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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이라니 이 책을 그냥 봐선 그저 소설 같은데요. 사실은 실존인물이랍니다. 독일에 뮌히하우젠 남작이라는 입담 좋은 귀족이 살았다네요. 18세기에요. 꽤 점잖은 양반이었던 모양이지만 남자들의 군대 모험담, 사냥 모험담엔 시대를 관통하는 뻥이 섞이기 마련이잖아요. 이 귀족 나으리도 익살이 넘치는 재담꾼으로 허세 좀 부려가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흥청흥청 늘어놓길 좋아했나봐요. 그것이 어쩌다보니 지역내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 잡지에도 몇 편 실리고 되고, 명성도 얻고, 처음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모양인데 아뿔싸!! 저작권과 사생활 보호는 물로 보던 시대이다 보니 본인도 모르는 새에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게 된 것 아니겠어요. 라스페라고 고고학 강의도 하고 고대 문화재 카탈로그도 작성하는 등 뭔가 능력은 있었던 모양이지만 제가 보기엔 영판 사기꾼 같은 횡령꾼한테 걸려서 그의 이름과 이야기를 하루아침에 도둑맞게 된 것이지요. 더 과장되고 더 허풍선이가 되어 등장한 책 속 뮌히하우젠 남작은 그야말로 우스꽝스럽고 괴짜에 어떻게 보면 해괴망측하고 미치광이 같기도 하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쏙쏙 자극하게 되는데요.
나의 모험담이 허풍같고 의심스럽다 하더라도 진심임을 의심치 말라는 둥, 진실에 대한 증인으로 걸리버와 신밧드와 알라딘을 세워 시청에 가서 증명서를 받겠다는 둥, 나는! 나는!! 나는!!! 진실하다!!!! 고 얼마나 목청 높여 외치는지 책에 목소리가 있었다면 제 귀가 뻥 터졌을지도 몰라요. 그는 달나라도 두 번이나 여행하구요. 북극에도 다녀와요. 돈키호테도 만나고, 수에즈 운하도 건설하고, 무지개다리도 놓고, 사막과 바다를 건너고, 독수리를 타고 하늘을 오르고, 스핑크스를 농락하고 등등등의 갖은 모험을 겪게 되요. 아참 달나라에선 원주민도 만나는군요. 요즘으로 치면 달나라 외계인인 셈인데 이 외계인들은 한 달에 꼭 한 번 꼴로 밖에 밥을 안먹는다는군요. 밥도 입으로 먹는 게 아니고 옆구리를 열어서 음식을 넣는다나 봐요. 일년에 열두 번 밖에 음식 섭취를 안한다니!! 아, 상상하기 싫어라.
짤막한 이 이야기들로도 그의 모험담에 얼마나 큰 뻥들이 드글들글할지 상상이 되시지요? 뻥이요~ 뻥이요~ 뻥이 풍악을 울릴 지경인데 문제는 이 책이 발간될 당시 뮌히하우젠 남작이 독일 시골 영지에 버젓히 살아있는 상태였다는 거에요.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책이 공전의 히트까진 아니어도 이래저래 팔리게 되니 어영부영 뮌히하우젠 남작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고향집이 시끌벅적, 말년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더군요. 점잖은 양반이 허풍쟁이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을까 싶어 제가 더 속상했습니다. 거기다 이야기들이 막 동심 가득한 예쁨이 묻어나는 것도 아니요.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도 아니요. 재미가 빵빵 터지는 것도 아니요. 오로지 뻥의 뻥에 의한 뻥을 위한 이야기로 순 엉터리 같기만 하거든요. 거지도 오백원! 하는 세상에 인세는 라스페놈이 날로 먹고 본인은 거지 같은 평판만 얻어 먹었으니 어이구야. 물론 그 덕분으로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름이 이렇게 오래오래 후대에 전해지게 되었지만 제가 남작이라면 화병으로 드러눕고 말았을 거에요. 내가 버찌씨로 사슴 머리에 총을 쐈더니 뿔 대신 버찌나무가 자랐다더라! 그 사슴을 잡아 고기는 구워먹고 버찌는 따서 소스를 만들어 얌냠쩝쩝했다더라!! 이런 소문이 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암만 뻥이래도 이것은 너무 심했습니다. 너무 심했다구요 라스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