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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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내인, 13.67, S.T.E.P, 풍선인간, 매 책마다 새롭게 독자를 놀라게 하는 찬호께이의 신작이다.

당연히 읽을거라 책소개의 내용은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호기심이 일어 살펴보니 웬열.

빼도 박도 못하게 내 취향,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나 같은 독자 읽으라고 쓴 책이지 뭔가.

1천 쪽이 넘는 그림형제 동화전집 완역본도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펜타메로네도

샤를 페로의 고전동화집도 뚝딱 완독한 독자로서 이 책은 반드시 최대한 빨리 읽겠다고 생각했다.

(책 내용은 기억 못해도 읽었다는 자부심은 품고 사는 나란 독자 ㅋㅋㅋ)

유럽의 고전 동화를 소재로 했는데 하물며 찬호께이의 작품이라니!

뭐지? 나 요즘 좀 착했나? 그래서 상 같은 책을 받은거? ❤ \( ̄︶ ̄*\))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푸른 수염의 밀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작가이자 법학박사인 라일 호프만 선생과 하인 한스 안데르센 그린이 겪는 세 가지 사건을 묶은 책이다.

기존의 동화를 똑 따다 붙인 주인공과 줄거리로 초반 사건이 흐른다.

왕실의 명령으로 프랑스 국왕에게 비밀서신을 전달하거나 대학에 초청되거나

전설따라 삼만리로 유럽의 산과 들을 쏘다니던 호프만과 한스가 이 기이한 사건들을 목격한다.

동화는 두 사람의 개입으로 예측 불허의 전개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린다.

물론 <마술 피리>의 이런 격변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도 있다.

마녀재판이 성행하던 시대이니만큼 한스도 소도시의 주민들도

동화 속의 등장인물과 똑같이 괴물과 거인, 저주, 마법, 마녀를 빼박 믿고 있다는거다.

그리고 이 부분이 세 사건의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잭은 시장에서 소 한 마리와 마법의 콩알 다섯 개를 교환한다.

금화 한 냥은 족히 받을 소를 들고 나가서 말라비틀어진 콩알을 가져왔으니 열 안받으면 사람도 아니다.

남편을 잃고 어렵게 빚을 내며 잭을 키우던 밀릿 부인은 화가 나 창밖으로 콩알을 집어던진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콩은 콩이 아니고 완전 콩나무다.

시장에서 만난 남자의 말대로 콩나무를 타고 올라 거인의 집에 당도한 잭은

금은보화를 들고 나오다 쫓아오는 거인의 모습에 겁 먹어 콩나무에 도끼질을 제대로 해버린다.

쿵 떨어진 거인, 그리고 모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원작이고 <마술 피리>는 여기서부터 달라진다.

거인은 거인인데 알고 보니 그는 9미터가 아니라 2미터쯤 되는 키의 대장장이 커리 레이데일이었다.

잭은 강도치사, 모살죄로 감옥에 갇힌다.

사람들은 콩이 하루만에 절벽 꼭대기까지 큰다는 걸 믿는다.

황금알을 낳는 암탉도 저절로 연주되는 하프도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상인 것이다.

(이에 대한 한스의 믿음은 특히나 절대적이다 ㅋㅋ)

잭은 살인자가 되었고 뻔한 결말을 맞을 뻔 했지만 이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법학박사 호프만 선생이다.

푸른색 수염도 피리로 아이들을 유인해 납치하는 기술도 그는 좀체 믿을 수 없다.

호프만은 동화라는 배경에서 증언을 듣고 증거를 찾고 마법의 세상 뒤에 숨은 진실을 추적한다.

전설에 매료되어 있지만 증명할 수 없는 힘은 믿지 않는 호프만은 꼭 제임스 랜디 같았다.

동화는 그럼 유리겔라????

정교하게 미친 구성, 과감한 진행, 예상이 안되는 결말로 매력을 뽐낸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마술 피리>는 전개는 엉뚱하면서 트릭이나 권선징악적 결말의 깔끔함만큼은 꽤 고전적이다.

동화에서 착안했기에 틀에서 아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던 게 아닐까 추측 중.

잔혹 동화 같지 않은 통통 튀는 유쾌함도 좋다.

콩알 한쪽만큼의 진실도 알아보지 못하면서 마녀와 마법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는 한스와

한스를 깨우치기 위해 호프만이 벌여야 하는 티키타카가 한없이 발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아참, 16세기에 대한 정밀하고도 촘촘한 배경 묘사에 대해서도 꼭 감탄해주자.

Tea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의 시대라 주인은 손님에게 차가 아니라 과실주를 내온다, 캬!

이 부분을 내가 곧장 알아봤다면 박학닥식한 독자로서의 나를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을텐데.

찬호께이 작가가 쓴 후기를 읽지 않았다면 고증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았는지 아예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정유정 작가과 돈키호테도 후기에 등장한다는 거, 이런 후기는 대환영!

전설과 마법으로 가득찬 16세기의 세상을 활짝 펼쳐 찾아온 찬호께이의 <마술 피리>,

책을 펼치면 독자를 유혹하는 탐스러운 글자의 소리가 쏟아진다.



+ 시공사 검은숲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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