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 레이디 셜록 시리즈 1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리드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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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은 남다른 추리와 관찰력으로 일찌감치

부모의 파탄난 서사와 권력 관계를 파악했다.

혼외자식을 들켜 약혼녀에게 채이자

결혼식 날짜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로 한 아버지.

아버지의 재력만 보고 결혼을 결정한 어머니.

거듭 정부를 두는 남편을 말릴 재간이 없는

아내는 자식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남편은 아내를 하찮아한다.

하인들조차 무시하는 어머니를

샬럿은 동정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샬럿은 어머니를 보며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은 정육점에 걸린 고기와 진배없다.

시간이 갈수록 신선도는 떨어지고 부패한다는 점에서.

남자라는 존재는 평생을 걸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여학교의 교장이 되는 건 어떨까?

교장의 수익이라면 유산 한 푼 없는 자신뿐 아니라

자매인 리비아의 삶도 책임질 수 있으리라.

말수가 적고 남다르게 영리한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하는 아버지는 샬럿에게 약속한다.

25살이 될 때까지 결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정규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샬럿이 유부남 로저와 관계한 사건의 전모다.

샬럿은 자신의 상품성을 훼손하는 동시에

로저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아버지에게서 학비를 뜯어낼 생각이었지만

로저의 아내가 먼저 계획을 알게 됐다.

시어머니 레이디 슈루즈버리와

입이 가벼운 여성 무리를 이끌고

거사가 진행 중인 호텔에 들이닥친 로저의 아내.

노기천만인 그녀와는 달리

다소 인간미가 결여된 샬럿은 유유자적하다.

​샬럿의 여유와는 별개로 집안은 사교계에서

온갖 오욕과 추문을 당하게 되었으며

그녀 자신도 시골로 유배 당하게 생겼지만.

샬럿은 달아난다.

이대로 독립을 포기할 순 없다.

잡지에서 본 대로라면 하숙집을 구하는 일도

직장을 찾는 일도 쉬워야 하는데

생각대로 풀리는 게 하나도 없다.

리비아가 챙겨준 돈은 도둑질 당했고

스캔들이 알려지며 하숙집에서도 내쫓긴다.

적은 일자리, 넘쳐나는 인력들 사이에서

샬럿의 타자 실력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샬럿의 스캔들이 터진 날 밤

로저의 어머니가 사망하며

그 원인이 리비아와의 말다툼 탓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

독립 한번 해보려다 언니 인생까지 말아잡주신 거다.

로저가 겨우 아내 손에 두들겨 맞은 것과 비교하면

샬럿과 자매라는 이유로 한데 묶인 리비아에겐 가혹한 대가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에

빛나는 추리력과 지모가 더해지며

샬럿은 셜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디 슈루즈버리의 죽음은 심장마비가 아닌 타살이며

그녀의 사망에 근래 있었던 다른 두 건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신문사에 제보한 홈스.

사교계 안팎이 시끌시끌해졌고

세상이 홈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샬럿은 이번 사건의 해결로 기원하던 진정한 독립을 이룩할 수 있을까?

여성이란 사실을 숨기고 활약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명탐정 셜록 아니 샬럿 홈스.

샬럿을 말동무로 고용했다가

이제는 탐정 사업의 주요 투자자가 된

전직 연극 배우 현 부유한 미망인 왓슨 부인.

우울한 골방에서 삶은 양배추나 씹어먹을

노처녀로서의 삶을 걱정하다가

뜬금 동생의 사건일지를 쓰게 된 언니 리비아.

홈스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사회적 명예를 다지려는 애처가 트래들스 경사.

샬롯과 오랜 우정을 지켜왔으나

뒤늦게 사랑이란 걸 깨달아버린 잉그램경.

매력적인 온갖 요소들과 스토리가 담겨 있는 책이다.

리뷰들을 읽어 봐도 하나같이 평이 좋다.

로맨스 장르에서 일찍이 인정받은 작가인만큼

잉그램경과 샬럿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성을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지켜볼 여지도 충분히 남아있다.

다소 취향이 아닌 소재가 담겨 별점은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거.

그러나 아직 1권인 걸 감안하면

샬럿에게 부여된 몇 몇 탐탁치 않은 설정들은

긴 스토리 진행에 꼭 필요한 고난 혹은 함정일지 모른다.

샬럿이 언젠가는 벗어나 탈출하게 될 그런 함정 말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성별을 갈아입고 재탄생한 홈스에게

독자가 바라는 바가 남녀 관계의 긴장감이 아님을

작가님이 부디 알아주기를 바라며

샬럿의 더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본다.


+ 리드비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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