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1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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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세상만사가 결국은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일어나게 마련인 거야 (p213)

 


좋다. 진짜 좋다. 으~ 좋아! 하며 머리맡 베개라도 부둥부둥 끌어안고 싶을만큼 벅차게 재미있다. 올해 읽은 모든 책을 통틀어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이 가장 좋았다. 2016년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런 생각이 조금도 성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읽는 내내 진심으로 행복해서 이 책을 못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인제 막 완독을 끝내놓고서 곧장 재독을 희망하게 만들 만큼이니 적어도 내 취향에선 올 한 해 이런 책은 없었다. 단연코 최고!! 그래, 요즘 말로 꿀잼이었다.


농장 키우기 게임스런 표지부터가 참 귀여워 마음에 쏙 들더니 고작 6장의 페이지도 다 넘기기 전 내 눈물을 쏙 빼 마냥 감동적이고 은은한 책인가 보다 했다.  출산 후 한줌 힘없이 헐떡이던 어미가 새끼의 냄새를 맡고 핥아주고 젖을 먹이는 장면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심쿵해서.그런데 웬걸. 23살 갓 대학을 졸업한 풋내기 수의사 헤리엇과 매우 자주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는 붕어머리 원장 의사 파넌과 허구헌 날 사고를 쳐대는 사랑스런 말썽꾸러기 트리스탄과 다양하게 등장하는 농부들과 동물들 때문에 아주 죽는다고 웃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모든 장면, 인물과 사건 뿐만 아니라 요크셔 데일스의 자연이 눈에 잡힐 듯이 선명해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안정되고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는데 집중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독서 내내 내 기력은 손톱만큼도 뺏기지 않았다. "반짝이는 강물, 청동색과 황금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나무들, 향기로운 초록색 풀밭"을 상상하는 것이 마냥 쉬워서 이 목가적인 시골 생활과 내쉬는 숨 한줌이 모두 깨끗할 것 같은 묘사들에 몸과 마음이 함께 위로받는 듯 했다. 무슨 힐링 책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할만큼 만족해하는 헤리엇이 직업인으로서 참 부럽더라. 물론 그 또한 차츰 수의사로서 불평불만이 튀어나오는 순간들이 생기지만 그조차 하나같이 유머가 넘쳐서 마냥 재밌다. 그야말로 감동과 웃음의 버라이어티. 욕 한 마디 없이 이렇게 건전한 웃음을 완벽하게 번역해내신ㅡㅡ물론 원서를 읽지 못하니 비교할 순 없지만 내 경우 어느 정도 오역이 있더라도 가독성이 높은 책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ㅡㅡ 김석희 번역가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붙여 요크셔 사투리를 우리 사투리체로 번역하지 않고 표준어로 옮겨주신 점 또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만약 이 책까지 말씀하신 대로 제주나 전라나 경상  또는 출생도 신분도 알 수 없는 희한한 사투리ㅡㅡ네버랜드 클래식판 비밀의 화원에서 공경희님이 요크셔 사투리라며 종결어미로 "어이"를 사용하셨다. 주무셨어이, 스프 먹었어이, 정원에 나갔어이, 뭐뭐 했어이? 같은 느낌으로 번역된 문장들에 나는 비밀의 화원 읽기를 포기했다. 그 책이 여전히 새책 같은 상태로 책장에 꽂혀있는 걸 보면 마음이 쓰리다ㅡㅡ를 썼다면 난 요크셔가 배경인 소설 따위 두 번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이 소설은 완벽히 표준어로 쓰여졌고 몰입감을 깨트리거나 불편할만한 요소 등은 아무 것도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밤새 책을 읽고 리뷰까지 작성하고 나니 훌쩍 새벽 세 시를 넘겼다. 기특한 책을 몇번이고 쓰다듬다 (표지를 만지는 느낌도 굉장히 좋다^///^) 배부른 한숨을 쉬며 베개에 머리를 누이는 지금, 금요일 아침 출근조차 걱정되지 않을 만큼 이 시간이 마냥 행복하다. 이 한 권의 책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올린다.


*아참, 어쩌다 보니 10월 한달 동안 김석희님 번역책만 두 권을 읽게 됐는데 무슨 우연인지 주인공들 이름이 같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도 본명이 제임스 개츠인데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의 주인공의 이름은 제임스 헤리엇이다. 제이 개츠비, 제임스 개츠는 이름조차 텅 빈 느낌으로 텁텁한데 제임스 헤리엇은 이름까지 상냥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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