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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평점 :
띠지의 "지질한 수컷들이 펼치는 구라의 향연!" 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양아치 건달, 건달도 못되는 조무래기들, 기타 지지리도 못난 놈들의 삼류스런 이야기가 책의 무게만큼이나 가볍고 우스웠다. 사피엔스를 읽고 난 다음이어선지 손안에 들어오는 책의 느낌은 참 산뜻했는데 이야기는 지질지질. 제대로 된 B급 감성의 블랙 코미디는 오랜만에 접해보는지라 처음 잠깐은 살짝 놀랐다. 진짜 잠깐 ㅋㅋ
아니 그도 그럴 게 이리저리 귀동냥 하며 갖고 있던 천명관 작가님의 이미지라는 게 있었는데 그 이미지 치고는 이야기가 넘 보잘 것 없고 대책없더란 말이지. 이건 무슨 상지질이 같은 선배가 술을 떡이 되게 퍼먹고 내 앞에서 고래고래 술주정하는 느낌. 시점을 오가며 마구잡이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대중없어 황당하고, 유치하고,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기까지한데... 웃기다. 진짜 엄청 웃기다. 중간중간 배를 잡고 깔깔, 아무 생각없이 큭큭대며 웃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난 이 책이 진짜 괜찮았다. 특히나 순정마초스런 울트라 때문에 엄청 웃어서 울트라 진짜 최고. 호랭이도, 이열, 진짜 상상도 못한 전개!! 전개가 진짜 즈질이다. 거기다 이름도 지니(램프의?)에 울트라(맨?)인 애들이 율도국에서 애마부인 찍는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냐며 ㅋㅋㅋㅋ
힐링이고 서정이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스트레스로 부글부글 할 때, 치고 박고 막 때려부수는 거 보며 내 짜증도 같이 박살내고 싶을 때 고민없이 꺼내 읽고 싶은 류의 책. 평화로운 책장에 요런 전투적인 책도 한두권쯤 꽂아두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천명관 작가님 신작은 무조건 예약 바구니에 담는 걸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