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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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천사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천사가 너무... 괴물 같다??

 

대패로 깎은 듯 평평한 얼굴에

원숭이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깡마른 잿빛 몸통.

드문드문 붙은 깃털과 뼈대가 불거진 날개는 꼭 박쥐 같다.

도무지 어떻게 봐도 천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생김새인데

실제로 마주하면 천사가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도

생각이 들지 않는 기묘한 생명체라니

이런 천사 보고 싶지 않앗!!

 

 

5년 전 전쟁터에 강림한 천사들로 인해 세상은 일변한다.

두 사람 이상을 죽이면 천사들이 즉각적으로 그를 심판하기 때문이다.

화르륵 불타며 지옥으로 끌려가는 살인자의 모습이

지구 곳곳에서 목격되는 바에야 누가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 라고 생각하는 당신은 넘나 순진한 독자였던 것.

 

세상은 결코 더 좋아지지 않았다.

연쇄살인이나 전쟁은 사라졌지만

악인은 다른 종류의 본성을 발화시킨다.

일명 '너 죽고 나 죽자", 이판사판식 죽음이다.

 

둘 죽이면 무조건 지옥행인데 둘만 죽이면 억울하단다.

에라 한 명이라도 더 죽이고 지옥가자!!

악인이 가성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량살상 전용 폭탄이 물밑 거래되며 쾅!!!!!

생목숨이 일상에서 쓸려나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한 명만 죽였을 때는 지옥에 끌려가지도 않네??

신이 한 명쯤 죽이는 건 눈 감고 봐주겠다는 뜻이잖아.

저 좋을대로 해석하는 사이코들도 늘어났다.

천사들의 등장은 사후세계의 지옥을 현실로 추락시켰다.

아오기시 고가레도 그런 지옥에 빠진 남자,

탐정이다.

 

 

성공한 사업가 쓰네키 오가이의 의뢰로

도쿄요지마섬을 찾은 아오기시 탐정 사무소의

유일 직원 아오기시 고가레.

천사가 등장하며 세상에는 더이상 탐정이 필요없어 진 것 같다.

찾는 사람이 줄어도 아오기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집 나간 고양이나 뒤쫓으며 소일하는 평화로운 삶도 나쁘지 않겠다고

동료들과 함께 식당이라도 차릴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자살폭탄으로 동료들을 모조리 잃기 전까지는 말이다.

똑 죽고만 싶은 그의 심정도 모르고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로부터 아오기시가 천사의 축복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뭐가 축복이냐!!!

세상을 향해 저주만만인 아오기시에게 천사광 쓰네키가 제안한다.

"천국이 존재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천사의 축복을 받은 자네라면 알만한 자격이 있지."

 

알고 싶다.

정의롭고 용감했던 동료들이 부디 천국으로 갔기를 바란다.

어째서 천사는 지옥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은 보여주면서

천국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까?

천사의 당위성과 천국의 존재에 의문을 가졌던 아오기시는

천사의 섬 도쿄요지마로 오라는 쓰네키의 초대에 응한다.

 

그리하여 마주하게 된 사람들은

대량살상 폭탄의 희생양이었던 아오기시와는 정반대되는 인물들.

폭탄을 암적으로 퍼트리고 천사와 관련한 루머를 흘리며 살인을 유도하는

부유한 사업가, 정치가, 기자, 천사전문가, 무기제작자 등이다.

그런 그들이 차례차례 한 명씩 죽은 채로 발견된다.

 

최초에는 쓰네키 본인이 칼에 찔려 사망한다.

두 번째는 국회의원 마사자키, 창에 목이 찔린 채로 죽었다.

두 명을 죽였으니 실종된 기자 호지마가

지옥으로 끌려갔겠거니 사람들은 추측하고 안심했다.

뒤통수를 치듯 천사 전문가 아마사와가 우물에 빠져 죽지 않았다면 말이다.

탐정 아오기시는 더는 지옥과 구분할 수 없는

천사들의 섬에서 진실을 찾아 범인의 추적에 나선다.

 

외딴 섬 + 부유한 사업가 + 사업가의 초대로 방문한 꿍꿍이 많은 손님들 + 연쇄살인

패턴만 보자면 고전 미스터리의 대가였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른다.

차이점이 있다면 "천사 강림"이라는 특수한 소재다.

2017년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이 히트작이 되며

특수 설정 미스터리가 각광 받고 있다는 걸

2022년에서야 알게 된 나란 독자,

넘나 유행을 몰랐던 독자는

배경에서 작품의 제일 큰 재미를 느꼈다.

 

"낙원은 탐정의 부재"를 읽다 보면

인간의 죄를 사하는 신도 인간의 죄를 처벌하는 신도

모두 부당한 느낌이 들어 신기하다.

신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지옥이 펼쳐졌기 때문인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옥의 존재에

처음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

천사의 존재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천국이 있기를 바라고

동료들이 천국에 갔기를 소망하는

아오기시의 바람은 또 얼마나 인간적인지.

 

 

낙원은 탐정이 없는 곳일까?

아니 그전에 낙원은 과연 존재할까?

악인이 지옥에 끌려가는 세상에서 구태여 진실을 확인해야하나?

진실의 가치는 도대체 뭘까?

낙원도 지옥도 없는 사후를 꿈꾸게 만드는 작품을 원한다면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책 말고 장르소설로써 그런 고민을 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작품 <낙원은 탐정의 부재>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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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식스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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