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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 고승의 환생, 린포체 앙뚜 이야기
문창용 지음 / 홍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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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티베트 말로 린포체는 존귀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전생의 선한 업을 잊지 않고 고스란히 이어갈 운명을 지고 태어난 고승의 환생체를 일컸는데요. 어린 아기일 때부터 난 자리가 깨끗하지 않거나 흰옷을 입거나 부정한 것을 접하면 혀가 까맣게 되며 열병을 앓구요. 기이하게 성숙한 태도는 부모로 하여금 그가 린포체임을 알게 합니다. 덕이 높은 고승들에게 보이면 한 눈에 그가 린포체임을 알아보기도 한다 하니 티베트인들에게만 내려오고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내력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무병처럼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그렇게 린포체로 태어난 한 아이와 제자로 맞아들였던 동자승을 오히려 스승처럼 모시며 돌보게 되는 늙은 승려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린포체의 전생을 찾아가는 길고 고단한 여정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구요.
환생자들은 대게 그 자신을 증거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전생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모셔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섯살에 동자승이 되어 여섯살에 린포체임이 밝혀진 앙뚜는 열두살이 되도록 찾아오는 이가 없어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티베트 캄에 있는 그의 제자들은 여기 라다크에 그들의 스승 '족첸 귤멧 나톤 왕보'가 태어났음을 모르는 걸까요. 그도 아니면 중국으로부터 가로막힌 국경을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는 걸까요. 천성이 밝은 앙뚜에게도 닿지 않는 소식은 슬프고 속상한 일입니다. 존경을 표하던 마을 사람들이 린포체임을 의심하고 비웃으며 보내는 뾰족한 눈길도 아프기만 하고 한 사원 안에 두명의 린포체가 있을 수 없어 내쫓기기까지 하니 하늘 같던 자존심도 파스스 무너져버리고 말아요. 사춘기의 격정까지 더해져 풍랑처럼 들썩이는 앙뚜의 마음은 오로지 노승 우르갼만이 헤아릴 수 있습니다. 린포체를 사랑하고 린포체를 존경하고 린포체를 아끼는 이 일흔에 가까운 승려가 기어이 티베트로 앙뚜를 모셔갈 여정을 시작한 것도 모두 앙뚜에 대한 그지 없이 깊은 사랑 때문이었지요. 언제 닿을지도 알 수 없는 머나먼 길을 오로지 걷고 또 걸으며 앙뚜와 우르갼은 캄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제자들과 조우해 그 자신이 캄의 고승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시작은 그런 궁금증으로 하여 마음이 부풀었지만 끝내는 앙뚜와 우르갼이 그저 오래오래 사랑하고 아끼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그들 두 사람이 또 그렇게 함께이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