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학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엄격하고 비판적인 문학과는 달리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라는 응원을 아이들에게 보내려는 마음이 어린이문학이 생겨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절망을 말하지 마라" 하는 뜻입니다. ... 평소에 니힐리즘이나 데카당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도, 눈앞에서 아이의 존재를 본다면 "이 아이들이 태어난 걸 쓸데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는 마음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ㅡ 책으로 가는 문, p155, 현암사
타인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작품을 추천받는 것도, 알고 보니 그 작품을 나 또한 좋아하고 있을 때에 갖게 되는 공감대도 모두모두 좋다. 추억을 골라내듯 선별해 들려주는 동화책을 만나는 일은 그 중에서도 최고다. 에세이집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이 있다. 이 책 <책으로 가는 문>도 그랬다.
미래 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귀를 귀울이면, 벼랑 위의 포뇨까지. 당장 더 생각나는 작품은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무수한 작품들을 나열해 놓고서 내가 본 작품을 찾으려 하면 아마 대여섯가지쯤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책을 읽고 알게 된 거지만 알프스의 하이디도 그가 참여한 작품 중의 하나였으니. 그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고 사랑받았고 또 앞으로도 사랑받을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추천한 동화책들이 있다니, 정확히는 이와나미 소년문고였지만,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 휴머니즘, 자연에의 회귀, 반전의 메시지가 주는 잔잔한 감동의 근원(바람이 분다, 일본제국주의 미화의 논란으로 이 메시지는 약해져버렸지만)을 조금 더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두근두근, 펼쳐든 책 속 첫 페이지의 문구 "어린이문학이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라는 문장에서부터 가슴이 뛰었다. 그가 말하는 그 이유로 어린이문학을, 정확히는 추억속의 내 동화책들을 자꾸만자꾸만 건져올리고 싶어지는걸까. 어쩐지 이 문구 하나로도 위로 받는 기분이 되었다.
1부. 이와나미 소년문고 50권
손바닥만한 추천사와 그가 어릴 적 읽었던 표지 그대로, 구하지 못한 책은 재발간 표지로 이와나미 소년문고 50권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재미있는 건 이 중에 그가 읽지 않은 책도 있다는 것. 그의 아내나 지인들이 "이 책은 절대 빼면 안 돼!" 하고 말해 왔기에 그런가 하고 넣은 책도 있다고 한다. 짧고 간결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훅 다가와서 읽었던 책은 다시 읽고 싶어졌고, 몰랐던 책은 새로이 구하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