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과 도발의 그리스로마신화 - 명화로 훔쳐보는 은밀하고 노골적인 신들의 사생활
구예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젬마씨가 썼던 그림 읽어주는 여자였던가요? 그 책이랑 비슷하게 명화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작가는 구예라는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예술청년인데요. 그가 책 속에서 그대로 화자로 등장해 매 페이지의 그림들을 설명해줘요. 283 페이지에 150여점의 그림이 들어있으니 그림양이 상당하지요? 문체도 신화체(?)가 아니어서 진지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힙니다. 구예가 인터넷에 올렸던 글이 인기를 끌면서 책으로 엮여 나온거라  면면이 흐르는 분위기가 시종일관 밝고 유쾌해요. 블로그 연재물처럼 가볍습니다. 우리 식으로 치면 아재스럽기도 하구요. 웃긴 농담, 안웃긴 농담도 꽤 많고 신화를 깊이 파고 들기 보다 신화 안에서도 자극적인 가쉽들, 아주아주 유명한 사건, 대게는 연애 및 치정 위주로 짧게 얘기해 주고 말아요. 쓰고 보니 어릴 때 미용실에서 접했던 잡지 같기도 하군요. "피비린내와 폭력, 근친상간, 암투, 동성애가 모두 등장하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그리스로마신화 속으로!"라는 주제에서 한발짝이라도 비켜서거나 눈 돌리는 법이 없습니다. 그 일관된 주제 의식만큼은 마음에 들었어요. 나름 신선하더라구요. 

아래 보시면 편집도 블로그 게시글 느낌 그대로입니다. 글밥은 작은데 구성하는 글자들이 하나 같이 큼지막큼지막, 전 살면서 유딩 때 읽었던 그림동화들 빼고 이렇게 페이지가 크게 찍혀있는 책은 처음 봤어요!! 처음엔 헉 하고 놀랐다가 엄청 웃었습니다. 회화 관련 책들은 몇 읽어 본 게 없어 그런지 제 기준에선 새롭기도 하고 읽기도 편하더군요. 뭔가 풋내가 느껴진다고 해야할지, 엉뚱한 이야기도 참 많았구요. 관점이 좀 괴랄한가 싶기도 하지만 듣고 보니 썩 그럴 듯해 이거 공감해야 해 말아야 해 하고 헷갈리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비너스에 왜 배꼽이 있냐는 꼬집음! 탯줄도 없이 태어난 신이 저럴 수 있냐, 이해할 수 없다 주장하지만 배꼽없는 비너스는 또 상상이 안가므로 그냥 눈 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사람 시선에선 그리스로마 신화와 손오공 사이에서 어떤 유사점을 느끼나봐요. 서유기를 안읽어봐서 전 잘 모르겠던데 언젠가는 서유기도 꼭 읽어보리라 했습니다. 

어쨌든 오래만에 접한 그리스로마 신화라 아주 재미났어요. 각각 다른 책으로 세 번은 봤던 것 같은데 몇 몇 이야기 빼고는 다 왜 이렇게 낯선지 아주 깜깜이가 되어 혼났습니다. 신도 못알아보구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아테네를 혼동해서 뭐라고? 아폴로랑 아테네가 쌍둥이였다고?! 하면서 깜짝 놀랐다가 아르테미스와 아테네가 비슷한 이미지이긴 해도 전혀 다른 신이었다는 걸 아테네 탄생 얘기에서야 깨닫고 이 바보멍충이 하며 자책하구요. 헤라가 제우스의 정실(?)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첩이 첩꼴 못본다의 장본인이었다는 얘기에도 벙 쪘습니다. 미의 남신 아폴로가 실상 연애에서는 죄 실패만 했다는 얘기에는 동질감으로 하마터면 울 뻔 했지만 찌질한 느낌이라 참았습니다. 낭만을 산산히 깨부시는 열 두 별자리 얘기도 아련한 느낌으로 읽었군요. 소라는 점쟁이라고 어릴 때 별자리 얘기를 접하곤 나도 물병자리였으면 좋았을 걸 했는데 알고 보니 물병자리 그 친구도 제우스 애인이었더라구요. 그냥 아름다운 소년인 줄 알았건만. 눈물 찔끔.

신화책은 재미없다, 어렵다, 지루하다는 편견이 조금씩들 있잖아요. 이 책은 그런 편견을 일부나마 뿌셔뿌셔 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신에 굉장히 얕은 깊이에 생략된 이야기들도 많기 때문에 그리스로마 신화의 맛보기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본질은 신화가 아니라 그림에 대한 해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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