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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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로맨스 + 코메디라는 장르를 모두 소화하는 대단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름은 맥 매커천. 41살이고 T 그룹의 CEO다. 타칭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업가, 전기자동차의 아버지, 태양광발전의 아이언맨, 화성 이주를 꿈꾸는 개척자, 바람둥이(p10) 등으로 불리는 이 남자 앞에 걸크러시 터지는 뇌섹녀 김안나 박사가 나타났다. 우주 사랑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로 서로에게 홀딱 반한 이들은 속전속결로 첫날밤을 치르고 혼인신고까지 과감하게 처리하며 사랑의 대화합을 이룬다. 페퍼 옆의 토니 스타크처럼 아내 김안나 박사에게 맥을 못추는 맥 매커천은 본래의 꿈인 화성이주에서 한발짝 물러나 김안나가 계획한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을 목표로 사업까지 구상하게 된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 마디. "자기야, 날 위해서 뭐든지 해줄 수 있어?" 김안나 박사의 질문에 맥 매커천은 답한다. "그럼, 자기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지!" 그리하여 자신의 모든 명성 앞에 지구 최초로 별도 따다 주는 남편을 더하기로 한 이 대책없는 로맨티스트 맥 매커천은 우주인 명단에 제 이름을 올려 머나먼 우주로 떠나가게 된다.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반드시 필요한 소행성 AC5680과 소행성의 위험천만한 부스러기들 속 쏟아지는 위협들, 대한민국 대통령 이민호와 수지, 별그대 전지현의 등장과 지극히 원초적인 페텍스 1호 속 생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응가응가 벽돌 제조와 거시기에 이용된 소변기(책에 나온 단어로 썼더니 음란으로 걸려서 리뷰 등록이 안 된다. 우주인 남성의 신박한 창의성과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건만!), 기저귀와 대변봉투, 초코 케잌 부스러기 같은 용모로 우주선을 배회하는 응가응가와 육포가 된 응가응가까지. 어느 새 낭만은 사라지고 응가응가 웃음 대향연(그러나 식사 전 후로는 읽지 말라!!)와 폭행, 스릴러까지 끼얹어진 전개 속에서 맥 매커천은 소행성 AC5680을 포획하여 아내의 바람대로 지구 귀환에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우울증 걸린 영국남자 빌리의 도끼만행사건에서 시작해 대폭발 하는 창의적 로맨스를 거쳐 저 먼 우주 속 로빈슨 크루소에 이르는 방대한 우주 소설의 대미가 어떻게 장식될 것인지 알려 주고 싶어 입이 막 근질근질해질 지경이지만 꾹 참은 채 추천만 꾸욱!



  "아무리 힘이 들고 배고플지라도 유머는 포기하지 않겠다."

                                              ㅡ 씁니다, 우주일지, p408, 다산책방



씁니다, 우주일지"는 사실 책 자체보다는 작가의 알려진 이름으로 먼저 접하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에 와선 그의 유명 배우라는 이력이나 그가 앓고 있는 불치병과 무관하게 온전히 작가로서의 신동욱에게 많은 부분 매료되고 말았다. 5년이라는 긴 준비기간과 이가 빠질만큼 고통스러웠던 집필의 산물을 이렇게 뚝딱뚝딱 인스턴트 음식처럼 해치운 것이 살짝 미안할 정도로 후다닥 그리고 재미나게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나는 또렷하게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채 긍정성이 넘쳐나는 유쾌한 책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이 딱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웃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당신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고, 이 책으로 환상을 품었으면 좋겠다 하는 기운이 듬뿍 담긴 시종일관 똥꼬발랄한 소설 말이다. 종종 지뢰처럼 밟게 되는 지루한 책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소화불량의 불편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책이었다( 내 생각에 우주인 빌리의 우울증 원인에는 이 변비도 큰몫을 차지한 게 아닌가 싶다.) 12월 맞바람을 맞으며 토끼똥을 꽁 꽁 싸대 듯이 약간 소강사태에 빠졌었던 내 독서 항해도 이 책 "씁니다, 우주일지"를 읽고 부터는 아주 순조롭게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중간 중간 살짝 맥이 빠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SF 장르가 낯설고 취약하신 분들도 "씁니다, 우주일기"만큼은 큰 불편함 없이 재마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왜 이렇게 거시기 응가응가 얘기가 많냐고? 책 표지를 보라. 우주복을 입고 있는 우리 주인공 맥 매커천의 머리 위에 놓인 똥덩어리와 그의 손에 들린 뚫어뻥을! 내가 읽어 본 SF라야 몇 권 되지도 않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똥 얘기가 많은 책은 보다 보다 처음이었다. 그래서 읽기 싫었냐고? 살짝 비위는 상했지만 그래도 속 시원허니 괜찮았다. 맥 매커천이 워낙에 근사한 남자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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