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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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환희에 찬 미래의 존재를 믿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우리한테서 달아났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내일은 우리가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내뻗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맑게 갠 아침이......

p280 제 9장



나는 책을 읽기 전까지 (영화를 본 적도 없으므로)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에 어떤 대단한 낭만이 숨겨져 있는 줄로 알았지만 이제는 아닌 것을 안다. "쓰레기더미와 백만장자들 사이에서" 가 제목이었다면 결코 기대 따위 갖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 로 막판 손을 들었고 제목이 풍기는 서정으로 개츠비의 사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도통 데이지에 대한 사랑에 이입이 되지 않아서 캐리 멀리건의 영상을 몇번이나 검색해보곤 했다. 개츠비가 셔츠를 집어던지고 데이지가 색색깔 셔츠를 공중에서 잡아채어 쓰러지는 장면같은 것을. 짤랑거리는 돈소리기 가득한 목소리를 느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뭣이 중한지도 몰랐던 남자 개츠비의 사랑은 끝내 파괴적으로 끝났고, 톰과 데이지는 어처구니 없지만 큰 죄책감 없이 행복하게 인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톰이 사가려는 진주 목걸이가 데이지의 것이 아니라면 또 모르지만. 묘사로 보건데 데이지가 과거에 떠밀려 매몰될 유형의 여자로도 보이지도 않아서 개츠비의 결말은 더 쓸쓸하고 서글픈 감이 있었다. 개츠비가 의인이 아닌 탓에 권선징악을 부르짖기도 애매하고. 재미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운은 큰 책이었다. (보통 지루하면 바로 포기하니까 여운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넘어간다^///^) 책을 덮으며 한가지 궁금함이 남는 것은 닉... 그가 개츠비에게 진실로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그 말은 무엇이었을지..

그의 모든 이야기. 심지어는 섬뜩할 만큼 감상적인 그의 태도조차도 나에게 무언가를 생각나게 했다. 오래전에 어디선가 들었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어떤 리듬, 기억에서 사라진 말들의 파편, 어떤 구절이 내 안에서 잠시 형태를 갖추려고 했고, 내 입술은 벙어리의 입술처럼 벌어졌다. 놀라서 숨이 막힐 때보다 그 말을 뱉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았다. 하지만 입술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고, 내가 거의 다 기억해냈던 구절은 영원히 전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p174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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