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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내 누나 속편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된 마스다 미리의 작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입니다.
손바닥만하게 작고 얇은 만화책이라 읽기 전에는 가볍기만 한 마음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휴~ 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책이 지루하거나 한심해서가 아니라 어쩜 이렇게 지금 제 상황, 제 마음을 탁 끄집어 펼쳐놨을까 싶어서요. 혼자 끙끙 앓거나 엄마의 잔소리를 못들은 척 하거나 친구와 이야기 하다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푸자 하던 것과는 달리 책으로, 그림으로, 대화로 펼쳐져 있는 나와 똑같은 고민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막연한 미래가 답답하기도 하고, 겁도 나고, 수짱 시리즈의 지속적인 인기가 이 공감대 때문이라면 다른 미혼들도 다들 비슷하게 고민 중인 걸까 어쩐지 위로도 되고. 속절없이 잠이 깨버리더군요. 특히나 도입부의 요가 학원 이야기요. 수짱이 요가 학원에 등록하려고 하는데 비용이 1만 엔. 노후대비로 한 달에 1만 엔씩 적금을 들면 이게 얼마야 하고 생각을 하는데 그 순간 수짱에게 깨달음이 오는 거죠.
멀리 있는 미래가, 현재, 여기 있는 나를 구차하게 만들고 있다. (p8)
수짱은 노후 따위, 돈이야 얼마가 됐든 요가를 시작하자! 하고 떡 하니 등록을 해버리는데 저는 그러지를 못하는 편이에요. 사실 작년부터 이 문제로 엄청 생각이 많았던지라 수짱의 말이 그냥 심장에 콱 와박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월급 받으면 곧장 적금 넣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비를 빠듯하게 수렴하다 보니 꼭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거든요. 친구가 여행을 가자는데 예상 비용이 제가 생각했던 금액을 훌쩍 뛰어넘어 포기. 저 때문에 이야기가 흐지부지 된 것 같아 미안한데 도저히 그 돈은 못쓰겠고 쓸 돈도 없고 그렇더라구요. 그냥 적금을 줄이고 더 쓸까도 싶다가, 아니아니 안되지 했다가, 미래가 걱정되긴 하지만 현재의 행복도 포기하지 않는 친구들이 부럽다가, 혼자 살 내 노후를 생각하면 다시 또 더 졸라매야지 하게 되는. 수짱이 말하는 것처럼 죽은 후가 두려운 게 아니라 할머니가 된 나의 구차스러울지도 모르는 삶이 두려워요. 책 한 권 내 맘대로 나 읽고 싶은데로 못사읽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거요. 사실 이 조차도 궁핍할지도 모를 현실에 비하면 너무 낭만적인 고민이잖아요. 아직도, 여전히, 현실 감각은 없는거죠.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 그냥 답은 없다는 거에요. 결혼한 마이코도, 혼자 사는 수짱도, 엄마와 치매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사와코도 뭐가 어찌됐든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는 것 말고는 별 뾰족한 수가 없어요. 그래도 수짱은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생각하다 곧장 다음에 매장에 팔 메뉴를 고민하는 그런 장면들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사실 그것 말고는 정말 답이 없으니까요.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 그래도 먼 미래를 위해 지금 현재의 나를 너무 희생시키지는 말 것, 수짱이 제게 해주는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