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7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양미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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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책보다 먼저 만났던 귀여운 TV 만화 속 도로시. "캔자스 외딴 시골집에서"로 시작하는 애기애기한 주제곡과 통실통실한 얼굴의 도로시가 아주 귀여웠는데 정작 결말까진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즈의 마법사 1권의 내용 뿐만이 아니라 시리즈의 여러 재미난 에피소드를 묶어 만든 방영분이었다는데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빨간머리 앤과 함께 36화 전체를 다시 시청하고픈 욕구가 넘실넘실 일렁입니다. 그리고 중학생 때 만난 명작 영화 오즈의 마법사. 우리의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랜드의 아름다운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가 흐르는 대단한 작품이지요. 캔자스에서 먼치킨 나라로 넘어가는 속 반전되던 흑백과 칼라의 깜찍한 변화나 술 취한 요정 같았던 먼치킨들, 노란 벽돌길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한데 정작 이 영화 속 오즈나 에메랄드 시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해요. 거기다 참 도로시의 은구두도 영화 속에서는 빨간색으로 반짝반짝한 루비 구두였었지요? 영화를 볼 때에는 원작의 구두를 몰라서, 처음 전자책으로 만났을 때에는 영화를 떠올리지 못해서 아무런 의문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금 책을 읽다보니 루비 구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군요. 뭐가 됐든 은구두 보단 루비 구두쪽이 더 매력적인 느낌이긴 합니다. 만화와 영화가 워낙에 재미났던 탓에 전 사실 이 책을 굳이 읽어야겠단 생각을 안했었는데요. 한 십년쯤 전에 전자책 도서관에 작품이 있길래 그냥 슥 한번 본다는 게 푹 빠져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원작까지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건. 삼위일체에요! 올 여름에도 도로시를 만나볼 생각으로 이참에 아예 책을 구매했는데요. 번역이 좋다는 비룡소와 시공을 두고 갈등하다 인디고로 갈아탔습니다. 김민지 작가의 삽화가 워낙에 사랑스러운데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고 나니 인디고 명작세트도 괜찮게 느껴지더라구요.

캔자스의 무서운 회오리 바람에 날려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먼치킨 나라에 떨어지게 됩니다. 우연찮게 사악한 동쪽마녀를 깔아 뭉게고 마녀의 은구두를 얻게 된 도로시는 엠 아줌마와 헨리 아저씨가 있는 켄자스로 돌아가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요. 그 여정에서 뇌가 없어 똑똑하지 않은 허수아비와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를 만나게 되지요. 커다란 도랑을 건너고 무서운 괴물 칼리다를 물리치고 여왕쥐의 도움을 얻어 양귀비 꽃밭을 지나 입성하게 된 에메랄드 시에서 네 명의 친구들은 서쪽 마녀를 물리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오즈의 주문에 다시 윙키들이 노예로 잡혀있는 서쪽 나라로 떠나게 됩니다. 괴력의 소유자 날으는 원숭이와의 만남, 사악한 서쪽 마녀의 계략에 하늘에서 떨어지고 짚이 빠지고 창살 우리에 갇히는 동료들과 하루아침에 마녀의 식모살이를 하게 되는 도로시. 두려움을 물리치고 마녀를 무찔러야 할 역할을 홀로 떠안게 된 도로시의 기지와 우연과 상냥함이 예쁜 동화책입니다. 도로시와 친구들이 긴 길의 여정에서 배우게 되는 지혜와 사랑과 용기와 우정 속에서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음이 환해졌는데요. 그와 별개로 캔자스로 복귀한 도로시의 기쁨이 오래 갔을지는 의문입니다. 무뚝뚝한 아주머니와 아저씨, 가난하고 척박한 캔자스의 삶, 친구라고는 오로지 강아지 토토 뿐인 고아소녀의 생활을 생각하면 도로시와 토토가 오즈를 떠난 것이 해피앤딩이 맞는건가 싶어져서요. 무지개 너머 저 어딘가, 하늘은 푸르고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이 되는 그 파랗고 청명한 세계 속에 그냥 남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휴가의 끝, 월요일의 출근을 앞둔 직장인은 회의 속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습니다. 저는 정말로 어른이 다 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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