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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6
규영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탐난다 이 시리즈! 다 쓰러져가는 호텔 "드림초콜렛" 이야기로 대충대충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던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가요. 어느 새 006번까지 출간됐더라구요. 뭐야뭐야. 다 읽지는 못해도 소설 신간은 빼놓지 않고 챙기는 성실한 독자인데 002번부터 005번까지 놓치고 있었다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부랴부랴 최신간 <옥토>부터 만나기로 했어요.
《옥토》는요. 본명이 송달샘이라는 스물한살의 여자애인데 꿈 일기장을 쓸 정도로 어려서부터 호화찬란한 꿈을 많이도 꿨었대요. 공부도 못해 인물도 없어 성격도 소심해 대학도 안가. 하필이면 아들딸 쌍둥이로 태어나 귀남이 같은 동생에게 치여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요. 남몰래 꾸는 꿈이 얼마나 달콤한지 부모님 떡집 일을 도우며 뼈와 살이 고단한 하루 끝에도 행복을 찾을 수가 있었답니다. 달샘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보기 드물게 순둥순둥한 주인공이더라구요 ㅎㅎ
부모님이 동생과 같이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그때가 달샘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월세는 제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지만 좋아하는 떡집 일을 물려받았고 부모님의 따가운 눈초리와 잔소리에서 벗어나 독립 인생을 꾸릴 수 있게 되었잖아요. 떡집 지하에 카펫을 깔고 떡집 내부는 이렇게 저렇게 고치는 등 달샘이에겐 꿈이 참 많았는데요. 이런이런. 세상일이라는 게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대로 흘러가지를 않아요.
수능에 늦은 단골손님을 오토바이로 태워주고 그 김에 길몽도 하나 3천원에 팔았는데 그게 동티가 됐을까요? 월세 낼 날이 돌아오는데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앞니가 두개나 빠지고 팔에도 깁스를 떠억하니. 떡은 누가 만드냐구요. 엉엉ㅠ. ㅠ 돈 벌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지 걱정하던 때에 달샘은 언젠가 받아둔 명함 한 장이 떠오릅니다. "평창동 꿈집, 산몽가를 모십니다!!" 꿈은 꾸는 걸로 끝나는 줄 알았던 달샘이가 일기장을 옆구리에 끼고 평창동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매몽업계 최고봉 평창동 꿈집이 과연 달샘을 산몽가로 받아줄까요?
산몽가는 예지몽을 꾸는 사람인데요. 왜 한번씩 들어본 적 있잖아요. 김연아 선수는 올림픽 기간에 아버지가 똥꿈을 꾸고 박태환 선수는 세계선수권 때 뱀 두마리가 나오더니 금메달도 두 개를 땄다더라. 그 밖에 조상님이 보이고 물이 불어나 집이 잠기고 들판에 불이 붙더니 불길이 나한테 쏟아지더라 하는 거요. 과연..... 저는 한번도 꿔본 적이 없는 꿈이군요 ㅋㅋㅋ 산몽가들은 이런 꿈을 더 대대적으로 꾸는 사람들이래요.
길몽을 꾸는 산몽가, 흉몽을 꾸는 산몽가, 길경몽이나 훙경몽처럼 앞날의 길흉화복을 미리 보는 산몽가가 있는데요. 아니 글쎄 우리 달샘이가 그 드물다는 치유를 돕는 길몽가라지 않겠습니까. 달샘의 태몽이 옥토끼였는데요. 떡 찧는 토끼가 제일 유명하지만 옥토끼에 관해서는 또다르게 전해지는 전설이 있어요. 도 닦는 동물들을 시험하느라고 옥황상제가 거지로 분해 구걸을 했는데요. 토끼가 이를 불쌍히 여겨 "내 몸을 살라 먹으소" 하며 불에 뛰어들어 타죽었대요. 이를 긍휼히 여긴 옥황상제가 토끼를 달나라에 보내 불로불사의 약을 찧게했으니 옥토끼 태몽을 꾸고 태어난 달샘의 꿈에도 신묘한 치유의 기운이 담겨 있다 이 말씀!
산몽가로서 옥토라는 새이름을 받고 시작된 달샘의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부러움의 극치였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꿈집으로 출근해서 1시간 동안 워밍업하고 (=잠잘 준비)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꼬박 잔 다음에 꿈꾼 거 보고하고 퇴근!! 꿈값은 몇 백에서 몇 천, 몇 억까지 가는데 꿈집 대표인 산몽가 마담이 반 먹고 나머지 반은 산몽가한테 주는 구조!!! 잠만 자도 고소득이 보장되는 이런 직종 또 없습니까? 제발 저 좀 취직시켜 주세요. 왜 나는 길몽도 하나 안꾸는 거야~~ 옥토 횡재했다고 마냥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음? 읭? 엉?? 이거 이야기가 좀 희한하게 흘러갑니다?? 꿈집에 얽히고 섥힌 저주와 음모가 장난이 없는 거에요.
산몽가였던 마담의 고조 할아버지가 입방정을 떠는 바람에 저주를 받아서 그 자손들이 대대로 장애를 입고 태어났는데요. 아뿔사, 마담 때에는 아예 대가 끊겨 꿈집이 망하게 될 거라는 예언이 있었다는군요. 마담은 꿈집이 망하기 전에 산몽가들을 내보내서 제 살 길 마련해주고 꿈집도 마저 정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마담만큼이나 꿈집에 갖은 공을 들였던, 어딘지 꿍꿍이 속이 넘쳐보이는 해몽가 고실장은 순순히 꿈집을 닫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일에 우리 옥토가 이용되고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토끼양을, 고실장 네 이놈!!!
옥토 달샘이와 함께 환상적으로 부러운 경몽과 무섭고 겁나는 흉몽을 오가며 정말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에요. 드라마, 영화, 만화(웹툰 좋다❤) 어느 쪽으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신박한 소재구요. 주인공 성격이 주인공스럽지 않게 만만한 것도 무척 취향이었습니다. 말랑말랑 순둥순둥 ㅋㅋㅋ 옥토네 떡집의 복떡도 어찌나 먹고 싶은지 떡 먹는 장면마다 군침이 꿀떡. 작가님은 재미난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옥토를 펼쳐주신 독자님께 감사하다 하시지만 재미난 게 많은 세상에서도 더 재미난 판타지 소설 《옥토》를 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복 빚는 토끼 옥토를 만나 여러분도 꼭 길몽 하나 받아가세요. 굿나잇!
📕폴앤니나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