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대비 사망비율이 50퍼센트에 달하는 열악한 의료 환경.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입학을 거부 당하는 무수한 아이들.
경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수공예 산업의 몰락.
110퍼센트에 달하는 고리대금 이자, 실업률, 비합리적인 정치와 행정 체제.
이 모든 부당한 처우 속에서도 더 낮고 더 하찮고 더 비열한 대우에 몰려있는 여성들의 삶.
1935년 6월 5일부터 15일까지 개재된 신문 기사의 내용이
종교 문제를 제외하고는 난민 문제와 많이 닮아 놀랐어요.
이슬람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에서 저는 반대 의사를 지지하는 쪽인데
"카빌리의 비참"을 읽고 카뮈의 질문을 받으며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어요.
"자선사업, 소극적인 시도, 선의의 바람, 형식적인 언행이
과연 굶주림과 진창, 고독과 절망 앞에서 충분할까?"(p123)
하물며 저는 그 소극적인 시도, 형식적인 언행마저 거부하는 쪽이니까요.
먹고 살기 위해 차라리 전쟁이라도 벌어지기를 바라는 카빌리인들의 삶과
선택권이 없다는 그들의 목소리 앞에서 마냥 숙연해졌습니다.
해제까지 포함해도 140 남짓 분량이 적구요.
소설과 르포라는 장르적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방인이나 페스트 등 소설이 어려운 분들은
"카빌리의 비참"으로 카뮈를 먼저 만나보시길 바래요.
르포 속 부조리를 접하고 나면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른다."
는 이방인의 첫문장까지도 성큼 달려가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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