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꼬마 거인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6
로알드 달 지음, 퀜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달빛이 환하게 쏟아지는 밤. 세상의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깊은 잠에 빠지고 시커먼 어둠의 존재들이 우글우글 세상 밖으로 쓸려나오는 마법의 시간. 오로지 소피 혼자만이 잠들지 못한 채 창 밖을 들여다보다 그만 무섭게 생긴 거인에게 납치를 당하고 만다. 7미터나 되는 키에 대문짝만한 귀, 주름투성이 얼굴에 이 하나하나가 마치 식빵같이 커다란 이 거인에게 소피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곧 어리숙하고 마음씨 고운 거인과 친구가 되어 개구리 껍질 맛이 나는 킁킁오이도 함께 먹고 보글보글 쏟아져 나오는 방귀 가스에 천장까지 껑충 뛰어오르게 되는 후롭스코틀도 마셔 가며 즐거운 추억을 쌓는다. 다른 거인들은 영국과 터키와 스웨덴과 호주를 돌며 콩알인간들을 잡아먹지만 이름부터가 선량한 꼬마 거인(이하 선꼬거)는 맛없음을 꾹꾹 참아가며 킁킁오이만을 먹는 탓에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아 힘센 거인들에게 무시 당하며 두들겨 맞기 일쑤. 콩알인간을 먹지 않으면 혼내주겠다는 으름장에 온몸이 떨릴만큼 겁도 나지만 두려움을 참아가며 선꼬거는 오늘도 꿈나라로 달려간다. 아주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에게 있어 행복은 오로지 예쁜 꿈들을 잡아 트럼펫 같은 나팔로 아이들에게 근사한 꿈을 불어 넣어 주는 것 뿐이었기에. 적어도 소피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코끼리를 타고 무화과와 맛있는 과일을 먹는 날만을 고대하던 선꼬거의 귓속으로 들려온 동동동 소피의 심장 소리. 그 소리에 이끌려 그녀를 납치한 선꼬거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신나는 모험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요! 나를 빨리 주머니에 넣고 거인들을 뒤쫓아가서 영국 사람 모두한테 거인들이 오고 있다고 알려 줘요."

ㅡ 내 친구 꼬마 거인, p151, 시공주니어

어른 거인들은 막을 수 없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그에게, 그래서 콩알인간들이 잡아먹히는 걸 보고도 모르는 척 외면만 하고 있었던 선꼬거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소피. 소피의 깜찍한 계획에 동참해 영국 여왕님의 꿈속에 아홉 거인에 대한 악몽을 불어 넣으려는 선꼬거의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국 여왕님과 그의 군대가 과연 꼬마 거인을 믿고 아홉 거인들을 생포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끝 페이지까지 한 달음에 달려가게 되는 로알드 달의 동화책 "내 친구 꼬마 거인"이었다.  


아주 특별한 한밤, "창"이라는 통로를 통해 소피와 선량한 꼬마 거인은 요술 같은 만남을 이루어낸다. 마법의 시간 속 밤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건너다 본 창문 밖 세상에서 상대방의 심장소리를 듣고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고아 아이 소피와 선량한 꼬마 거인은 친구가 되었고. 영국 여왕의 창으로 밀어넣은 꿈으로 현실의 악몽을 깨트리려 노력한 소피와 선량한 꼬마 거인은 여왕의 창틀 위에서 봄처럼 살랑대는 행복을 맞이한다. 아이들의 방에 꿈을 불어넣기 위해 수 년 동안 수천 개의 창을 열어 왔던 선량한 꼬마 거인의 행동은 그 자체로 힘든 삶에 대한 자기 위안이자 긍정이자 새로운 만남에 대한 노력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우울하고 울적하고 기분 나쁜 밤, 한번쯤 집안의 온갖 창을 열어놓으면 어떨가 라는 겁도 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선량한 꼬마 거인은 만나지 못하더라도 꼬마 거인이 창으로 불어 주는 금빛 꿈 하나는 건지게 될런지도 모른다며, 소녀 같은 상상력에 깡총 웃게 되는 예쁜 동화책 "내 친구 꼬마 거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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