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앳 홈
루카 도티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커다랗고 까만 설글라스, 길다란 담뱃대, 말라깽이 같이 늘씬하고 길쭉길쭉한 몸매, 어딘지 수줍은 듯 커다란 미소와 도로 위의 빨간 니트 그리고 여러 아이들에 둘러쌓여 있던 유니세프의 천사. 찰칵찰칵 사진으로 찍은 듯 단편적으로만 남아있던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오드리 앳 홈", 헵번의 둘째 아들 루카 도티가 쓴 오드리 헵번의 식탁전기입니다.

사브리나, 마이 페어 레이디,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의 아침 등의 영화를 보았음에도, 아니 영화 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사실 이 고전 배우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녀가 안네의 일기를 쓴 그 안네 프랑크와 같은 해에 태어나 나치의 박해를 겪어야 했던 사람이라는 것도, 유엔군 병사가 던져준 초콜릿 바 세개로 굶주림을 떨쳤고 그 이후에도 오래도록 초콜릿을 사랑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종이인형처럼 깡말라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파게티 매니아라 기본 두 접시는 끄덕없이 소화시키는 (때때로) 대식가였다는 사실도 모두 이 책에서 알게 된 것들입니다. 공주님처럼 예쁜 외모로 삼시세끼 레스토랑의 우아한 식사만 했을 것 같은 배우가 실은 가정주부를 꿈꾸었고, 마켓에서 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갖은 토핑을 올려 먹으며 수다떨기를 좋아했으며, 티비 드라마를 볼 때엔 파스타에 시판 케찹소스를 듬뿍 흔들어 만든 케첩 펜네 접시를 꼭 끌어안고 먹었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요. 도무지 믿어지지 않지만 루카 도티의 기억을 빌어 믿지 않을 수 없는 스파게티면으로 꽉 채워진 가방 등은 또 어떻구요. 일본 등으로 먼 홍보길에 오르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면 오드리 헵번이 큰 가방이 터져나가도록 스파게티 면과 올리브유와 파마산 치즈를 빵빵히 채워 넣었다는 사실을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와 관련한 이미지 속의 그녀와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들을 그녀의 아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로 만날 수 있어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았어요. 식탁전기를 표방하고 있기에 50여가지의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하구요. 이때껏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헵번의 어린 시절과 결혼, 은퇴 후의 여러 사진들도 함께 첨부되어 있습니다. (사진이 족히 백장은 넘어가는 것 같아요!) 요리 문외한인 저로서야 네덜란드식 헛스팟이나 논나 테의 카레, 오소부코, 라 페지블 등의 음식을 따라 만들 일은 영영 없을 것 같지만요. 엄청난 분량의 사진과 알뜰살뜰 맛있게 꾸려진 사연만으로도 넉넉하게 배불러지는 오드리 앳 홈이었습니다. 

** 아참, 책 속 많은 사진들 속에서도 저는 어린 루카 도티의 생일 파티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맥 앤 치즈를 나누어 주던 친구 엄마가 알고 보니 유명한 배우였다는 사실을 거기 있는 아이들은 언제쯤 알게 되었을까요? 그 사실을 알고서 깜짝 놀랐었을지, 친구 엄마의 영화를 보며 저분이 내 접시에 맛있는 맥 앤 치즈를 덜어줬었는데! 하고 추억했을런지, 것도 아니면 아름다운 대배우의 모습에 가슴 두근두근했을런지, 너무너무 궁금해 그 친구들을 인터뷰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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