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인애플, 파인애플, 파인애플"




화가 난 찰리의 얼굴에 푸르르 열이 오르면 친구 하워드가 귓가에 들려주는 마법의 주문. "파인애플, 파인애플, 파인애플" 효과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 주문을 괜스레 같이 읊어 본다. 내 얘기도 아닌데 내 얘기처럼 감정 이입이 심하게 되서 그런가 다혈질 찰리가 밉지가 않았다. 오은영 선생님이 출연하시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소설판을 보는 느낌도 들고, 찰리라는 아이가 왜 저렇게 곤두섰는지,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 왜 저렇게 큰 소리를 내는지, 왜 저렇게 공격적인지 그 이유가 너무나 확연해서 아이가 그냥 짠하고 안됐고 모든 게 다 이해가 되었다.



자신을 보고 키득키득 비웃는 오드리 패거리나 저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여하간 듣고 싶지 않은 얘기로 속을 뒤집는 하워드나 버서 이모, 자신에게는 영 관심없는 것 같은, 어쩌면 벌써 자신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의심이 드는 쌈닭 아빠, 우울증에 걸린 엄마, 언니 재키 외 기타등등의 이유로 분노를 폭발시키는 찰리의 순간들을 보며 그냥 어쩐지 처음부터 더 해 더 더! 화나면 화나는대로 화내고, 욕하고 싶으면 욕하고, 울고 싶으면 울고 싶은대로 터트리고, 속에서 일어나는대로 마구 쏟아내라며 응원하고 말았다. 감정에 받치는데로 마구 소리 지르고, 걷어 차고, 밀치기도 하면서. 물론 그건 전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도 아니거니와 문제를 무한정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요즘 정서가 좀 비틀어진 탓인지 소설 속 찰리가 현실을 마냥 참고 인내하며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는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착한 신데렐라의 출연은 찰리의 베갯잇으로 충분한 느낌이랄까. 물론 하워드는 제외.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싶게 순둥이에 착해빠진 녀석, 그러나 곧잘 마법같은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찰리의 베스트 프렌드이다. 라이프 오어 데스의 주인공 오디를 두고 감방 친구가 요다와 부처와 검투사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인물이라고 했는데 검투사를 빼고 요다와 부처만 남겨놓으면 딱 하워드일 것 같았다. 이야기 속에, 또 찰리 같은 성격의 아이 옆에 꼭 필요한 캐릭터였긴 한데 그래서 이 친구가 뭐 마냥 좋았나면 그렇지는 않았고 친구들의 놀림에도 그게 뭐 어때서? 하며 달관하는 태도가 답답해 숨이 퍽 막혔다가 찰리가 그 못된 친구를 들이박는 장면에서 다시 숨통이 확 트이고 뭐 그런 과정을 왔다갔다 밟았다. 



피곤했던 오늘, 마지막까지 따뜻한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 해야지 했었는데 정작 따끈따끈하게 사랑스러운 하워드나 가족들, 이모 내외, 찰리의 개 위시본, 찰리와 하워드가 소원을 비는 장면들이 아니라 찰리의 화내고 소리 지르고 다시 미안해 하는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는 게 이 독서의 재미난 점이었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결국 이해를 받고 용서도 구할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찰리를 보며 대리만족이 되었던건지 뭔지 스스로도 아리송하다. 기분이 좋을 때, 마음이 너그러울 때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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