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림 버스터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읽은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책이다. 스릴러가 아니라 SF로 접하게 되었지만 어찌됐든 미미 여사님 반갑습니다~^^/ 몽실북클럽 안에서도 팬분들이 많고 화차라는 영화의 원작자로도 유명하신 터라 책 소개글 보다 작가님 이름으로 더 읽고 싶은 책이었다. 표지가 미미 여사님스럽지 않다는 평도 있지만 나야 작가님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 보니 기분 좋게 패스. 단지 표지 인물의 이미지가 대단히 판타지스럽다보니 책 내용을 두고는 조금 착각한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 셴의 복장이 책에서 묘사키로는 서부 카우보이 같은 복식이다 라고 되어 있는데 반해서 내가 표지를 보고 받은 인상은 그냥 딱 강철의 연금술사였어서^^;; 과학과 마법이 혼재하는 근세 유럽 비스무리한 세계속 인물의 느낌을 물씬 받았기 때문에 대체 근세풍(?) SF는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려나 하고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근세는 커녕 첫 이야기부터 등장하는 현대 일본의 불타오르는 주택가 모습에 깜짝 놀라는 나만의 반전을 맛보게 됐다고나 할까. 거기다 마법도 전혀 없었고 말이다. 물론 가볍고 산뜻하고 놀라운 반전의 첫만남으로 표지의 셴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소년이고 말이지^^;; 이건 어디까지나 내 독서 버릇에 기인한 반전이라. 가만 보면 소개글을 안읽는 것도 아니면서 표지나 제목으로 지나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보니 나 혼자만의 이런 헤프닝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 것 같다.
미미 여사님의 이번 책 <드림 버스터>는 지구 인간의 꿈으로 흘러 들어간 흉악범들을 잡으러 시공간의 축을 넘나드는 테ㅡ라의 현상금 사냥꾼인 셴과 마에스트로의 좌충우돌 사건일지랄지. 유쾌하고도 발랄한,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SF 판타지물이다. 시공은 달라도 괴로운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자체는 동일한 탓인지 테ㅡ라 별 과학자들은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민간인들을 돕겠다는 사이언티스트 정신으로 기억 선별 삭제 기능을 가진 '빅 올드 원'이라는 기계를 탄생시킨다. 문제는 이 '빅 올드 원'이 알 수 없는 폭주 끝에 터져버리며 핵폭탄에 맞먹는 파괴와 후유증을 테ㅡ라에 가져왔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우리 지구와 테ㅡ라 사이의 시공간을 초월한 접촉면까지 발생시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접촉면으로 인해 뜻밖의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드림 버스터! 차원에 뚫린 구멍을 통해 우리 꿈속으로 로그인 하며 구멍의 비밀을 찾아 내는 안내인이자, 범죄자를 잡는 정부 인증 마크를 지닌 민간 용병인 동시에 현상금 사냥꾼들 되시겠다.
'빅 올드 원'의 기억 선별 삭제 기능을 가능하게 했던 기술이라는 것이 원래도 이런 형태를 목표로 했던 것인지 아니면 폭주 후유증인지는 내가 채 이해를 못해 가늠할 수 없지만 비유하자면 이런 식이다. 거북이 특공대의 뇌 괴물 "크랭"처럼 몸체 없이 찌끄래기 같은 지능 내지 의식만 남겨 생명을 유지, 연장하는 것. 그리고 그 의식 자체는 노화하는 육체가 없으므로 불로불사. 영생불멸 상태로 세세손손 생존하게 된다. 공자나 맹자, 부처님께서 영생불사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불로불사는 한 사회에 거대한 공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테ㅡ라는 '프로젝트 나이트메어'라는 실험으로 그런 크랭을 한 두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쉰 명도 넘게 탄생시킨다.
닌자 거북이 속 크랭이 분홍색 뇌로 물 같은 용액 속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말하고 명령하며 악행을 일삼았다면 드림 버스터 속 크랭들은 어떤 빛 덩어리 같은 의식의 뭉치로 변화해 지구와 테ㅡ라 사이의 시공 접촉면을 통해 일본으로 날아들어 범죄를 획책한다. 미국으로 날아가는 크랭도 있지만 어찌됐든 셴과 마에스트로가 '잭 인' 할 수 있는 공간은 일본뿐이라 책 속 배경도 오로지 일본만. 한국으로는 안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식에서도 안전하더니 (십이국기의 태풍) 빅 올드 원에서도 안전한 이 곳 대한민국;; 어쨌든 크랭이 간이 워커와 안드로이드 로봇에 탑승해 움직였던 것처럼 테ㅡ라의 크랭들도 자신이 올라타 조종할 수 있는 육체를 찾아 움직인다. 그럼 여기서 테ㅡ라의 크랭들은 누구냐. 바로 '빅 올드 원'의 폭발로 실험의 마루타로 참여했다 의식만 남겨지게 된 흉악범들! 살인범도 있고, 강간범도 있고, 아동학대범도 있는 이 각양각색의 사형수 집단이 여기 드림 버스터의 크랭들이다. 언제 테ㅡ라로 돌아와 사회의 위협이 될지 알 수 없는 이 크랭들은 지구 인간들을 안드로이드 삼기 위해 끊임없이 지구인의 정신을 파고 들어 몸체를 뺐으려 하는데,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서라기보다는 현상금을 쫓아, 그리고 마루타의 일인이었던 흉악범 어머니를 찾아 드림 버스터가 된 셴과 고아 셴을 키워낸 대머리의 근육덩어리, 그러나 어딘지 어른미가 엿보이는 마에스트로의 세 가지 이야기가 환상적이기보다는 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두 가지 지구 이야기 다음으로 반전있는 세 번째 테ㅡ라 이야기를 통해 2권에서 좀 더 짱짱한 세계관과 규모있고 거대한 이야기가 나올 낌새가 보이기는 하는데 어찌됐든 1권 자체는 남편의 바람을 걱정하는 바람에 흉악범에게 로그인 당한 아이 엄마와 자신이 입양아임을 알고 고뇌에 빠지며 연쇄 아동 살인범에게 로그인 당하는 남성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만큼 오밀조밀한 SF (성장) 소설 느낌이었다. 이야기 하나가 그 자체로 완결성 있는 단편 느낌이라 읽기도 편하고, 서스펜스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지나치게 우주적이거나 과학 용어가 난무하지는 않다 보니 어렵지 않은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SF라지만 어딘지 빙의물 같은 설정에 꿈속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퇴마록 국내편 <어머니의 자장가>가 떠오르기도 했고, 셴과 마에스트로가 등장할 때마다 타고 나타나는 비행선 바렌 쉽 때문인지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생각나기도 했다. 유우우우웅, 우유유유융 뭐 이런 식의 소리를 내며 바렌 쉽이 등장하면 뭔가가 떠오를 듯 말듯하며 좀 안달이 났었는데 어느 순간 머리속에서 원더키디의 만화 주제가가 주절주절 흘러가고 있더라. "달려라 아이캔~ 달려라 예나~ 원더원더 원더키디~~" 완전히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 원더키디! 소싯적 원더키디 풍선껌도 씹었고, 일요일이면 전국노래자랑 전이였나 후였나 하여튼 하니와 영심이와 둘리랑 같이 번갈아가며 KBS1에서 틀어주던 만화였는데 내 인생에도 재미있게 본 걸출한 SF가 있었구나, SF는 잘 몰라요 하고 속단할 게 아니었어 하며 혼자 재미났다. 그러고보니 악당에게 끌려간 아이캔의 아빠 찾기는 어떻게 됐었을까. 도통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 드림 버스터 셴의 엄마 찾기 결말은 내년쯤 후속권이 나오게 되면 알 게 되지 않을까 싶어 기대 기대. 총 4권으로 신간이 아니라 출판사를 바꾼 재발간이라니 후속권도 빠르게 나올 것 같으므로 완결이 나면 마저 읽고 리뷰를 남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