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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조커 ㅣ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929/pimg_7464421721496476.jpg)
춤추는 조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단편들로 묶여 있다. 살인 사건 없이 끝나는 시간도둑과 밸런타인데이의 독 초콜릿. 그리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춤추는 조커와 보이지않는 다잉메시지, 눈사람이 죽이러 온다 이렇게 총 다섯 가지 단편들이다. 얼마전 읽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라면 춤추는 조커는 일본형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하면 되겠다 싶을만큼 두 소설은 비슷한 점들이 있었다. 작고 거창하지 않은 배경에 사건의 규모나 짜임이 광범위하지 않은 점. 범죄에 대한 잔인한 묘사가 거의 없고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잘난 체 하는 점 없이 가깝고도 친숙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나 시간 도둑은 여자의 재산을 빼내려는 제비같은 사기꾼놈만 등장하고 발랜타인의 피해자 여학생은 독을 먹지만 별 후유증 없이 깨어나는 등 시체 하나 등장하지 않는 미스터리 사건 속 추리라 거북함 없이 술술 읽혔다. 또 두 소설 다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매체를 떠올리게 했는데 <여름..> 이 미스터리 단막극을 떠올리게 했다면, <춤추는 조커>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모습이 곧장 예상될만큼 캐릭터의 취합이나 구성 요소요소가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맛이 있었다.
오토노 준은 무업자인 니트족인데 딱히 거기에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소심, 나약, 게으른 성격이 삼위일체가 되어 전방위적 방구석 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본인은 그렇게 불리길 쑥스러워하지만 우선은 명탐정으로 불리고 있고, 친구이자 후원자이자 동업자인 작가 시라세의 끊임없는 격려 속에서 사건을 의뢰 받아 탐정일을 한다. 무업자의 꿈을 가져 니트족으로 살길 소망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사회에 나와 일을 하는 나로서는 시라세의 집에서 얹혀 살며 간간히 사건을 맞이하는 오토노가 무지 부럽더라. 성격도 딱 우리가 상상하는 니트족 그 자체라 악당을 밝혀내면서도 어디서도 잰체 하거나 나서는 법이 없어, 등을 떠밀어야 사건의 끄트머리에 겨우 발을 올리는 스타일이다. 여느 유명 탐정들처럼 사건을 두고 재미를 느끼지도 않고, 범인을 잡고 뿌듯해 하거나 즐거워 하지도 않는다. 탐정이지만 오히려 범인을 회피할 때도 있고, 울적해하기도 하고, 자신의 사건을 소설로 쓰는 시라세에게 탐정을 다치게 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엉뚱하면서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남자다. 매 사건 때마다 도시락을 싸다니고 일이 끝난 후에도 겨우 "집에 가면 자도 돼?" 라고 묻는 게 다일 정도의 안분지족 경향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니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는 거 아니야 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소소한 사건들과 소심한 오토노, 그런 오토노를 대신해 주구장창 뛰어다니고, 말을 하고, 사람들과 대면하는 적극적인 화자 시라세가 맞물려 미스터리임에도 알콩달콩한 재미가 있다. 정말 딱 만화 같은 느낌이랄까. 만화는 만화인데 김전일이나 코난 같은 명탐정 만화가 아니라 야구 만화 크게 휘두르며가 생각난다는게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주인공 미야시가 탐정이 되면 딱 오토노 같은 느낌일 것 같기도 하고, 성장물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미스터리임에도!) 편안한 느낌이 있다.
다만 나는 도무지 표지 속 펭귄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는데 '춤추는 조커"나 "시간도둑"에는 어떻게 봐도 펭귄이 등장할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보이지않는 다잉 메시지"에 금고가 등장했을 때 드디어 요 펭귄 인형이?! 하고 기대했지만 그 안엔 돈 뿐이었다. 피해자 사사카오가 어떤 기능을 가진 펭귄 인형을 개발해 금고에 숨겨둔 게 아닐까 기대했는데 너무 터무니없는 상상이었나 보다. "밸런타인데이의 독 초콜릿" 사건으로 넘어가 형이 보낸 원통 택배가 등장했을 때에는 안심 겸 기대로 가슴이 꽉 차올랐는데 선물은 그저 폭신폭신한 융단이 다였다. 뭐지. 그럼 마지막 이야기인가. 그래 눈사람이라니까 펭귄 하고 계절도 맞고 여기서 중요한 추리의 장치를 하고 이 인형을 집에 가져오나 보다 하며 "눈사람이 죽이러 온다" 를 나는 자그마치 두 번이나 읽었다. 이 펭귄이, 이제 와선 펭귄이라고 확신도 안서는 이 새가 알쏭달쏭해졌기 때문이다. 인형이 등장하긴 등장하는데 펭귄이라는 말 없이 브라질의 소수민족 페론차 부족의 동글동글 토우 인형이라고만 나온다. 중요한 소재도 아니고 그냥 등장인물의 수집품일 뿐이며 딱히 다른 묘사가 없어 어떤 모습인지도 정밀하게 알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파란색이다 라고만 해줬어도 얘가 걔구나 하고 알았을텐데. 팔이 움직이며 시라세의 가슴을 뛰게 한다는게 정보의 다이니 그냥 오리무중일 수 밖에. 브라질 소수 민족이 부족장이 바뀔 때마다 이 토우인형을 만들었다는데 부족의 정체성과 펭귄이 잘 맞는지 살짝 의구심 하나, 이 소수 민족이 펭귄을 알까 하는 의구심 둘. 그래도 동글동글은 한데 그럼 이 토우인형이 펭귄이 맞나 뭐지 뭐지. 네이버 검색도 해보았는데 페론차 부족 자체가 뜨지를 않는다. 내게 있어선 오토노의 이 펭귄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았다. 역시 추리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