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학자 조지프 캠벨에 따르면 영웅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자기 스스로 여행을 택하는 유형 vs 여행에 내던져지는 유형이다.
처자식을 죽인 후 12가지 과업을 달성하는 헤라클레스,
황금양털을 찾아나서는 이아손은 전자다.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두 번째로 분류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뜻밖의 사건(길흉)으로 힘을 얻는다.
2. 소중한 이를 약탈 당하고 목숨을 위협 당하며 영웅의 길로 내몰린다.
3. 코스튬이 있다.
"제복을 입고 기존의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로 변신" 하는 건
두 번째 유형의 영웅에겐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인류의 정의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
만화책이나 그래픽노블로는 DC나 마블을 만나본 적이 없다.
대신에 영화로는 친숙하니까 <마블로지>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만화가 혹은 영화의 캐릭터가 학문의 대상이 된다고?
히어로 만화에서 어떤 식으로 인문학을 배우게 된다는 걸까?
책을 펼치자 마자 무릎을 치며 이해했다.
마블이 우리 시대의 신화와 다름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이를 그리스신화처럼 연구 못할 까닭도 없었던 것이다.
마블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쾌걸 조로일 줄이야.
망토를 두르고 마스크를 쓰면 피가 끓듯 온몸이 열정으로 타올랐다는 돈 디에고.
그는 소설의 말미에서 마스크가 부여하는 정체성과 힘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마블보다 먼저 부상해 인기를 끌었던 DC의 슈퍼 히어로도 빼먹을 수 없다.
슈퍼맨, 베트맨, 왓치맨 말이다.
어벤져스의 신화적 기원이 되는 그리스와 북유럽의 고대 신들,
영웅들과 난쟁이, 보물들의 이야기는 익숙해도 좋아하는 소재라 신이 나서 읽었다.
마블이 일군 철학적 생태계의 주요 내용은 공리주의 대 원칙주의인데
이는 한 장의 도표로 잘 나타나기에 사진으로 첨부한다.
초인 등록법과 관련한 히어로들 각자의 입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작가들의 판소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부분이라 살짝 웃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어맨이 전쟁까지 벌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 피부에 와닿지가 않았다.
한국 배경의 히어로물에서는, 센티넬버스든 가이드버스든, 에스퍼는 거의 무조건 기관에 속한다.
힘 자각하면 운전면허증 발급받듯이 등급 확인하고 정부에 등록부터 하는 일이 당연한 문화권인 것이다.
이 주제로 주인공들이 싸우는 한국 판소는 솔직히 상상도 안가고 아마 공감도 못받지 않을까?
미국만화 특유의 그림체에 거부감이 커서 영화 아닌 매체로 접근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영화와는 또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탐구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즐거웠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인문서적이다.
슈퍼 히어로들이 추구해야 할 정의가 무엇일지 김세리 작가와 함께 고민해 보자.