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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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다르고 작가님도 다르고 내가 읽은 시기도 다른데 권정생 작가님의 몽실언니와 공지영 작가님의 봉순이 언니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혼재해 남아있다. 봉순이 언니는 하다 못해 나 대학 때 읽은 책인데도 그렇다. 거기다 드라마 은실이와 옥이이모와 육남매와 kbs tv 문학관까지 얽히면 내 기억 속에 각종 언니들이 있기는 있었는데  이게 어디의, 어느 언니의 이야기인지 도통 분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유가 되는 김에 한번 다시 읽어 봐야지 했다. 백부작도 넘는 그 옛날 드라마들을 볼 순 없으니까 몽실언니랑 봉순이 언니만이라도 봐야겠다 싶어 몽실언니 부터 먼저 구매했다.


몽실언니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굳이 누구의 이야기였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없을만큼 그 시절 그 이야기들 속 언니들의 아픈 사연과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전쟁과 고아와 기아와  병마와 죽음. 누구보다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 속의 언니들은 특수성이 없다 싶을만큼 그 정서가 똑같다. 변치 않는 희망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 이웃에 대한 너그러움, 따뜻하고 정겹고 다정하고 착한 언니들이지만.... 난 왜 이렇게 답답하지. 책 읽고 나니 감동으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다. 내 감수성이 어릴 적과 다르게 지나치게 현실에 찌들었는지 그냥 막 너무 답답했다.

아버지, 아니어요. 아버지도 엄마도 모두 나쁘지 않아요. 나쁜 건 따로 있어요. 죄없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건 그 누구 때문이어요.....

몽실언니 p226

당신 딸 다리 병신 만든 남자랑 애를 셋이나 낳고 죽은 어머니나 자기 성질 날 때마다 두들겨 패고 때거리 마련도 못하는 아버지 원망도 않는 착한 언니인데,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배 다른 동생 생쌀 씹어먹여 키우고 씨 다른 동생 둘도 엎어 키운 언니인데, "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여요. -p 190" 하고 어른들에게 대거리를 하고 검둥이 아기도 데리고 달아나는 언니인데 그 언니의 착함이 존경스럽고 대단하기 보단 그냥 막 그 착함이 참담해 눈을 감고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말도 그래서 언니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끝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너무 서글펐다. 형편이야 어찌됐든 착하고 성실한 언니는 다정한 남편을 만나 어릴 적 몽실을 쏙 뺀 부지런하고 착한 자식들을 낳아 따뜻한 가정을 이루었다. 거기다 언니를 그리워하는 동생들과도 여전히 화목하다. 표면적으로는 그런데 시장 난전에서 장사하며 일궈야 하는 가난한 집에, 곱추 남편, 음식 보따리 줄줄 이고 가 보양해야 할 동생 같은, 21세기면 인간극장에 나와야 할 이야기가 결말로 이어진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니까 참고 참아야 했던 그 언니들... 이야기 속에서라도 좀 넉넉하게 행복하면 어때서.... 라는 반감이 들어 왜 이 책을 다시 잡았나 살짝 후회가 될 지경. 또렷이 기억은 못해도 이런 느낌의 결말은 아니었는데, 나는 더 행복한 결말, 더 희망찬 결말로 느끼고 있었는데  혹시 개정판이라 이야기가 수정됐나 별 생각을 다했다. 곰곰 생각하다 보니 결말이 너무 싫어 자체 편집을 한 게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종장 가파른 고갯길 앞의 모두 다 떠나가고의 끝이 너무 좋았었는지도.

몽실은 그 시커먼 군화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싸늘한 밤하늘, 거기 어두운 곳에 별들이 반짝였다. 몽실은 이빨이 부딪치도록 몸을 떨었다.

p274 모두 다 떠나가고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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