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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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센 씨, 여기 이거 보여요?"
켈센은 나를 쳐다보았다.
"애 엄마요, 애 엄마." 내가 말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 알죠?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눈, 머리카락, 연금, 모든 걸 다 내놓잖아요. 그건 내 반쪽일 뿐이에요. 다른 반쪽은 뭔지 알아요? 미치광이 과학자예요. 프랑켄슈타인, 마부제 박사,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합쳐진 잡종이 나예요. 거기서 어떤 독종이 나왔는지 곧 보게 될 거에요. 켈센 씨 날 봐요. 내가 얼마나 막다른 상황에 처했는지 아시겠죠?" (p158)

자녀들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모성이라니!! 그녀는 켈센이라는 토목학교수의 무릎에 앉아 그의 재규어를 이 벽에 박고 저 벽에 박아가며 협박합니다. 미래 위원회가 뭐냐, 나는 엄마고, 물리학에 미친 여자고, 우리 아이들은 미래 위원회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 살만큼 산 나는 곧 죽어도 상관없지만 아직 세상 맛도 보지 못한 내 아이들은 아니다. 네가 미래위원회에 관해 알려주지 않으면 너를 끌고 얼음장 같은 바다로 재규어와 함께 퐁당 빠지겠다 하면서요. 그녀와 그녀의 아들은 오늘 한번 죽을 뻔 했고 남편과 딸도 곧 그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눈에 뵈는 게 없죠. 이렇게 얘기하니 대단히 모성 넘치는 어머니의 파이팅 넘치는 스릴러물인 것만 같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대단한 막장가족의 대를 이은 막장 스릴러였습니다. 꽤 유명한 잡지에서 덴마크의 위대한 가족으로 소개되었던 적도 있는 이들은 실로 스펙타클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아빠 라반은 유명한 음악가인데 인도 부족장의 딸(무려 18세!!)와 도망쳐서 인도 마피아에 쫓기고 있구요. 물리학자이자 유명 교수인 엄마 수잔은 26세 애인에 대한 폭행, 살인미수 혐으로 25년형을 언도 받기 직전입니다. 쌍둥이 중 남아인 하랄은 밀수품을 들이다가 고소를 당했구요. 딸인 틴트는 백만 신도를 거느린 종교 지도자와 사랑의 도피 중이지요. 감옥으로 수잔을 찾아온 전 덴마크 법무부 장관 토르킬 하인은 그녀에게 제안을 합니다. 수잔과 남편, 아이들의 혐의를 벗겨주고 현재 해외 도주 중인 그들을 덴마크로 안전하게 이송시켜 주겠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었으니!! 수잔 이펙트, 진실을 말하게 만드는 그녀의 능력으로 덴마크의 비밀 결사대, 싱크탱크 미래위원회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내라는 것이었지요. 라반과 수잔, 하랄과 틴트 가족은 평범한 가정, 안전한 생활로의 회귀를 위해 미래위원회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나서지만 그들의 앞날엔 먹구름만 가득했으니 협박과 폭력, 살인, 강간, 감금, 세기말적 종말까지 갈수록 커지는 스케일에 입이 쩍!!! 그러다 막판 세레나데의 앙상블엔 웃음이 팡팡 터져나오는 소설 되시겠습니다. "이 낯선 스릴러가 결국은 로맨틱 코미디였단 말인가?(옮긴이의 말)" 하구요.

사람으로부터 진실을 뽑아내는 수잔의 능력 수잔 이펙트,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노래와 포옹을 부르는 라반 이펙트, 한번 읽은 것은 모두 기억하는 인간 컴퓨터 하랄과 살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노숙자가 끼인 크리스마스 파티는 꼭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대책없이 낙천적인 틴트. 이 개성적인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가족심리스릴러가 수잔 이펙트였습니다. 가족이래도 서로 막 죽고 못살게 절절한 것도 아니요, 바람 나 이혼 직전이라고 원수처럼 으르렁 거리는 것도 아니요, 부부와 아이들 모두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사람들이라 신선하더군요. 인물 면면이 호감과 비호감의 줄다리기를 펼친다고나 할까요? 특히나 수잔은, 정말 이런 여주인공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독특했는데 초능력 같은 능력도 대단하지만 한 성격 하시는 분이거든요. 자신을 강간하는 남자를 전기드릴과 발코니 나사로 드르륵 박는 모습이 엄청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소년원에 갔냐는 아들의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듣는 이들이 외려 무안해져 자리를 비우는 순간에 그녀가 크리스마스 파티 후의 휴식에 안도하며 노숙자와 맥주를 마시는 점도요. 주인공 이하 등장인물들의 팡팡 튀는 성격이 지루한 스토리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영화 아일랜드를 생각나게 하는 세기말적 상상력과 음모로 가득한 이야기 자체는 꽤 익숙하고 흥미롭지만 물리학적, 과학적 수사가 가득한 문장들 때문에 사실 읽는 진도는 좀 느렸거든요. 수잔 이펙트가 그냥 그대로 사람 이름인 줄로만 알았던 부끄러운 기억과 함께 완독한 책으로 정리합니다. 참고로 이들 가족의 성은 스벤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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