이른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은 마치우시는 하루 아침에 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제 얼굴만한 왕관을 머리에 얹고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외무부장관, 법무부장관, 국방부장관 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무런 힘도 없이 외면 당하던 어느 날, 이웃 세 나라가 마치우시의 나라를 침공합니다. 왕이라지만 전쟁이 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마치우시는 신하들의 눈을 피해 전장으로 가는 후송열차에 숨어듭니다. 왕된 자로서 안락한 왕궁에 숨어있지만은 않겠다는 패기였지요.

    

'아빠, 아빠, 전쟁하는 왕이 되는 건 정말 힘들어요.
우리가 왜 두려워해야 하느냐고,

증조할아버지처럼 당신들을 이겨 주겠다고 말하긴 쉬웠어요.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네요.
그때 저는 아무 생각도 없는 어린애였어요.
사람들이 꽃을 던져 주는 가운데 흰말을 타고 수도를 떠나는 생각만 했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p81)


춥고 배고프고 이가 들끓고 잠자리는 딱딱하고 마치우시만의 전쟁은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작됩니다. 왕세자로 자라 순순이 왕이 된 마치우시에게는 너무나 고약한 환경이라 잠깐은 왕궁을 뛰쳐나온 것을 후회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왕을 욕하는 국민들은 또 어찌나 많던지요. 모든 국민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과 전쟁이 승리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으며 마치우시는 싫어하던 공부도 좋아하게 되고 반항심을 갖고 대했던 어른들이 가진 해박한 지식과 지혜와 결단력을 깨달으며 참된 성장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난무하는 총알을 뚫으며 적진으로 달려가고 언땅을 파 참호를 만들고 몇날며칠을 참호 속에서 선잠을 자다 땅을 기어가 적군을 사살하기도 하는 등 여러 소소한 임무를 성공해내던 소년병은 스파이 업무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국방부장관의 훈장까지 받게 됩니다. (장관의 훈장을 받는 왕이라니요!! 후후후^ㅁ^) 그렇게 왕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밝히지 않고도 영웅과도 같은 대접을 받으며 마치우시는 아군들의 우호 속에서 결국 세 왕의 굴복을 받아냅니다. 찬란한 승리였어요.


"물론 우리 왕궁의 정원이 멋진 건 알아요.
하지만 혼자서는, 가장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슬프다구요." (p18)

 

 

전쟁의 종결, 이로써 마치우시의 성장기도 모두 끝이 났냐구요? 기쁘게도 또한 가엽게도 마치우시의 극기체험은 전쟁 후에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요. 백마를 타고 멋지게 환궁(할 뻔했지만 추락)한 마치우시는 전쟁으로 하여 12살 밖에 안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고 장관 같은 어른들에게만 모든 권력을 내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바로 어른 국회와 어린이 국회의 분리였어요. 12살까지의 어린이들은 자신과 어린이들이 선출한 의원들이, 그 이상의 어른들은 어른 장관들이 통치하는 법안을 만든 겁니다. 어른 국회의사당과 어린이 국회의사당, 어른 국회의원과 어린이 국회의원이 함께 한 모습이라니 너무 신기방기한 이 정책에 어린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여요.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 중인 불완전한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어른과 똑같은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존중받게 된 것이니까요. 마치우시는 아이들에게 매일 초콜릿을 나누어주고 그네와 놀이기구를 만들어주고 여름이면 가난한 아이들로 하여금 여름학교에서 생활하게 해주는 등 그가 생각하기에 오로지 어린이만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펼치지만 글쎄요. 어른과 어린이들이 마치우시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에게 감사했을지는 더욱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입니다. "뽀뽀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어른들만큼 많은 주머니를 가진 옷을 입고 싶어요, 아기와 여자애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등의 얼토당토 않은 법안 요구 속에서 잠자는 것도 잊고 먹는 것도 잊으며 어린이 복지에 힘쓰던 마치우시의 독특하고 해괴한 모험은 기어이 아프리카까지 향하는데요. 식인족과의 우정과 교류로 뜻밖의 황금과 다이아몬드까지 얻게 된 마치우시!! 이로써 어린이들을 위헌 정책에 부족했던 세수까지 완벽하게 확보 성공!! 그러나 아프리카의 황금과 다이아몬드는 이웃 왕들의 질시를 가져오게 되고 더욱이 마치우시의 정책으로 하여 타국 어린이들이 모여 데모를 하고 항쟁하기에 이르자 왕들은 무언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스파이들, 타국의 군수공장과 군대들, 평화로움을 위장한 언론 뒤에 감추어져 있던 어른과 어린이들의 때아닌 갈등으로 위기 속에 놓이게 된 마치우시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 걸까요? 왕에게 등을 보이기 시작한 국민들과 스파이의 농간, 마치우시가 끌고온 황금과 인기에 겁먹은 어른들에 대항한 마치우시의 모험은 성공리에 막을 내릴 수 있을까요?

"계집애인데 남자애들까지 합쳐도 최고야. 맙소사, 저 애 나라의 남자애들은 어떨까!"
"똑같아. 남자애라고 더 나을 건 없어.
하지만 백인 나라에서는 여자애들이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야." (p282)


 

 

세 번째 안건에서 여자아이들은 두 개,

남자아이들은 여섯 개의 주머니를 가지기로 했어요.
클루클루는 화가 났어요.
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세배나 많이,
다르게 말하면 여자아이들은 왜 네 개나 적게 주머니를 가져야 하는데요? (p301)


마치우시 1세는 시공주니어에서 처음으로 발행하는 폴란드어 완역본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본명은 헨릭 골드슈미트, 공모전에 참가하려고 지은 이름이 야나쉬 코르착이었다는데 누군가의 실수로 야누쉬가 되어 그 이후로는 쭉 야누쉬 코르착이라는 필명을 쓰셨나 봐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가난하게 자랐지만 뛰어난 학구열로 의사가 되었고 우연히 그 이름이 바뀌었던 것처럼 운명같이 '고아들의 집'을 설립하여 아이들을 키우게 됩니다. 아동인권운동가로 교육자로 어린이 친구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야누쉬는 2차세계대전이 터지고 나치들에 의해 고아들이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때에도 두려움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나치 장교가 혼자 살아나갈 수 있는 제안을 했을 때에도 그 기회를 제 손으로 뿌리치며 아이들과 함께 수용소행 기차를 타지요. 나치들이 준 15분의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소풍을 간다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던 야누쉬 코르착. 마치우시의 깃발을 들고 신나하며 행진하는 고아원의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로 함께 향한 것이 폴란드 영웅의 마지막 행보였습니다. 1923년에 출간된 마치우시 왕 1세 곳곳에는 이런 야누쉬 코르착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이해가 담겨있습니다. 교육자로 그가 고아원에서 시행했던 여러 교육방법의 실패담도 함께 어우러진 이야기들 속 자그마한 유머도 가치롭습니다. 무엇보다 출간년도를 잊게 만드는 어린이인권의식, 반인종주의, 패미니즘적 성향이 놀라움을 자아냈는데요. 아프리카의 식인족장의 딸 클루클루는 마치우시와 함께 야누쉬의 말을 대변하는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어른 백인남자들도 못잡는 늑대를 때려잡을 정도로 용감하고 여자아이들의 무가치함을 욕하는 어린이 국회의 남자애들에게 거침없이 반론하며 사람들의 까맣고 하얀 피부색의 구분까지도 훨훨 날려버리는 걸크러쉬 터지는 매력적인 소녀와 어린이들에 대한 자애가 넘치는 소년왕은 다음 모험까지 기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표지로 인하여 너무 슬픈 결말일까봐 걱정했는데 확실히 좀 우울한 결말이긴 하더군요ㅠㅠ 낭길리마로 떠나던 사자왕 요나탄과 칼(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자유낙하만큼 그 당시에도 논란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되는데 다행히도 다음 권 <무인도의 마치우시 왕>이 있다 하니 부디 빠르게 번역되어 이 궁금증과 우울함을 날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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