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번갈아 등장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흥미롭다.
명랑함을 최고의 배경으로,
아름답고 잘생긴 것을 최고의 무기로,
평생을 남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엘레오노르와 세바스티앵 남매는
사강의 여느 작품 속 인물들처럼
기이하고 매혹적이다.
부유한 유럽 귀족
혹은 돈 많은 미국 재벌들의 삶에
일정시간 기생하는 것으로
삶을 유지하는 베짱이.
엘레오노르와 세바스티앵은
애완 고양이 내지는 애인처럼 돌봐줄
물주를 찾아 돈이 떨어질 때마다 방랑한다.
남매의 그물은 언제까지고 튼튼할 것 같았지만
곧 나이 마흔, 두 사람의 아름다움도 저물고 있다.
무해한 꽃뱀 혹은 제비의 삶이 끝나는 날에
엘레오노르는 그리고 세바스티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토록 한량인데
이토록 서로에게 애틋한 남매라니.
역시나 사강의 작품은 판타지라니까.
작품이 궁금하다면
<스웨덴의 성>을 찾으시고
번역물을 찾게 된다면 연락 좀.
나는 못찾았다😢
+ 마약에 대한 사강의 가치관이
두 페이지에 걸쳐 등장한다.
한 때 사강은 마약하는 이들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
"그 영혼을 잘 돌보지 않으면
어느 날 숨이 턱에 차 은총을 구하는
영혼의 상흔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상흔은,
분명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_p139
+ 작고 뚱뚱하고 자신감 없는
반 밀렘 남매의 친구 로베르 베시.
친구들과는 달리 파리에서
사회적 성공을 성취한 성실한 일꾼.
그러나 공항으로 마중 나오는 사람도
사치스러운 공간을 향유할 연인도 없는
(그 연인은 현재 엘레오노르의 품속에 있다!)
외톨박이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따라서 지옥이다.
그리고 그는 지독히도 혼자다."
_p160
로브레 베시의 운명을 미리 알려드리자면,
"로베르 베시는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남아 있던 알약을, 그것도 어렵게 삼켰다.
우연히도 양은 딱 죽을 만큼이었다.
가끔 추리소설에 나오는 표현처럼
그는 자기 자신과 부딪혔다.
삶에 부딪히고 그 삶을 넘어가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꽤 시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승마장에서 멋지고 혈기 왕성한 말이
울타리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때 아예 일어나지 못하거나
일어났더라도 힘겨워하면
수의사가 끝을 내준다.
로베르 베시는 멋지지도 않았고
혈기 왕성하지도 않았으며
수의사로 없었던 셈이다."
_p171
사강은 죽음이 결코
승리는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로베르 베시는 아마 꽤 편안했을 것이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소담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