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법 1~2 세트 - 전2권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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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제한법]

불로화 시술을 받은 국민은

시술 후 100년이 지난 시점부터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 인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또다시 전쟁과 핵으로 초토화 된 일본.

불로화 시술의 도입으로 분연히 몸을 일으켜

재삼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서기 2048년의 일본이라는 설정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패스하고 싶은데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적함에 돌진한 특공대"

식으로 이야기하는 일본작가를 보면

기분이 꽁기꽁기 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다.

나 별로 애국자는 아닌데;;

내년으로 닥친 생존제한법의 시행이

일본에 불러일으킬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

유사는 지난 5년 간 각종의 선전활동을 펼쳐왔다.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아니 2048년인데 홍보수단이 이것 밖에 안된다고??

라는 독자의 놀라움은 내무성 차관 유사의

또렷한 분노 앞에선 스물스물 수그러들고 만다.

이거 암만해도 생존법이 무산될 것만 같은 분위기다.

나만 잘 살면 돼~ 라는

이기적인 인사들의 회피가 장난이 아닌거다.

유사는 백년법 시행 첫해 적용대상자로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백년법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백년법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장 죽어도 좋다고

한점 꺼리낌 없이 생각할 정도다.

다만 제 죽음으로는 국민들의 귀감이 될 수 없으니

유명 정치가, 재계의 인사들 중

어느 한 명이 타킷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국가 요직의 수장들부터가 백년법에서 몸을 빼려고 하니,

오호 통재라.

이십대에 불로화의 시술을 받고

여전히 젊음을 유지 중인데다

연륜으로 쌓은 노련함까지 갖춘 채

인생을 승승장구 중인

그들이 과연 죽고 싶겠냔 말이다.

나라도 싫겠다!!

출산을 허락받지 못한 채

젊은 몸으로 평생을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산업 노동자 혹은 최하층 계급 유니언들도

죽음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 매한가지.

게중에는 늙음을 선택해

자연사하는 희귀한 인물도 있지만

대다수는 평생토록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건강, 젊음, 긴 인생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다.

3개월에 한번씩 보직을 변경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백년쯤 살면 거기서 거기라는데

연애가 시시해지는 건 그러려니 해도

이직이 일상이 된다는 건 상상이 안가 신기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는, 반드시, 누군가는 죽어줘야 한다.

한두명이 아니라 대대적으로.

민주사회니만큼 가급적 공평하게.

그래야만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을테고

또 그래야만 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

국가도 그런 받침 위에서 대국으로 커나갈테다.

여기서 소설 속 인물들의 가치관이 나누어진다.

내가 왜 나의 젊음과 인생을 후세대에 양보해야 하지?

나로 충분하잖아!!

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계략과 음모를 꾸미고

또 한편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영혼과 육체를 불사른달까 ㅎㅎ

죽지 않을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선택을 지켜보며

나의 선택은 어떠할지를 궁리해보게 됐던 책이다.

투표권이 있다면 나는 과연 어디를 찍게 될런지.

백년쯤 살면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인생이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백살쯤 살아보니 인생 이제 겨우 알겠다

깨닫게 될지도 모르잖는가.

내가 과연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전에 불로화의 시술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내가 과연 늙음을 선택할 수는 있을런지..

그 모든 욕심을 떠올리면 어떤 결정에도 자신이 없다.

동일한 소재의 만화가 먼저 출간되는 바람에

야마다 무네키 작가의 작품은

하마터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단다.

sf를 쓰면 어떻겠냐는 담당 편집자의 말에

백년법 이야기를 했다가 무조건 써보라는 말에 시작,

완성하기까지 장장 3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국에서도 한 차례 출간됐지만

인기가 시들시들했던 모양인데

일본에서는 일본서점대상을 비롯해

추리작가협회상 (sf지만 반전이 기가 막혀서?)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까지 수상한 인기 작품이다.

근래 한국 출판계도 sf물이 연속 히트 중이니

이번엔 시시하게 가라앉지 말기를.

+

일본 작가가 쓴 책을 읽으면서

배경이 일본이 아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이러니한 함정에 순간순간 빠지기도 했던 작품.

다시 한번 나 그렇게 애국자는 아닌데 말이다.

일본 소설 엄청나게 읽는 독자라

이 방면에서는 매국노 급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을 조국으로 둔 애국심 투철한 인물을 만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진다.

곤란하다 곤란햇.

그치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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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북스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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