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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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이다. 두 권짜리를 한 권으로 엮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문학동네의 회심의 준비작인 듯 전공서적 같은 크기의 판형에 양장, 홀로그램까지 끼얹어져 보는 순간 앗, 눈부셔! 감탄이 나온다. 700에 가까운 페이지에 겁 먹고 사흘밤을 꼬박 새야하려나 덜덜 떨었는데 페이지가 함정이었다. 거의 700이 거의 200인 것처럼 느껴지며 시간 삭제, 정신 차려보니 완독이더라. 서점에 구경 가서 1권 언제 다 읽을지 모르니까 다 읽고 나서 재미나면 2권이랑 사야지 하고 표지만 구경하다 왔는데 적립금 이리저리 쓸 수 있을 때 미리 사올걸. 시리즈는 필 받았을 때 읽어야 하는 것을. 아까워 죽겠다ㅠㅠ

밀레니엄 시리즈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구성하는 것은 두 가지 큰 줄기의 사건이다. 하나, 밀레니엄잡지의 발행인이자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금융계의 불법선두주자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의 대결. 또하나, 미카엘과 보안회사 밀톤 시큐리티의 조사원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방에르 가문에서 실종된 하리에트 방에르에 대해 추적하는 과정. 전자가 시냇물 같은 줄기였다면 (그래서 좀 잔잔했다면) 후자 방에르 가문과의 이야기는 폭풍우 치는 해안가와 같아서 거센 비와 바람과 파도가 넘실넘실 출렁였다. 전자의 대결에선 1차적으로 미카엘이 패배했다. 벤네르스트룀의 불법을 고발했다가 역으로 함정에 빠져 명예훼손으로 징역형을 받고 젊은 날의 별명으로 놀림 받으며 하마터면 수치사할 뻔!!...까지는 과장이지만 좀 많이 힘들어한다. 본인이 발행하는 잡지에 폐가 될까봐 직함도 내려놓고 15만 크로나(검색하니 우리 돈으로 이천만원 정도)도 배상해야 하는 와중 스웨덴 재계의 거물 방에르 가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전화위복이 된다. (과연??) "회장님이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스러운 전형적인 재벌형 대화의 끝엔 방에르 회장의 자서전 집필과 관련한 계약서 한 장과 방에르 가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면 계약서 한 장이 들려진다. 재벌 그까짓 흥칫뿡 하던 미카엘이었지만 방에르 회장 헨리크의 조카딸 하리에트(가족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의 사건을 조사해주면 진실이 밝혀지든 아니든 벤네르스트룀의 불법 증거와 함께 증인이 되어주겠다는데야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친나치 성향 가득한 인종우월자들이 그득한 방에르 가문의 쓰레기들에 대한 역사,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16세 소녀의 미스터리, 매년 헨리크의 생일이면 도착하는 소포, 미카엘과 리스베트를 위협하는 움직임, 폐쇄적이고 답답한 분위기 속 암울한 느낌의 방에르 가의 집성촌, 리스베트의 순정이 얽히고 섥히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시간을 압도한다.  

무엇보다 그녀, 리스베트, 여지껏 읽었던 소설 중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부도덕하고 신선하며 호감이 가는 여자 주인공. 그녀로 말미암아 이 책이 더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참고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가장 충격적인 여주인공에는 패터 회 작가의 수잔 캐릭터가 가장 높이 랭크되어 있었다.) 거식증 환자처럼 깡마른 외모에 선머슴 같이 짧게 친 까마귀 같은 머리, 코와 눈썹의 피어싱, 말벌 등 각종 문신, 펑키한 스타일 등의 외양을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짬밥 꽤나 먹은 기자까지 놀라 넘어갈 정도의 무시무시한 정보해석과 해커능력, 경제사범이 되거나 주폭의 노림수가 될지도 모를 남의 비자금 꿀꺽하기 등의 범죄를 저리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적 태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데 (그것도 상대의 눈 앞에서) 한치 주저도 망설임도 없는 비도덕성, 법적 후견인인 사디스트 닐스 (이 새끼는 죽여버렸어야 했는데ㅡㅡ;)의 성폭력에 대응해 사디스트를 공부하고 그와 똑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동해복수법으로 진압하는 명쾌한 태도, 살인미수 현장에서 보여준 늠름한 태도 등 깡따구 넘치는 리스베트 아가씨를 상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반사회적 성향과 병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타인과의 미숙한 교류는 안타깝지만 실제 인물이 아닌 소설 속 인물이기에 나는 시리즈 내내 그녀의 이와 같은 성향에 변동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 반면에 남자주인공 미카엘은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스릴러를 많이 읽지 못한 탓에 딱히 남주 취향이랄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선 생각이 변했다. 미카엘 같은 남성은 취향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너무 방만해서 싫다. 아무래도 내 취향엔 사랑했던 여자를 위해 11년간 감방에서 고행한 마이클 로보텀 작가의 오디나 결국 이혼 당하긴 했지만, 딴 여자도 만났지만, 어쨌든 순정(?)은 훼손되지 않았던 조 올로클린 쪽이 잘 맞는 듯. 순정 미스터리 남주들을 내세웠던 갓보텀님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대신에 갓보텀님 책엔 리스베트가 없었으므로 새임새임. 근데 가만.. 쓰다보니 육체적으로 방만하긴 리스베트도 마찬가지인데 왜 리스베트는 취향이지? 이것도 남녀 역차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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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7-10-1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방예르 집안의 비밀이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