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령 유랑단
임현정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내 첫 로맨스 소설은 제목도 기억이 안나는 영국 18세기 아니면 19세기 배경의 할리퀸 로맨스였는데 새빨간 머리카락에 콧잔등에 주근깨를 가진 여성과 검은 머리의 등치가 집채만한 공작의 숨막히는 러브 스토리였다. 공작의 마차에 여주인공이 치였던가? 어찌됐든 운명적으로 만난 두 사람의 육체적 끌림을 그냥 막, 아주 막... 이거 설명해야 돼, 말아야 돼? ㅎㅎㅎㅎ 하여튼 15살 중학교 2학년 때였으니 그 문화적 충격이 상당하여 거의 1년 동안은 로맨스 소설로부터 벗어나지를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판소의 유행을 타고 넘어 로설은 또 띄엄띄엄, 드라마화 된 유명한 원작만 찾아봤었다. 그 옛날 1퍼센트의 어떤 것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같은 책들을.  <꽃도령 유랑단>은 그런 내가 아주 오랜만에 접하는 한국 로맨스인데 완전 반전! 진짜 깜놀!! 대에에박!!! 414 페이지 끝을 보고 나서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출판사 블로그도 다시 들어가  보고, 인터넷 서점의 같은 분야 인기책과 작가님 전작까지 확인했다. 가을 향취를 거슬러 설설이 피어난 철쭉같은 로맨스라고만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꿈 깨라구!" 소리치며 내 등짝을 걷어차는 느낌이었거든.

 

 

암만 봐도 이거 장르가...... 추, 추리인데? 스, 스릴러 아닌가? 로맨스는 그저 밑간용이었나니!!!
와...나 진짜 깜놀했다. 남장 여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성균관 스캔들 같을 줄 알고 로맨스 로맨스 하며 시작했는데 액자식 구성으로 뭐가 자꾸자꾸 나와. 어랏. 근데 이 얘기들 심상치 않은데? 뭐지?? 뭐지??? 하며 따라가다 보니 로맨스로 시작한 소설이 조선시대판 코지 미스터리로 둔갑한다. 띠링~ ㅎㅎ 요즘 한국 로맨스 소설의 성향을 모르니 <꽃도령 유랑단>이 평범한 건지 아닌지 분간도 안 간다. 어찌됐든 출판사에서 올려준 스토리 개요 절대 꼼꼼히 읽지 말시길. 그래야 이야기를 따라가며 추측하고 꼬집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작가님이 시인 출신(?)이셔서 그런지 문장들이 정말 토속적이면서도 예쁘다. 쌀뜨물 같이 뽀얀 달빛이나 숭늉 같은 아침 햇살, 오래 고은 조청 같은 눈동자 같은 것들이 작가님 표현처럼 깃털로 가슴을 간질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문장들이 넘 예쁘게 수 놓아진 자수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딱 한 가지, 은별과 도령들과 기타 남정네들의 외모가 두루 뛰어나다는 걸 강조하려다 보니 자꾸만 그 아름다움을 묘사하려고 해서 살짝 부담스러웠다. 다른 로설과 달리 천편일률적인 묘사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리고 진짜 대박 반전은 여섯 도령 이 머스매들이 아니고.........
거기 머스매 어후, 입이 근질근질하다. 스포하고 싶다, 쓰다 보니 자꾸 스포하고 싶어. 그래도 꾹 참아야지. 하여튼 장르 자체가 반전이라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도 반전이 더 남아있다는 걸 꼭 기

억해두시기를. 으흥흥~>. <

 

 

온갖가지 재주를 다가진 요물같은 은별과 은별이라면 환장하는 여섯 꽃도령들의 봄꽃 같이 나리는 이야기들에 다들 푹 빠져보시기를 바라며, 춘풍 이불 아래 숨어드는 로맨스는 없지만 그래도 설레는 <꽃도령 유랑단> 이었습니다~~ 아, 보람차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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