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개의 냄새를 찾던 녀석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가문비나무 뿌리 아래 움푹 패인 굴 속에 들어가 배를 몸을 숨깁니다.
어미의 달콤한 젖으로 배를 채울 수도 없는 밤은 허기지고 외로웠어요.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추위였을텐데 강아지는
저 자신의 온기에 기대어 꼬리에 주둥이를 틀어박고 버텨봅니다.
새하얀 폭설에 묻혀 낑낑대는 녀석의 울음소리가 애처로워요.
햇빛이 눈 위를 환하게 비춘 다음 날 기적처럼 강아지가 눈을 뜹니다.
약간의 얼음을 핥아먹고 그 얼음물에 다시 꽁꽁 어는 몸을 느끼면서도
강아지는 집을 찾기 위해 굴을 떠나 눈밭에 폭폭 발을 담굽니다.
털도 나지 않은 뱃가죽을 뚫고 추위가 가시처럼 강아지를 찌릅니다.
어제 어미를 쫓아 한참을 헤맨 네 다리도 너무 아파요.
강아지는 채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한 채 간신히 가문비나무 아래로 되돌아옵니다.
추위도 배고픔도 어린 것이 버텨내기엔 너무 힘겨운 것이라
이 녀석이 도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한 문장 한 문단 한 페이지가 조마조마했어요.
신기한 건 아무도 보살펴주는 이 없는 숲에서, 누구의 의도도 없이
강아지가 숲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연명하는데 있지 않나 싶어요.
강아지는 무기력한 추위에 꽁꽁 잠기며 영영 눈을 못뜰 뻔 했었지만
귀청을 찢는 날카로운 까치의 울음소리에 죽음 같은 잠을 이겨냅니다.
제대로 된 먹을거리는 없었지만 땅을 파헤쳐 찾아낸
두 덩이의 여우 똥과 링고베리 열매, 토기 똥 같은 것으로 배를 채울 수도 있었어요.
그 작은 에너지로 며칠 밤을 버틴 강아지는 바람이 잠잠해진 어느 아침부터는
먹이를 찾아 드디어 가문비나무 굴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후로는 끈기있게 먹을거리를 찾아 움직이는 매일매일의 여정이 펼쳐져요.
햇빛을 핥고 빨면서 겨울을 지나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로 달려나가다
숲으로 사냥을 나오는 인간들의 무리를 마주치게 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