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시런니가 필요해 - 인생 신생아 은시런니의 사이다표 드립뱅크
유은실 지음 / MY(흐름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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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살아보니 ㅂㅅㄴ 보다 ㅆㄴ이 살기 편해"

뭐 대단하게 오래 살은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만 살아봐도 알겠다. 누가 뭐래도 ㅂㅅㄴ 보다 ㅆㄴ이 살기 편하다는 걸. 날 믿고 신입을 구했으니 교육 좀 시켜달라며 직원을 보낸 곳이 있었는데 어찌나 뻔뻔하게 요구하던지 얼이 빠져 대응도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서로가 민망한 처음을 지나고 나니 내가 선임도 아니건만 그 직원은 거의 한달에 걸쳐 하루에도 열 두번씩 전화를 해댔다. 직원은 무슨 죄냐며 (보통 사람이면 그렇게까지 전화하지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인지상정으로 도와줬더니 석 달도 못버티고 퇴사를 했다. 퇴사까진 그러려니 한다. 개인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퇴사 며칠 전까지도 이거 모르겠다며 전화하던 양반의 징징거림을 들어주고 앉았던 내 입장에서는 말 한마디 않고 나간 직원에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전화하고서는 이건 어떻게 하는 거고 저건 어떻게 하는 거냐며 꼬치꼬치 캐묻다 왜 이렇게 어렵냐며 짜증 부리는 진상은 또 어떻고. 옮겨간 곳의 일처리가 이상하니 확인 좀 해달라는 전화에는 할 말을 잃었다. 친절을 모토로 서비스를 해주면 요구 사항은 더 더 늘어난다. 해줘서 고마운 건 처음 뿐이고 나중에는 무턱대고 찔러본다. 그런 사람에게 대응하다 보니 나도 점점 ㅆㄴ이 되고 만다. 걔 까칠하더라가 걔 만만하더라 보다는 내 시간, 내 체력, 내 돈을 아끼는 길이라는 걸 사회생활을 하며 깨닫는다. 그런 내 모습이 좋으냐면 그건 또 아니라서 까칠함을 마구 발산한 날은 하루가 더 길고 피곤하다. 맥주 한 캔, 마구 친절해져도 좋을 사람, 나를 만만히 보지 않을 사람이 그립다. 언니가 필요한 순간이다.

은시런니는 사십대에 가까운 유은실씨가 상처 가득한 날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으로부터 시작한다. 욕이 하고 싶다고 현실에서 마구 발산할 수는 없다. 열 받는다고 다 풀고 살면 사회생활은 물 건너가는 거다. 조용히 처리되던 찌꺼기가 그림으로 화해 짦은 문구와 함게 인스타에 올려지면서 마법 같은 일이 생겨난다. 그녀의 글과 심통 가득한 은시런니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인기를 얻고 책이 만들어졌다. 365일치 분량의 글과 그림은 짧지만 유쾌하고, 직설적이고, 솔직하고, 다감하다. 인기를 끈 이유를 알겠다. "삶은 삶은 달걀, 더럽혀진 생각을 빨고 싶다, 월화수목금을 없애려는 완전 범죄의 꿈, 내가 내일의 나에게 할 일을 미루는 게으름, 먹고 자고 싸는 만족스런 잉여력, 정지 화면처럼 씻지도 일어나지도 않는데 후다닥 지나가버리는 하루의 아쉬움,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이 공감 이백프로다. 중간중간 나왔던 내용이 또 나오는 것 같은 기시감은 있지만 365일 일상이 다 그렇고 그런거지 하며 넘기면 그만이다. 진상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내 구질구질함과 연이은 다이어트의 실패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고민에 짧지만 간결한 위로가 있다. 폭탄 같은 웃음은 아니었지만 한 모금 사이다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은 순간 만나고 싶은 은시런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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