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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ㅣ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평점 :

프랑스, 사르트의 비용.
1714년 7월 29일
눈 깜짝할 새 열여섯, 눈 깜짝할 새 스물셋,
열린 하늘 아래 홀로 서서 나무처럼
살아가기를 꿈꾸는 아들린에게 사람들은 말해요.
꺾여 화병에 꽂힌 꽃이 되라구요.
그게 여자의 일생이라구요.
아들린은 다른 여자들처럼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결혼, 출산, 양육, 이 모든 배경에서 달아나기 위해
아들린은 신을 부릅니다.
날이 저문 뒤에 응답하는 신.
에스텔이 결코 만나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로 그 신입니다.
온전히 살아갈 기회.
질투가 많은 연인.
배를 타고 먼 곳까지 여행하는 일.
타국의 하늘.
삶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만한
그 모든 일들을 하기 위한 시간.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고 싶어요."
"나를 자유롭게 해줘요."
신, 악마, 괴물, 무어라 불러야 좋을까요?
아들린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그녀 영혼을 갖기로 한 자, 뤽을요.
아들린은 불멸을 얻는 대신 세상에서 잊혀지고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그녀에게서 잠깐 한눈을 팔면 그 즉시 아들린은 낯선 자가 되어버려요.
자유와 시간을 갖되 존재를 부정하는
무한의 수레바퀴에 매달린 아들린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치열한 삶을 살게 됩니다.
추위, 굶주림, 강간의 위협, 전쟁, 외로움, 절망....
뤽은 항복하라고 말해요.
불멸에 지쳤다는 한 마디면
아들린은 죽음을, 평안을 얻을 수 있다구요.
아들린은 거듭 고개를 젓습니다.
악마라 할지라도 아들린을 굴복시킬 수 없어요.
그녀가 태어나 단 하나 배우지 못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지는 법일테니까요.
대신에 낯선 도시들과의 황홀한 조우를
글자를, 책을, 예술을,
세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법을 배웁니다.
아들린은 그와 같은 삶을 애디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해요.
에스텔이 부여한, 아버지가 좋아한, 몽상가에게 걸맞는
지붕 너머 더 큰 세상을 꿈꾸는 모험가에게 어울리는 이름 애디.
애디는 시간을 걷고 또 걸어 2014년에 당도하고
그리고는 만나게 되요.

"난 당신을 기억해요."
"아뇨, 당신은 기억 못 해요."
"당신 어제 여기 왔었잖아요."
정말로 애디를 기억하고 있는 남자, 헨리를요.
악마의 변덕, 장난, 악취미.
뭐라 이름 붙이든 애디는 이 남자를 놓을 수 없고
또한 그 남자의 운명에서도 애디를 제쳐놓을 수 없습니다.
애디와 헨리.
3백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갈망과 결핍과 혼돈과 방황의 두려움은
어쩌면 이다지도 같은 색을 띄고 있을까요?
현실에 대한 좌절감에 영혼을 팔아치운 두 남녀가
그럼에도 파우스트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고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린다.
100℃의 온도에서 파우스트의 노래를 증명하는 애디의 삶.
페이지를 펼쳐 데일 것 같은 그 삶을 맛보시길 바래요.
악마에게 입는 화상보다는 애디를 읽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안락합니다.
로맨스로서의 결말은 이보다 완벽할 수 없구요.
판타지로서의 결말도 이보다 눈부실 수 없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애디는 결코 지는 법을 몰라요.
기대 이상을 바라는 독자 또한 기필코 이길 주인공 입니다.

<뒤란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