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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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제목에 반감이 생겼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니 내용에 비해 제목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뽑은 것 같다. '열여덟 호구짓 마흔까지 간다', '호구는 연애금지', '유혹하는 호구' 내지는 ' 내 인생의 호구', '호구왕 조지의 모험', '산산이 부서진 호구' '이것이 호구의 세상이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호구짓' 정도로 뽑았으면 딱일 것 같은데 약간 아쉽다. (신기하다. 책장에 꽂힌 책에 호구를 대입하니 안어울리는 제목이 없다!! 우왕!!!!) 

그리고 여기서 질문 하나. 이십여년 만에 나타난 전 여자친구가 당신에게 부탁을 한다. "나 대신 돈을 전해주면 좋겠어. 네가 돈을 전해주면서 날 용서해달라고 부탁해줘."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돈을 받는 대상은 전여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 안된 불륜남이고, 그 돈은 불륜남에게서 훔친 돈이며, 그 불륜남의 의뢰로 쫓아온 남자에게 신장에서 피가 날 정도로 옆구리를 얻어터진 상태라면. 거기다 전 여자친구는 이십여년 전 아버지와 친구를 죽인 살인 용의자이다. 심정적 증거 및 물증까지 충분한 99.99 프로에 가까운 범인이며 도망자 신분. 당신이라면 이 부탁을 들어 전여자친구의 불륜남을 만나겠는가?

내 대답은 NO다. 절대로라는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장담할 수 있다. 나는 절대 남의 돈을 대신 가져다주는 심부름 따윈 하지 않는다. 생전에 남의 돈 꿔 본 적도 없는데 빌린 돈도 아니고 남이 훔친 돈을 대신 반납하다니. 그런데 조지는 한다. 리아나, 이 리플리 증후군인지 허언공상증인지 하여간에 여느 평범한 꽃뱀과는 차원이 다른 꽃뱀 오브 꽃뱀, 한번 문 남자는 기본 이십년은 호구 잡고 가는 꽃뱀의 여왕에게 홀려서 냉큼 "할게" 한다. 나름 자존심 챙긴답시고 객관적으로 묻고 어쩌구 시간 끌구 어쩌고 하는데 대답은 매번 그냥 "할게"다. 그 불륜남이 망치에 뒤통수를 맞아 죽고 친구이자 파트너인 아이린이 길가다 횡액을 당하고 자신도 다이아몬드 절도 용의자 중 한 사람이 된 상태에서도 리아나의 부탁 앞에선 그냥 한다. 어이구 이 등신, 머저리, 팔푼이 같은 놈아, 지 팔자 지가 꼬고 앉았네. 한다. 나도 욕을.

인생 모른다 더 살아봐라고 어른들이 흔히 말씀하시곤 하는데 한 오십 페이지만 넘어 가도 조지 인생은 좆됐구나 하고 각이 딱 잡혀 온다. 어디서 얼마만큼 좆될것인가를 상상하며 읽는 것이 큰 재미였는데 책에 한껏 몰입하는 순간 순수한(?) 독자의 심정으로 조지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그래야 이 소설이 더욱 완벽하게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지가 똥멍청이 짓을 하다 개과천선 하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어 안멍청이가 되거나 이러면 시시할 것 같았다. 기왕지사 호구로 시작한 것 리아나에게 당할 만큼 당하고 호구로 아름답게 종결 짓고 세상 뜨기를. 사망 플래그가 찍힐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책의 중반부터 조지 죽겠구나, 조지 죽겠지, 조지 안죽으면 싫은데, 조지 죽었으면 좋겠다, 조지 죽어라 하며 읽었다. 꼭 저주 거는 것 같아 쓰고 보니 좀 무서운가 싶지만 정말 드물게 주인공이 죽어도 슬프지 않을 류의 소설이었다. (조지가 죽었는지 안죽었는지는 비밀~~~) 나쁜 놈도 아니고 징그러운 놈도 아니고 뭣 같은 놈도 아닌데 왜 그런지 딱 잘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그냥 조지 욕하면서 읽는 재미가 참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결론을 내렸다. 아마 이런 것이 막장극의 기쁨인가 보다. 주인공 욕하다 도끼 자루 썩는 줄을 모르겠는 거. 책장이 처음에서 끝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조금 과장해 얼마나 스피드 하게 넘어가는지 책 넘길 때마다 잔상이 보였다라고 하면 뻥 치지 말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재밌다. 킬링타임용이라도 이 정도면 에이뿔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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