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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평점 :
보통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은 책들도 절반 정도를 넘어가면 아! 하고 줄기와 흐름이 잡히게 마련인데 이 <책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읽으면 읽을 수록 더더욱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분류불가, 설명불가, 스포일러 엄금, 초절정 미스터리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느낌의 띠지 속 문구에 마음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분명 평범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미치오가 죽은 학급동무를 발견하던 그 장면까진 분명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p436)
여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미치오 반의 왕따 소년 S가 학교를 결석합니다. 담임 이와무라의 부탁으로 S의 집을 방문했던 미치오는 해바라기가 훤히 보이는 방 안에서 S가 목을 매달고 죽은 것을 발견해요. 충격을 받은 미치오가 곧장 학교로 돌아가 담임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만 문제는 그 사이 미치오의 시체가 실종되었다는 건데요. 혹시나 미치오가 거짓말 한 게 아닐까 하는 잠시의 의심에서 벗어난 경찰들은 S의 시신을 찾으러 수색에 들어가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렇게 밖의 세상이 혼란하던 그 때에 또다른 혼돈으로 고통받는 미치오의 집을 무언가가 방문합니다. 저장강박증이 심각한 미치오 어머니와 아내의 정신병과 자식 학대를 방치하는 아버지가 만들어내는 히스테릭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그 무언가로 인해 장르는 미스터리에서 곧 혼령물, 환생물로 정체가 일변해 버리는데요. 그건 바로 S!! 거미로 환생한 죽은 S의 영혼이었습니다. 애초에 미스터리가 아니었던걸까. 아니면 심령 미스터리였던걸까. 이때부터 소설은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달음박질 치기 시작합니다. <신비소설 무>나 <퇴마록>에서나 느꼈던 으슬으슬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기이함 속에서 미치오와 여동생 미카는 이 기묘한 존재에 매료되어 S의 시체를 찾아나섭니다. 사건의 당일 아침 행적이 불분명한 담임 이와무라에 대한 의심,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꿍꿍이의 거미 S, 거미 S의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미카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는 미치오, S의 이웃집 할아버지 다이조, 무녀로 점을 치며 미치오를 돕는 도코 할머니, 아들을 무서워했던 S의 어머니. 거기에 동물연쇄살인범과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치오를 증오하는 친모까지 얽히고 섥히며 이야기는 도무지 풀어헤칠 수 없는 실타래로 오리무중이 되어가는데요. 호더, 페도필리아, 근친, 강박증 등의 여러 심리적 현상들에 매몰된 인물들과 자신만의 세계로 단단히 무장한 채 위험으로 뛰어드는 미치오의 이야기, 더하여 어마무시한 반전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그 창백한 여름 속으로 독자를 사정없이 팽개쳐 버립니다.
정말 무서워요. 모든 것이 무섭고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제게 있어선 올 여름 최고의 기담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도무지 풀이할 수 없는 것들까지 더해져 아직도 머리가 멍 한데요. 그럼에도 이 책에 쏟아진 모든 찬사에 동의하며 환상 미스터리, 심령, 신비, 공포 이 모든 걸 아우르는 대단한 책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분들께 단연코 이 책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추천하겠습니다.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