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1998년 2월
평점 :
판매완료


한 7월달? 8월달? 그 즈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 때 읽었던 책들이 자꾸만 생각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4월부터 시작해 6, 7월 초반까지 몸이 많이 안좋았고 주위에서 자꾸만 이직을 권유해 머릿속이 복잡해서였을까. 심적으로 힘들어서인지 자꾸만 마음이 편안했던 학창시절로 숨고만 싶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공부는 그럭저럭이어도 으하하하^^;; (민망민망) 참 속 편한 학생이었는데.

이 책 홍어는 대학 때 읽은 책인데 학교 도서관에서 빨간 양장본으로 빌려 봤었다. 본래는 이렇게 하얀 표지가 있는 걸 도서관은 관리를 위해서인지 몽땅 벗겨놓는 걸 생각하지 못해서 온라인 서점을 무턱대고 뒤지는 바보 같은 짓을 할 뻔 했다. 물론 문학동네에서 더 분위기 있게, 예쁘게 홍어를 내어놓았지만 그 모양 그 맛 그대로로 읽고 싶은 생각이 컸던 탓에 나는 문이당 책을 다시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문이당 책들이 모두 품절 상태라 결국 중고도서를 구입했는데 상태 상의 책인데도 책이 노르스름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안쪽은 깨끗해 새책같으니 그에 만족해야겠지. 책 가격이 2,900원인걸.
 

가독성 높은 쉬운 문체에만 익숙해진 탓인지 김주영 작가님의 미학적이면서도 향토적인 문장들을 읽어내기가 새삼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초반을 어떻게 잘 넘기고 나니 아름다운 문장만이 줄 수 있는 향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고아하다는 게 이런 것이겠구나. 많은 대화들이 사투리로 펼쳐짐에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서정적인 문체와 내용으로 참 유명한 홍어이지만 사실 나한테는 자꾸만 한 장면으로만 되풀이 되는 책이었다. 바로 북엇줄. 지금 우리 세대 공갈 젖꼭지마냥 (요즘도 이렇게 부르나 모르겠다. 육아용품을 잘 몰라서) 그 시대 어른들은 말린 홍합 같은 걸 실에 꿰어 아이 목에 걸어주었던 모양이다. 여기, 세영이의 집에 버려지는 호영이의 목에도 그렇게 말린 건어물이 걸려있는데 드물게도 북어를 실에 꿴 줄이었다. 아이는 그 조막만한 손으로 부드럽고 양양한 살결을 쥐고 한도 끝도 없이 북어를 핥아먹는데 그 묘사가 미묘하게 가슴에 남아 홍어하면 아, 애기가 북어 빠는 그 소설? 이라는 말부터 대뜸 나온다. 다른 건어물과 다르게 마냥 부드럽기만 한 북어 살결을, 그래서 이가 없더라도 잇몸으로 짓눌러 삼킬 수도 있는 걸 무작정 핥고만 있는 그 갓난아이의 머릿 속, 마음 속에 남겨져있을 인이 심상치 않았던 탓인 것 같다. 그 안타까운 묘사가 호영이고, 세영이고 그 이름들을 까마득히 다 잊을 때에도 북엇줄을 빠는 아이로 계속 기억에 남아 다시 이 책을 불러들인 것 같달까. 리고 다시 읽는 홍어에서도 나는 길안댁이나 삼례나 세영이 보다 어쩐지 호영이 그 아이에게만 자꾸 눈이 가는 것이다. 옹알이도 없이 가만히 누워 북어를 핥고 있는 그 갓난쟁이가. 모두가 자유를 찾아 떠난 집에 애비 역할조차 못하는 남자와 남아 북어를 빨고 있을 그 아기가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또한 그럼에도 씀바귀를 씹어 삼키며 제 아들만을 키우던 길안댁과 눈밭에 오줌을 뿌리는 걸로 마음의 갈망을 달례던 삼례 이 두 여성의 자유로운 비상은 통쾌했고, 거꾸로 신은 고무신이 주는 이야기에는 속이 후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장을 콩닥대다 날아가버린, 또 날려준 두 마리의 참새 처럼 두 여인 다 누구 손에도, 어떤 운명에도 불들리지 않고 마음 편히 살아가기를. 세영이 삼례와 제 모친을 안전하게 찾아가기를. 이번 겨울, 세영의 집 앞을 뒤덮었던 거위털 같이 조용한 눈을 바라며 홍어 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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