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물 밖 세상에서
두겸 ❤ 치조
아이고 우리 뱀신,
치조님을 어쩌면 좋아.
번개를 맞아 온몸이 조각조각난 치조.
육신의 힘이 떨어진 탓인지 뱀의 겉피가 떨어져
글쎄 인간 여자로 바뀌어버렸지 뭔가.
도마뱀, 방울뱀, 구렁이
그 많고 많은 좋은 모양새를 놔두고
지렁이보다 못난 인간이 되어
치조 억울해 죽겠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치조의 조각 중에 인격을 가진 무언가가
원혼들을 이끌어 세상사에 참견하려 한다.
치조가 불현듯 어릴 적 구해준
작은 소년을 떠올린 건
신.의.한.수.
그 쬐끄맣던게 벌써 서른 남짓한 어른이 되어
오월중개소의 중개인이 되어있다.
치조를 만나기 전까진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치조의 조각을 품은 후론 산 것과 죽은 것을
모조리 볼 줄 알게 된 두겸은
도깨비 나라에서도 유명한 귀신 고민 해결사다.
치조는 두겸을 두겸은 치조를 한 눈에 알아본다.
폴인러브까지는 아니었어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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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경성 이야기라길래
빼앗긴 땅이 젤 억울할 줄 알았는데
온갖 불합리한 과거의 흔적들이 튀어나온다.
가난, 신분제, 남녀차별, 폭력, 살인.
사람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던 시절 속 어둑한 자리들.
억울함에 사람 아닌 것이 되어버린 자들의 항변.
두겸과 치조, 오월중개소의 사람들이
경성을 촛불처럼 밝히며 어둠을 물리쳐가는 이야기는
기이한 동시에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다.
드물게 소설이 아닌 웹툰쪽이 원작인 작품인데
돌탑처럼 쌓아올린 이야기의 구조가
다소 어설퍼도 감내가 될 정도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장편소설에 동일 주인공인데도
어딘지 단편 모음집 같은 느낌이 강하달까?
억울한 원혼 하나씩 안고 가는 에피소드는
웹툰에서는 오히려 장점이었을거라 이해는 갔다.
작가님은 웹툰보다 소설 작업을 할 때 더 즐거우셨다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독자는 웹툰의 진행도 넘 궁금해져서
꼭 찾아볼 예정!
부처 머리를 날려버리고
쨍알쨍알 울어대는 담비동자도,
재미삼아 인간의 육신에 들어갔다가
그 육신의 애인에게 반해버린 샘물신도,
여자 따위가 사냥을 했다며 돌팔매질 당한 어정도,
남편 살해범을 죽이고 계곡에 고꾸라져 사망한 고오도
부디 이 다음 생에선 좋은 세상 살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