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제인 하퍼의 소설 드라이를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나요 재미나. 습기 하나 없이 깡말라버린 강, 긴 가뭄으로 인해 3분 안에 끝내야만 하는 샤워, 손실을 막기 위해 죽여야 하는 동물들, 마른 풀들과 뜨겁고 건조한 바람을 휘감는 총소리, 대출과 이자와 불황과 가뭄의 연이은 엇박으로 인한 주민들의 폭발직전의 스트레스, 메말라버린 인심 등 호주의 외딴 시골 마을 키와라의 버석버석하고 뜨거운 열기들을 상상하면서 읽었더니 대여섯 시간이 그냥 후다닥 지나가 버리는군요.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장례식에 와라."

거짓말, 장례식, 뭔가 굉장히 의미심장하지요? 드라이는 크게 두 개의 전지적 파트로 나뉘어집니다. 주인공 포크의 과거와 포크의 현재. 금융계 형사 포크가 친구 루크와 그 일가에 닥친 불행한 사건을 조사하는 현재 속에 그의 십대 시절을 다룬 과거의 일들이 드문드문 등장하며 안타까움과 아련함, 긴장감을 더하는데요. 어린 시절의 포크에게는 루크와 엘리라는 아주 친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저 어린 아이들이기만 했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던 그들의 관계가 사춘기를 지나 여성, 남성이라는 성에 대한 인식이 끼어들기 시작하며 우정과 사랑 사이에 뭔가 미묘한 틈이 생기기 시작하지요. 서투름과 어색함과 풋내나는 열정 사이에서 헤매이던 이들에게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은 엘리가 강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 그녀의 뒷주머니에 포크라고 적힌 메모가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사건 발생 추정 시각의 알리바이가 없던 포크를 위해 루크가 그들이 함께 토끼를 잡았다는 거짓된 증언을 하여 포크의 혐의를 벗기지만 자살이냐 타살이냐 확정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엘리의 아버지와 사촌은 포크 부자를 살인마, 변태로 고립시켜 그들이 키와라를 떠나게 만듭니다. 그러나 실은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고 포크는 내내 의심하고 있어요. 포크에게 알리바이가 없던 것과 마찬가지로 루크에게도 알리바이는 없었다는 것. 꼭 무언가를 덮기라도 하려는 듯 다급히 범인을 만들어 여론몰이 하던 엘리의 아버지 등으로 말이죠. 그러나 묵은 상처를 들추기엔 포크 자신의 아픔이 너무 깊었고 도시 생활에 일말의 만족감도 있었기에 외면하던 고향땅이 다시금 포크를 부릅니다. 그의 친구 루크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을 했으며, 나는 너희들의 지난 거짓말을 알고 있다는 루크 아버지의 한 장의 편지 때문에 금의환향도 아닌 엉거주춤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죠. 모든 사건에서 눈을 감고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포크의 갈등, 엘리의 사건을 기억하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포크에 대한 냉대와 터부, 모두의 생계가 거미줄처럼 이어진 시골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에의 공포, 가깝지만 먼 이웃들의 비밀, 외부인에 대한 비상식적인 경계, 카리스마 있지만 어딘지 짖궂고 잔인한 구석이 있는 루크와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 특유의 신비한 매력을 가진 엘리, 정직하고도 강건한 경찰 라크, 루크와 긴 시간 연애한 전적이 있는 미혼모 그레천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심리와 의도, 행위들이 더해져 긴장과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소름끼치게 잔인한 류의 묘사나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건 전개와는 거리가 멀지만 호주의 뜨거운 햇볕과 폐쇄적인 시골의 분위기, 매력적인 인물만으로도 높은 몰입갑을 만들어내는 소설이에요. 작가분이 2권을 집핍할 예정이라고 하니 시리즈로 포크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의 로맨스도요. 물론 스릴러 소설 속 주인공의 사랑 따위 사치일 수도 있지만 포크는 너무 외로워보여요. 정 로맨스가 힘들다면 브로맨스도 괜찮습니다 작가님! 브로맨스 대환영!! (루크가 포크의 창을 열고 들어가 알리바이를 외우게 하는 장면 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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