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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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신작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의 무대는 일본의 센다이입니다. 전작 <종말의 바보>에서 3년 후의 혜성 충돌을 앞두고 있던 이 도시가 이번엔 일본의 시범 정책인 "평화경찰"의 감시대상이 되어 단두대에 오릅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지역인지!!

평화경찰이라는 것은 일제시대의 특고와 같은 위치로 영장 없이 일반시민을 체포하거나 수색할 수 있고 자백만으로 즉결심판, 사형까지 언도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권력입니다. 사회에 특별한 해악을 끼치는 위험분자로 체포되었기로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없고 재판도 받지 못합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대상으로도 어쨌든 형식상의 요건을 갖추었던 일본의 사법체계가 얼마나 무자비한 형태로 진화하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디스토피아 세계의 방점인 것도 같습니다. 일제시대를 배우며 큰 한국독자의 입장에서는 여기 센다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꼭 식민지 조선을 보는 듯이 익숙해서 말이죠. 그때의 특고나 센다이의 평화경찰이나 사이코패스 사디스트인 것은 꼭 같아서 변태 새끼들이 얼마나 사람을 농락하는지 고문의 페이지를 읽는 게 아주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고문의 방법이 아니라 고문의 행사자가 일본인이라는 데서 오는 반감이 너무 커 (그 피해자가 한국인도 아닌데!!) 저 스스로도 좀 놀랐을 정도니까요. 어쨌든 피의자가 무죄로 풀려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심 됩니다.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도 죄는 죄니까!"(p49) 잡히면 그냥 죽는 것으로 끝. 곱게도 못 죽어서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시민들이 응집한 광장에서 단두대에 올려 공개처형을 시켜버리죠. 물론 효과는 있습니다. 시민들은 겁을 먹고 위축되어 누구나가 실감할 정도로 범죄의 수치가 줄어듭니다. 또 어떤 이들은 그런 가학적인 장면을 보며 검투사의 경기를 본 로만인들처럼 흥분하여 더 자주 더 많이 사형이 집행되길 바라기도 하지요. 무슨 연유로든 "정의로운 결과는 나타나고 있다!"라는 것이 평화경찰을 지지하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 책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이 단어 "정의로운 결과"에서부터 주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정의 또는 도덕까지도 과정과는 무관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경제효용적 수치 하나로 목표하고 판단할 때 나올 수 있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마녀재판, 무고, 의심, 감시, 그리고 공인된 폭력. 그렇게 수치적으로 줄어드는 범죄의 건너편에서 높아지는 공권력의 부패가 만연하는 속 난데없이 등장한 남자가 있습니다. 영웅 각시탈!!은 아니고 베트맨 같기도 하고 가면라이더 같기도 한 의문의 스키마스크의 남자.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폭탄도 아닌 희한한 구슬을 경찰들에게 집어던지고서 목검 하나로 악인과 평화경찰을 무찌르지요. 이 남자를 잡기 위해 중앙 경찰에서 파견된 곤충 애호가 홈즈 같은 조사관 마카베 고이치로와 마카베를 보좌하는 왓슨 역할의 센다이 지역 경찰관 니헤이가 "정의의 편"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과 결과가 아주 기가 막힌 작품입니다. 이사카 코타로의 전작들처럼 기대했던 인물이 기대 이상의 역량까지 발휘해주어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럽기도 했구요. 아래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 문구입니다. 어쩌다 보니 다 결말 속에 등장한 말들이군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세상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니까. 그게 싫으면 화성에라도 가서 사는 수 밖에 없지." (p482)

"뭐가 어떻게 변하든 세상이 올바른 상태가 된다고는 할 수 없지. 추가 흔들리듯이 언제든 이전 시대의 반동이 일어나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니까. 중요한 것은 오가는 균형이라고. (p481)

"정의란 어디에도 없어.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브레이크를 밟아 조금 천천히 가는 정도지." (p481)

시민들이 다함께 우리 사회의 브레이크를 밟았고 급정거는 힘들지라도 조금씩 정의롭지 못한 것들의 속도가 줄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설령 그것이 잠시간의 환상이나 착각일지라도 어쨌든 내가 속한 사회가 어제보단 낫다고 생각하며 살게 되니 참 만족스럽고 좋아요. 평범한 소시민인 제가 이 땅을 벗어나 화성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국을 뜨고 싶게 만드는 절망스런 일들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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