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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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하면 떠오르는 것?

캐러비안의 해적.

대항해 시대.

원피스??

대항해 시대 이전에는

바다의 역사라는 것이 없는 줄로 알았다.

있다고 해도 전설따라 삼천리 급으로 생각했달까?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왜곡되어 있었다.

서구의 역사관에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이 바다로 진출하기 전까지의 시대는 보잘 것이 없다고.

그들이 거대한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한 모험과 장사와 침략을

시작한 이후에야 문명의 시대가 펼쳐졌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당연하지만 대항해 시대 이전에도

지구 곳곳에는 인류가 분포해 있었다.

아메리카나 태평양의 수많은 섬, 오지라 불리우는

이름 모를 장소에 살고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걸음걸음 이주해 그곳에 정착하지는 않았을 터.

실은 여태 다들 걸어서 이동한 줄 알았다 ㅋㅋㅋ

16세기의 유럽인들은 그와 같은 정착을

"우연적인 표류"의 결과라고 믿었다고 한다.

나란 독자 16세기 사람보다 무식했구나!^ㅁ^

바다에 빠졌는지 고기잡이 하다 헤맸는지

표류하던 이들이 우연찮게 이웃 섬에 도착하는 바람에

빈 섬에서도 살게 되었다고 말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지만;;

원양항해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산물이 아니다.

실제로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기 시작한 신석기 이전부터,

그러니까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더스 문명이 성립되기

훨씬훨씬 이전부터 원양항해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명이 원양항해를 낳은 게 아니라

원양항해가 문명 발전을 촉진한 셈"(p45)이다.

대빙하기의 해수면은 지금과 같은 높이가 아니었다.

지구의 모습도 현재와는 완전히 달랐다.

바닷물에 잠겨 있는 많은 곳이 맨땅으로 드러나 있거나 수심이 얕았고

초기 인류는 낮은 바다의 산재한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바다를 건너 차츰차츰 거주지를 넓혀가기 시작한다.

최종 단계에는 땅이 전혀 보이지 않는 먼 거리 또한 건너갔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아메리카도 태평양과 인도양으로도

인류는 분명 항해를 통해 확산해 갔다는 곳곳의 증거들이 있다.

고대 항해 지식으로 이만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구태며 증명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20세기까지 사용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배

쿠파를 이용해 바다를 건너거나

폴리네시아의 항해 기술로 혹은 카누 정도의 작은 배로

호놀룰루 앞바다를 항해하는 21세기의 모험가들을 보면

기술 발전이 미비했던 그 시절에도

겁없이 바다를 헤쳐간 사람들이 있었음을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같은 집순이였으면 인류 벌써 멸종했겠지?



시작의 내용부터 충격이었기에 이후의 내용들도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그밖에 여러 신화를 접한 독자들은

고전기 초기 페니키아와 그리스 민족의 해상 활동을 두고

그들이 해양 식민 "제국"이라도 건설한 듯 오해하곤 하는데

실은 상품과 문화 자산들이 전달되는 해상 네트워크의 중첩이었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작품 속에는 확실히 전함끼리 충돌하는 해전이 없다.

일리아스는 오죽하면 시작이 아가엠논과 아킬레우스가 말다툼하는 장면이다.

그런 사실을 바다 인류를 읽고 나서야 깨달은 나도 참 ㅋㅋㅋ

철학자 플라톤은 선원을 멸시하고 바다를 공동체의 위협으로 봤는데

바닷가 상업의 발달이 주민들에게서 사랑을 앗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플라톤 바부...

무명의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포괄해 단일제국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과거 공화정 시기의 로마는 판자 하나 띄우지 못하는 육상국가였다는 설이 지배적이었지만

고고학적 증거로 뒤집힌지 오래이니 상식인 줄 알았던 그 내용 이제는 잊기로 하자.

이후 바다로 완성된 로마 제국의 역사야 워낙에 유명하니 말하면 입아프고.

비단길과 초원길과는 달리 진주길은 볼 때마다 낯설다.

투쟁의 바다였던 지중해와는 달리 16세기 유럽의 진입이 있기 전까지

인도양의 바다는 자유방임 상태인 평화의 바다였다고 한다.

활발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크게 무력을 내세우는 세력이 없었다는 거다.

진주길의 이런 분위기에는 종교가 미친 영향이 큰데

살생을 피하려는 자이나교와 전도를 위한 불교의 이해관계가 더해져

전투력 막강한 지중해 핏빛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바다를 형성했다.

오죽하면 부처가 전생에 상인이었다는 썰마저 성행했을 정도라고.

시간여행을 해서라도 그 시절 진주길의 해상도시들은 꼭 한번 방문 해보고 싶다.

아시아의 해상 역사는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을 줄로 알았다.

재미도 없을 것 같은 편견에 미지근한 마음으로 진입했는데 웬걸.

분량으로 따지니 대항해 시대 못지 않게 광대한데다

그만큼 새로운 사실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중국과 로마가 동맹을 체결할 뻔 한 적이 있다는 걸 알고는 어찌나 놀랐던지.

한나라군의 반초가 파르티아를 치기 위해 로마와 협력하려 한 것이다.

반초의 부장 감영이 페르시아만에서 일 년을 더 버텼거나

트라야누스 황제가 일 년만 더 일찍 즉위해 페르시아만으로 달려왔다면

세계사는 또다른 흐름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중국이 오랑캐 취급한 남부 지역이 신석기 이래

항해 전통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중원이라 이름하며 자기네가 세상의 중심인 줄로 아는

중국의 각종 이데올로기의 뿌리 깊은 역사를

바다 인류로도 새삼 실감하며 우리나라 선수들 올림픽 응원 빠샤!!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는 리뷰...

제일 흥미진진한 부분은 모두가 추측하겠지만 역시나 대항해 시대다.

로마의 몰락 후 바다를 향한 긴 침묵을 지켜왔던 유럽이

꿈틀꿈틀 일어나고 팽창하며 거대한 욕망을 확장해가는 이야기니까.

어쨌거나 그들에겐 미지였을 세계를 바닷길로 열어 나아가는 모험은

충돌하고 부딪히고 피흘리고 다투는 속에서도

흥분과 감탄,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신세계를 마주한 그들의 환희는 얼마나 거대하고 찬란했을까.

폭력과 착취는 언제나 그렇듯 한숨나지만.

아차 서글픈 이야기 하나를 까먹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대항해 시대보다 훨씬 앞선 7세기에도

이미 이슬람 세계로부터 대규모의 약탈과 착취를 당하고 있었단다.

아랍, 페르시아 왕조 이를테면 사산 왕조 같은 시기부터

무역의 큰 자산이자 희생양이었고

현지인들을 대신해 고역에 시달리고 있었다고ㅠㅡㅠ

896년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10년 간의 노예 반란은

아바스 왕조 최대의 재앙 중의 하나로 꼽힌다는데

반란을 10년이나 끌고 갈 수 있을만큼

인구에서 노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는 게

내 민족 이야기도 아닌데 서럽다.

"광대한 바다는 텅 빈 공간이 아니었다.

근대에 서구인이 돌아다니며

마치 그들이 최초로 도달한 듯 기술하고 있지만

지구상 대부분의 바다는 먼 과거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 공간이었다."

(p40)

그 공간을 만나러 <바다 인류> 속으로 떠나보자.

내륙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존의 역사책과는

전혀 다른 앎의 즐거움이

높게 파도 치는 세계를 만나러 가자.

+ 휴머니스트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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