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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만나는 마스다 미리의 책입니다. 워낙 팬이 많은 작가라 한번씩 올라오는 늘 좋다는 리뷰에 혹하기는 했는데 너무 많은 책에 뭐부터 읽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이미 월드가 구축된 작가시라 시작하기가 두려운 느낌이기도 하구요. 한 권 사면 줄줄이 사모아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거기다 결정적 한방이 없다고나 할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없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출판사 책 소개란에 올라온 봄꽃과 어울리는 분홍분홍한 책 사진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요즘 점심이면 매일 같이 산책이니까 공원에 커피 한 잔 사들고 가서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해야지 했거든요. 웬걸, 너무 궁금해서 펼쳐든 이 밤에 끝 페이지까지 홀랑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담백하고 깔끔하고 너무 재밌더라구요.
전 만화 에세이라고 해서 만화 한 바닥, 산문 한 바닥 이런 구성일 줄로 알았거든요. 마스다 미리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런 것도 몰랐어? 하실 수도 있지만 저 같이 생각하는 독자도 많겠지요? 많을 거에요 아마. 전 정말 깜짝 놀라서 오잉? 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웹툰 류의 느낌도 아니구요. 저희 어릴 때 유행이었던 뚱딴지 만화일기 같은 세로 네 칸의 만화책이라 추억이 스멀스멀, 갑자기 신이 나더군요. 만화책 오랜만에 보거든요. 최근에 구입한 우주 만화 플라네테스는 아직 비닐도 안뜯은 상태라 올 해 처음 읽는 만화책 되겠습니다. 마스다 미리, 영광이에요.
내 누나 본편은 읽어 보지 못해서 이번 속편과의 비교는 불가능이지만 이번 편에서 마스다 미리는 연애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30대 베테랑 직장인 누나 지하루와 풋내기 샐러리맨 남동생 준페이의 짤막짤막한 대화가 주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준페이 왈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을 참 많이 해. 손수건 한 장에도 감격하고 하루 종일 예쁘다는 말을 달고 살잖아." 그렇지. 준페이의 그 말엔 저도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의식하진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전 못해도 하루에 쉰 번쯤은 예쁘다는 말을 하는 것 같거든요. 누나 지하루도 당연하다는 듯 맞다고 대꾸해요. 그리고 자하루의 그 다음 말에 저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거 내 얘기잖아 하구요.
"어이, 준페이. 여자에게 예쁘다는 이미 말이 아니야."
"그럼 뭔데?"
"호흡의 일부.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죽는 거야,"
"그럴 리가..."
"아, 또 있다. 호흡의 일부."
"뭔데?"
"살 빼고 싶어."
"........"
ㅡ 내 누나 속편, p7, 이봄
대체로 거의 모든 대화의 느낌이 딱 이래요. 그러니까 막 지글지글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재미가 있는 만화는 아닌겁니다. 자극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꼭 내 얘기인 것만 같거든요. 일부는 동의할 수 없지만 대체로 내 맘 속에 꼭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대화를 한단 말이지요. 그 공감과 동의에서 잔잔한 웃음이 터지고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맞아맞아, 내 말이 이 말이라니까.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군 (뭔가 야한 얘기엔 속웃음, 흐흐흐) 여동생이 아니라 준페이라는 남동생과의 대화이기에 더 재미난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는 생각의 포인트가 영 다르기도 하니까 준페이가 이해 못하는 걸 짚어가는 것도 웃기더라구요. 예컨데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여자가 좋다는 준페이의 말에 "넌 재미없잖아, 너한테 잘 보이려고 재밌는 척 연기하는건데도 좋다 이거야?"는 지하루의 대답에 준페이가 "대답하기 싫어!" 하며 팽 하는 모습 같은 게요. 물론 애인을 두고도 다른 남자와 키스까지 가는 데이트를 하는 얘기는 좀 별로. 이것은 질투인가!도 생각했지만 (난 한 명도 없다구!!) 그래도 역시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제게도 남동생이 있는데요. 가끔 남동생과 맥주 한 잔 마시며 대화할 때가 있어요. 물론 지하루와 준페이만큼 자주 대화하거나 이렇게 연애사, 세상사 핵심을 딱 짚는 유쾌발랄한 대화는 아니지만요. 이 책을 보고 나니 동생 붙들고 얘기 좀 하고 싶더라구요. 물론 붙드는 순간 귀찮다고 도망가겠지만. 그래서 대신에 내 누나를 한번 더 봤습니다. 재독해도 또 금방 읽어요. 만화니까요!! 남동생은 하나로 족하고 지하루 같은 언니나 한 명 있으면 좋겠습니다.
** 내 누나 속편의 초판 한정 코스터에요. 예쁘죠? (보세요. 또 예쁘다고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